[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연초부터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산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생산비용 증가로 수익이 악화되고 수출길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경쟁국가에 밀리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반면 정부는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WTI 가격은 배럴당 88.2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필수 재료인 철광석, 니켈, 주석 등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에 발만 구르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이런 악재가 지속되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4%이하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이상 치솟으며 경상수지는 50억달러 안팎의 적자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업계의 경우 고유가로 연료비 지출이 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2021년 연료비는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3% 늘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되면 약 3,000만달러의 손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앞으로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면 연료비 지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울상이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데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랐지만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관련 설비 가동률을 낮추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줄어들었다.

이밖에 전자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라 물류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더해 유가 급등으로 인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 원자재가격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생산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같은 물량의 원자재를 수입하더라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출길이 좁아진다. 자국 내 원자재 생산량이 많은 중국 기업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피해 또한 심각하다. 중소기업은 주로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데, 원가 인상분은 납품 단가에 곧바로 반영할 수 없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수익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줄도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심지어 물류비 상승으로 수출 거래처가 끊기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물류비 상승분이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보다 커지다 보니 지난해 말부터 외국 업체들이 위약금을 물면서 국내 중소기업과의 계약을 파기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전체 산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이 지속되자 당정회의, 국무회의 등을 잇따라 열어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어떤 해결책도 나오지 않았다. 산업계가 위기에 도래했음에도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대책만 난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현재로서는 가장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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