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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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어카운트, 연초 이후 ‘18.4조’ 신규 유입…월 평균 2.3조 증가

- 금소법, 시행 후 투자 편의성 증가…“방어적 투자 차원서 일임”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 8월 말까지 18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는데, 단순계산으로 매월 2.3조원 가량 자금이 불어난 셈이다.

변동성 장세에 직접투자 대안으로 투심이 쏠리는 현상을 간파한 대형 증권사들이 이를 잡기 위한 다양한 랩어카운트를 출시하면서 업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특히 랩어카운트는 한 번의 일임계약으로 손쉽게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해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펀드보다 투자 편의 측면에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포장한다는 뜻을 지닌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가 합쳐진 말이다. 증권사가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고객의 자산구성부터 운용, 자문까지 관리해 주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을 랩(wrap)으로 싸듯 담아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춰 운용해준다.

1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랩어카운트 잔액은 150조9,7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18조4,442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가입고객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175만9,801명에서 지난 8월 말 184만2,861명으로 8만명 이상 늘었다.

업계에선 랩어카운트에 자금이 몰리는 것을 두고 금리 인상,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슈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 관리를 일임하려는 투자수요가 늘었던 것으로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직접투자가 대세를 형성하는 지난해만 해도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증시 불확실성과 변동성 장세가 연출되면서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기는 랩어카운트로 투심이 옮겨 붙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한 사모펀드 시장 신뢰 저하와 사모펀드 투자자 요건 강화(금소법) 등도 랩어카운트 시장 확대에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랩어카운트의 최소 투자 금액은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3억원인 사모펀드보다 낮은 편이며 계약 당 가입 금액은 약 6,900만원, 고객당 가입 금액은 7,800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 ‘글로벌 주식 구매대행’ 서비스까지…“향후 성장 전망 밝아”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업계에서도 앞 다퉈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증권사 별로 보면, 삼성증권의 경우 글로벌 주식 구매대행 서비스 성격의 ‘글로벌 1% 랩어카운트’를 선보이고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은 있지만 환전이나 매매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가 대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소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의 HNW(고액자산가)를 위한 ‘한국투자마이스터패밀리오피스랩(PB)’부터 최소가입금액 10만원 이상 소액투자자를 위한 ‘한국투자금현물적립식랩’까지 고객 스펙트럼을 넓혔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대만주식에 투자하는 ‘We Know 대만탑티어주식랩’이 눈길을 끈다. 유안타증권 대만 현지 계열사 리서치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망종목을 선정하고 리밸런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금융투자가 선보인 ‘증여랩’은 미국 포춘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투자하며,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점수가 높은 기업을 선정한다. 이외에 KB증권(KB 에이블 어카운트), NH투자증권(NH 크리에이터 어카운트), 미래에셋증권(슈퍼테마 ETF 랩어카운트), 하이투자증권(하이-KFIN ESG랩), IBK투자증권(IBKS 주가연계BM 랩-삼성전자) 등 다른 증권사들도 랩어카운트를 적극 운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맞물려 랩어카운트의 인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며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했던 과거 랩어카운트와 달리 현재 증권사들이 선보이는 상품들은 자산배분에 신경 쓰면서 위험도를 낮춘 것이 큰 특징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가입문턱이 낮아진 랩어카운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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