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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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대형 건설사간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는 한남3구역에 조합원이 마스크를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한 건설사가 마스크 3장과 손 소독제 2개를 이 조합원에게 무료로 지급했다는 것. 서울시는 해당 건설사를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수사해달라고 서울북부지검에 의뢰한 상태다.

재건축 수주전은 '영업' 전쟁이다. 건설사들은 전문 홍보대행업체를 고용해 조합원들의 표를 가져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홍보요원들은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개별 접촉을 통한 영업활동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명품 가방, 백화점 상품권, 가전 제품 등 금품이 오가기도 한다.

2017년 가을은 건설업계에서 아주 뜨거운 시간이었다. 재건축 단지를 둘러싸고 건설사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무대는 강남 일대. 강남은 건설사라면 어디든지 자사 브랜드가 새겨진 아파트 하나를 세우고 싶어 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강남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미분양 우려도 없는 '알짜배기' 땅이다.

서초구에서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맞붙었다. 공사비만 2조7,000억 원. 총 사업비 10조 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이라 불리는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양측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임병용 GS건설 사장과 정수현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직접 시공사 설명회에 나와 홍보할 정도였으니, 각 건설사가 고용한 홍보업체 요원들의 활동이 얼마나 격렬했는지는 두말할 나위 없다.

보통 이 '전쟁'은 시공사 선정 총회 전에 결판나는 경우가 많다. 총회 전에 미리 실시하는 부재자 투표율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 50% 정도에 달하기 때문이다. 홍보요원들의 영업에 정식 투표를 하기도 전에 이미 결심을 굳힌 조합원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은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2,193명 중 1,295표(59%)를 얻은 현대건설의 승리로 끝났다. 시공사 선정 총회 전날 실시된 부재자 투표에서 이미 1,893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펼친만큼 뒤탈도 무성했다. 현대건설은 이과정에서 홍보대행업체를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명품가방과 현금 등 1억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뿌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에서는 롯데건설이 조합원에게 태블릿PC 및 현금 등 2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롯데건설과 경쟁한 대우건설도 2억3,000만 원 가량의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신반포15차는 대우건설이 거머쥐었지만 조합과 공사비 갈등으로 현재 재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같은해 10월 치뤄진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은 어떨까. 공사비 1조 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지를 두고 GS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었다. 이곳은 GS건설이 승리를 가져갔지만 자체 신고센터를 통해 롯데건설이 조합원에게 현금 및 가방, 숙박권 등을 제공했다는 신고가 25건 접수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시 한남3구역으로 돌아오자. 한남3구역은 현재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이주비 무상 제공, 임대주택 제로 등 과열된 공약으로 한 차례 검찰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재개된 2차전에서도 이들 3사가 그대로 맞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달 한 건설사가 고용한 홍보업체 직원이 조합원에게 현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터지기도 했다. 결국 해당 건설사는 입찰 전 개별 홍보를 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조합원에게 보냈다.

재입찰이 시작된지 두 달 여만 불거진 '마스크' 논란을 보며 한숨이 나온다. 지난 2017년 10월 한국주택협회 회원사 25개 사가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질적 경쟁을 도모한다며 '재건축 수주 자정 결의'를 발표한 바 있다. 결의가 너무 오래되서였을까. 아니면 결의는 그냥 결의에 불과한 것이였을까. 어떻게 하면 공정한 대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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