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과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 ⓒCJ  ENM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과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 ⓒCJ ENM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 “아티스트 독창적인 목소리가 비즈니스의 핵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국 개봉과 관련해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과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과 협업 관계 등에 관해 밝혔다.

Q. CJ ENM이 지향하는 영화 사업 방향은 무엇인가.

고경범: 국내 사업 관련해서는 기존 사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부수고 어떤 것이 시대에 맞는 콘텐츠와 유통 방식이 유효할지 거기에 맞는 라인업, 장르의 문제, 제작비 규모의 문제 등 사업 모델과 타겟, 제작사 그리고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등을 원점에서 세팅해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업은 성장 시장과 성국 시장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성장 시장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와 터키에 인프라와 콘텐츠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해서 90년대 ‘쉬리’ 시절부터 쌓아왔던 극장 배급, 라인업 등 여러 가지 단계들을 밟아가면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베트남에서 지난해 역대 박스오피스 1위 하는 작품을 냈고 최근에 다시 한번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북미 같은 성숙 시장에는 자리잡은 강자들이 이미 있는데 그 강자들마저도 지금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격변기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24 같은 유통망 인프라와 노하우가 있는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 협업해 ‘패스트 라이브즈’ 같은 의미 있는 작품의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한 두 작품 정도 제작에 들어갈 것입니다. 메이저 파트너와 협업하는 구조로 메인스트림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 ⓒCJ ENM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 ⓒCJ ENM

Q.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어떤 방향으로 개발 중인가.

고경범: 최근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작품들은 현재의 시대 정신에 맞는 소설을 픽업해서 빠른 시간 안에 작업하고 제작에 돌입해 콘텐츠를 빨리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개봉 작품은 한 7년 전 기획된 것이라 이미 트렌드가 많이 바뀐 후에 영화가 나오게 됐습니다. 이제는 현시점의 소비자가 앞으로 좋아할 영화를 예측해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트렌드 예측을 하고 리드 타임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전에는 40대 리더를 중심으로 결정했었다면 이제는 20대 신입사원을 의사결정에 참여시켜 실제 관객 통계에 접근하는 입체적 판단으로 시장에 맞게 라인업을 구축할 것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블록버스터급 작품은 작업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해 신뢰도를 높일 것입니다. 반대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좋은 창작자를 발견해 과감한 투자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패스트 라이브즈’처럼 기존 미국 시장에서 성공 모델이 없었던 작품에 투자할 것입니다. 이 작품은 톱스타도 없고 신인 여성 감독 작품이며 소재도 동양적이고 한국어 대사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서 명확한 가치를 가질 것이라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한 작품입니다. 

안전한 선택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해 왔는데 그 안전함이 지금 시장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것이 됐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새로운 눈과 기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 ⓒCJ ENM
▲사샤 로이드 A24 인터내셔널 대표. ⓒCJ ENM

Q. A24가 ‘패스트 라이브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샤 로이드: ‘패스트 라이브즈’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대본을 받았을 때 정말 너무나 내용이 좋고 감동적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셀린 송 감독님의 재능은 뉴욕에서의 극작가 커리어를 보아왔었기 때문에 이미 저희는 그녀의 팬이었습니다. 영화 프로젝트를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것만큼은 우리가 꼭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스토리이며 로맨틱하면서도 현실적이라 저희를 사로잡았습니다. 

A24는 새로운 크리에이터, 작가주의 크리에이터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영화사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셀린 송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는 황금과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Q. A24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사샤 로이드: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재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입니다. 초반에는 저희가 인디 영화 배급사로서의 아이덴티티가 굉장히 강했습니다. 그래서 아티스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아티스트를 핵심에 가지고 가는 회사이며 여전히 그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감독에게 창의적인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방침입니다. 그것이 보장이 되어야만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독창성이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그런 독창적인 영화를 현 시대 관객들이 환호하고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DNA가 워낙 강한 회사이기 때문에 그 덕분에 A24는 아주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과 함께 하는 월드클래스 배급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Q. A24는 ‘미나리’, ‘패스트 라이브즈’ 같은 한국 소재 작품을 제작했다.

사샤 로이드: A24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무엇인지를 재정립하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가 저희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아티스트의 영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같은 미디어 외에도 여러 가지 머천다이징과 출판까지 저희가 아우르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두기 때문에 셀린 송 감독같은 훌륭한 분들과 인연이 닿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진정한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그런 장을 열어주고 힘을 실어줬을 때 글로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들이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경우는 한국적인 것이 충분히 글로벌하게 뻗어나가서 감동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인연이라고 하는 감성은 굉장히 특별합니다. 저희가 스크립트를 읽었을 때 인연에 대해서 느꼈었는데 이것만큼은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아주 보편적인 감성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 ⓒCJ ENM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 ⓒCJ ENM

Q. ‘패스트 라이브즈’는 A24와 CJ ENM의 투자 비율이 어느 정도였나.

고경범: 투자 비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예를 들어 한국에서 3분의 1을 촬영하고 3분의 2는 미국에서 작업했습니다. A24는 북미를, CJ ENM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배급을 맡고 있습니다. 서로 유통을 맡고 있는 비즈니스 규모에 비례해서 투자를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평적 관계의 공동 투자 배급 구조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한국 촬영분에 대한 코디네이팅과 제작 진행을 맡았습니다. 오스카 레이스 캠페인도 여러 가지 활동을 각자 영역에서 공동으로 추진했습니다.

Q. 두 회사가 협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사샤 로이드: 두 회사의 파트너십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CJ ENM없이는 한국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두 회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업을 한 결과가 영화의 성공에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할 것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들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경범: 저희는 굉장히 좋은 조합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A24가 기존 메이저 스튜디오가 하지 않는 뭔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저희의 방향성과도 그대로 맞닿아 있습니다. 저희 회사가 잘하는 라인업이 A24와 잘 맞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그런 교차로에 놓인 작품입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메이저 배급망은 저희 비즈니스 모델과 부분적으로 상충됩니다. 하지만 A24는 북미와 전 세계에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 브랜드 확장을 하고 싶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는 회사다 보니 두 회사가 퍼즐 조각이 맞듯이 공통 분모 위에서 기능적으로 끼워맞춰지는 부분이 있어 좋은 파트너십이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두 회사의 협업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Q. A24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계속 오스카상을 거머쥐고 있다. 그래서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믿고 보는 제작사로 신뢰도가 높다.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에는 아티스트 중심이라는 것 외에도 또 다른 에너지나 특별한 요인이 있을 것 같다.

사샤 로이드: 저희가 바라는 것은 항상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이 저희를 만나서 그들의 비전을 마음껏 펼쳐내고 마음껏 구현해 낼 수 있는 그런 장을 펼쳐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티스트 스트에게 창의적인 파워를 다 준다는 점을 저희는 가장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가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목소리가 먼저 들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셀린 송 감독의 목소리,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이 스크린으로 구현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아티스트들에게 최대한 모든 파워와 권한을 드리고 있으며, 저희가 그들의 목소리가 멀리 퍼져나갈 수 있게끔 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고경범: 저희가 파트너로서 느낀 A24의 비결은 CEO부터 해서 실무 책임자들까지 전체적인 구성원들이 굉장히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패스트 라이브즈’처럼 기존에 성공하지 않았던 작품 안에서 가치를 발견해내는 좋은 선구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 안에 숨겨진 영화적인 힘과 가치들을 발견해내는 것이죠. 

작품 안에 들어 있는 가치를 읽어내야 하는 작업이 먼저 선행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해낼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CEO부터 실무자 담당자까지 포진돼 있습니다. 

그리고 전형적인 성공이 보장되는 장르 영화가 아니더라도 과감하게 모험을 합니다. 과거의 성공 모델이 없는 작품 경우 따로 유통 마케팅 방식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유능한 인프라를 내부적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전’처럼 굉장히 낯선 영화를 관객이 어떻게든 보게 만드는 바이럴 마케팅이나 작게 시작해서 점점 크게 확산시키는 여러 가지 스마트한 유통 배급 방식을 잘 사용합니다. 이런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A24가 신선하면서 좋은 영화들을 계속 낼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하고 파트너로서 보고 있습니다.

Q. A24가 영화제작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샤 로이드: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한다면 스토리의 진정성 그리고 그 아티스트의 독특한 목소리 이 두 가지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A24가 성장을 함과 동시에 저희를 사랑하는 관객들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글로벌적으로 멤버십을 론칭했습니다. 저희가 생태계를 구축을 해서 좋은 작품들을 발굴하고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들과의 접점을 계속 만들어내고 그 팬덤을 저희가 계속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목소리이며 그것이 저희 비즈니스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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