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 경쟁 도태 우려에 美, 자국 기업 화웨이와 협력 허용

- 국내 이통3사, 이르면 올해 말 5G SA·28GHz 대역 도입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미국이 1년 만에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완화했다. 5G 표준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5G 단독모드(SA·Standalone)와 28GHz 대역 상용화를 앞둔 국내 이동통신3사의 장비사 선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5G 네트워크 국제표준을 만드는 데 자국의 기업이 화웨이와 협력하는 걸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기업이 화웨이가 주도하는 5G 기술표준에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 주 골자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과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해외 업체가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막았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달에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제재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화웨이가 5G 기술표준 논의를 주도하면서, 미국은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는 5G 시장 1위 사업자로, 5G 핵심 표준기술특허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논리는 화웨이 장비가 ‘백도어’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사실상 화웨이 5G 기술의 우위를 인정하고, 백도어 문제도 일부 잠식시킨 셈이 됐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가 미·중 간 패권 다툼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다만 중국과 화웨이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국내 이동통신3사 역시 5G 장비사 선정 당시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이통3사는 이르면 올해 말 5G SA와 28GHz 대역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LTE와 연동하는 5G 비단독모드(Non-Standalone) 도입 당시에는 장비사 간 호환성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통3사가 이종 장비간 연동 기술을 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5G SA 네트워크를 삼성, 에릭슨 등 서로 다른 장비 제조사의 5G 장비로 교차 구성이 가능해 호환성 문제가 없어졌다.

연동성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5G 장비의 가격, 성능 등이 중요한 선정 기준이 됐다. 화웨이는 5G 통신사업자 1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쟁사 대비 가격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술 측면에서 화웨이가 3.5GHz에 강하고 삼성전자는 28GHz에 강해 향후 삼성전자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7일 화웨이가 스페인 정보국 산하 인증기관 CCN으로부터 CC 인증을 받으면서 보안 문제도 일부 잠식시켰다. 화웨이가 획득한 CC 인증은 EAL4+ 등급으로 네트워크 장비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현재 이통3사 모두 추가 장비사 선정에서 특정 기업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의 움직임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화웨이가 보안 인증을 획득하고 미국의 제재 수위가 일부 조정되면서, 향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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