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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발췌 마쿠라노소시

■ 세이쇼나곤(淸少納言) 지음 | 정순분 옮김 | 문학/수필/일본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194쪽│9,800원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헤이안 시대 문학의 백미이자 일본 수필 문학의 효시로 대표되는 고전 문학 작품이다.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이 책에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전해 주는 기발한 재치와 풍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마쿠라노소시'는 헤이안(平安) 시대에 쓰인 수필 문학으로, 이 시대는 도읍지였던 헤이안쿄[平安京 : 지금의 교토(京都)]를 중심으로 귀족 문화가 꽃피었던 시기다.

귀족들은 문화의 주체가 되어 화려한 왕조 문화를 형성했고, 대륙 문화를 수용해 자국화하던 문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또한 일본 고유 문자인 가나(假名)가 정립되어 여성 문학이 크게 발달했으며, 일본적 계절감과 미의식이 정립되어 고유 문화 형성에 토대가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 문화의 특징, 이를테면 섬세하고 기교적이며 인공적인 성격은 바로 헤이안 시대에 그 원류가 있으며, 이 책은 그러한 성격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마쿠라노소시'는 11세기 초 세이쇼나곤(淸少納言)이라는 여방(女房 : 우리나라의 상궁에 해당하는 고위 궁녀)이 천황비인 데이시(定子) 후궁에 출사해 경험한 궁중 생활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당시 귀족들의 생활, 연중행사, 자연관 등을 개성적인 문체로 엮었다.

세이쇼나곤은 특히 데이시 후궁(여기에서는 중궁을 중심으로 하는 여방들의 문예 집단을 의미함)의 영화로운 모습만을 그리고 있는데, 사실 집필 시기는 데이시 집안이 몰락한 이후였다.

천황비 데이시는 아버지가 사망하고 오빠들이 유배를 간 후 중궁의 자리에서 밀려났으며, 불우한 상황에서 아이를 출산하다 25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데이시 집안의 전성기 때의 영화로운 모습만 있을 뿐, 몰락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정적(政敵)에 의해서 정권이 교체된 것을 의식한 탓도 있겠지만, 데이시 후궁의 재기 넘치는 분위기를 책으로 엮어서 영원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 세이쇼나곤의 의도 때문이라고도 추측해 볼 수 있다.

제목인 '마쿠라노소시'를 살펴보면, ‘마쿠라(枕)’는 베개란 뜻이고 ‘소시(草子)’는 묶은 책을 말한다. 따라서 제목 ‘마쿠라노소시’는 몸 가까이에 은밀히 써놓 은 비망록이라는 의미로, 우리말로는 ‘베갯머리 서책’이다.

이는 당시 남성들의 공적인 기록과는 다른 여성들의 사적인 감상록이라는 뜻이 배후에 깔려 있는 것으로, 여성의 사회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여성적 감각에 의해 썼다고 볼 수 있다. 여성들은 학문의 기회와 사회 진출이 극히 한정되었던 당시 상황에서도 문학을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들만의 고유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특히 '마쿠라노소시'는 그러한 헤이안 여성 문학 중에서도 재기발랄한 개성으로 오늘날까지 빛을 발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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