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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북리뷰] 플라테로와 나-스페인 서정시의 대가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산문집
  • 장의식 기자
  • 승인 2019.03.15 00: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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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만드는지식

 

■ 플라테로와 나(Platero y yo)

■ 후안 라몬 히메네스 지음 | 성초림 옮김 | 스페인 / 시 |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292쪽│22,000원

 

[SR(에스알)타임스 장의식 기자] 스페인 서정시의 대가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산문시집이다. 시인은 플라테로라는 은빛 당나귀와 함께 자신의 서정을 담아낸 세계를 빚어낸다.

시인과 당나귀 플라테로는 끊임없이 모게르를 배회하며,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차곡차곡 기억에 담는다. 생의 고통과 즐거움, 더러움과 아름다움을 치우치지 않게 지니고 있는 이 시적 공간은 현실의 모게르를 닮아 있지만, 실은 하나의 완전하고 독립된 세계다.

히메네스 시인은 ‘나’가 지배하는, 그를 둘러싼 사회로부터 격리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너무나 작게 축소된 이 특별한 우주를 통해 그는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정립하고, 자신의 감정을 서정적 인상으로 탈바꿈시킨다. 또한, 주관적 내면화와 더불어 비판적 시선을 통해 밖에서 들여다본 사회상이 드러나게 된다.

시인의 세계에는 나약한 생명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파괴되는 자연, 인간들의 잔인성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추하고 더러운 것들이 반드시 극복되거나 배척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시인의 소망과 당위와는 달리 그것들은 늘 그랬듯이 자신의 몫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의 어두움마저 계절의 순환처럼 피할 수 없는 세계의 존재 조건으로 승화돼 버리고 만다.

시인은 프롤로그에서 “즐거움과 고통이 플라테로의 두 귀처럼 쌍둥이가 되어버린 이 짧은 책”이라는 말로 그러한 진실을 밝히고 있다. 시인은 플라테로와 함께 더욱 부지런히 모게르를 배회하며, 힘없고 헐벗은 이들을 연민하고 노래할 따름이다. 그들의 고통이 있는 곳에, 거기에 상반되는 아름다운 묘사가 있는 것은 그들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함이다.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감각적인 묘사들과 시어들이다.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현실의 묘사에서 모든 감각을 최대한으로 일깨우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그중 가장 빈번한 것은 단연 시각적 이미지다. 다양한 색채의 사용은 단순히 색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상징을 담고 있는 것이다.

흰색과 푸른색, 노란색 등 순수와 생명력을 지닌 색채들이 모게르의 하늘과 들과 바다를 장식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풍경화 연작들이 만들어진다. 독자들은 시를 감상하며, 시인과 플라테로의 여행에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의 주인공들은 순수하고 연약한 생명들, 더불어 농투성이들의 건강한 삶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감싸 안고 있는 모게르의 넓은 자연 또한 빠뜨릴 수 없는 것이다.

한편, 풍속주의와 문화 중심주의 간의 대조, 일상적인 대화체와 마을 사람들이 쓰는 저속한 표현의 병치, 상징적이고 단순한 표현과 대비되는 예술적인 이미지들의 짜임새가 이 시집의 복잡하면서도 미학적인 단일성을 형성한다. 또한 풍부한 리듬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장의식 기자  deasimm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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