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픽션의 문법

김유나 지음 | 문학일반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126쪽│9,800원

[SR(에스알)타임스 장의식 기자] 시간삽입형 팬픽션은 내삽과 외삽의 원리로 원전의 시간대를 연장 혹은 확장한다. 다시 말해 허구적 시간대의 사건을 고안해 이를 원전 시간대의 이전, 이후, 중간 등에 삽입하는 것이다.

이때 팬이 생성한 허구적 시간대는 폴 리쾨르(Paul Ricoeur)가 주창했던 ‘달력의 시간’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리쾨르는 체험된 시간과 우주적 시간을 구분하면서 그 사이에 놓인 시간을 ‘달력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팬이 '스타 트렉'의 원전을 읽으면서 경험하는 이야기세계의 시간이 ‘체험된 시간’이라면, 팬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시간은 ‘우주적 시간’이다. 달력의 시간은 이 두 시간 중 어느 한쪽에도 전적으로 속하지 않으면서도 두 가지 모두의 성질을 지니는 ‘제3의 시간’이다.

팬픽션이란? 특정한 대중매체의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집단적 다시 쓰기다. 팬들은 원전의 캐릭터와 세계를 중심으로 다각적인 집단 창작을 시도한다.

이렇게 생성된 팬픽션은 더 이상 팬덤 안에서만 순환하지 않는다. 디지털 패러다임에서의 팬픽션은 팬덤 밖에서도 생성되고 있고 대중문학으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팬픽션을 독립적인 서사체로 봐야 할 때다. 팬픽션은 어떠한 미디어 콘텐츠이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팬픽션의 창작 주체와 생성 구조를 분석하고, 서사적 유형과 형식적 다변화를 살펴본다. 팬픽션의 세계를 고찰하고 그 고유의 서사적 문법을 해명해 대중문학으로서 팬픽션의 문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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