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자동차 시장, 세단에서 픽업으로 급속 이동중...정부 여당은 "손해본 것 없다" 

[SR(에스알)타임스 우태영 편집위원]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개정된 FTA협정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에 서명한 직후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미국 상품들이 이제 한국으로 몰려간다"고 연설을 하였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는 개정된 FTA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다. 특히 농수산물 분야는 어떻게 되는건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만 기분 좋은 표정이다. 한국언론들도 농민단체들도 입을 꾹 틀어막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국회에 비준을 재촉한다고 한다.

 

이번 협정 중에서 잘 알려진 내용은 자동차 부분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한국산 픽업트럭의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원래 픽업트럭 수출은 안하고 있었기 때문에 손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먹거리이다.  

두 달전인 지난 8월20일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에는 한국의 현대차가 픽업트럭의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한 자동자 잡지 편집장인 데이비드 카일리가 쓴 ‘현대차 2020년 픽업트럭 전쟁에 진입’이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한국의 현대가 픽업트럭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산타크루즈의 미국 시장 진입에 청신호가 켜졌다…미국 소비자들은 세단 대신에 SUV차량을 구매하고 있다. 현대는 SUV 부문에서는 조금 약하다…

현대의 산타크루즈는 혼다의 리지라인, 세보레의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등과의 경쟁에서 유리하다. 산타크루즈는 전통적인 작업트럭과는 반대로 유틸리티 다자인을 선호하는 스포츠를 즐기는 액티브한 사람들과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

▲ⓒ포브스 화면캡쳐
▲ⓒ포브스 화면캡쳐

카일리 기자의 기사를 보면 중요한 대목이 나온다.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세단에서 픽업트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더 이상 화물차량이 아니다. SUV와 큰 차이가 없는 미국의 대중적인 차다. 위에 카일리 기자도 지적했듯이 액티브 스포츠와 드라이빙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차종이다. 판매량도 2013년 210만대 규모에서 현재는 연간 약 260만대 수준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픽업트럭 품종 하나만으로도 한국 전체 자동차 시장보다 더 크다. 그처럼 큰 미국 시장에 하루라도 빨리 진출하면 호주나 캐나다 등 다른 나라의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기도 쉬워진다.

지금까지  아반테나 소나타 등 세단을 중심으로 판매하였던 현대로서는 픽업트럭 진출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 아닐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 부과는 2021년에 철폐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20년간 연장해 2041년 철폐하기로 변경했다. 

정부에서는 한국이 그동안 픽업트럭을 미국시장에 수출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한국 자동차산업이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고 한다. 참으로 답답한 사람들이다. 현대차보고 미국에는 세단만 만들어 수출하라는 이야기이다. 거듭 말하지만 시장은 픽업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위의 카일리 기자의 기사를 보면 미국에서 현대의 산타 크루즈가 경쟁해야 될 차종들이 무수히 나온다. 그 중에는 일본차들도 많다.  

미국의 시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일본의 혼다 리지라인, 쓰바루 바자, 닛산 프론티어, 스즈키의 픽업 트럭 등…

 

1980년대에 한국 현대차는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되었다. 그리고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차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이번 픽업 트럭 시장에는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손해를 본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시장이 세단에서 픽업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계속 세단만 팔아도 된다고 하는 정부 여당…이들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 질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1980년대에 일본 차들이 미국 시장을 석권할 때 포니를 수출하던 투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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