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통사 소극적 대처...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과 아파트 주민 몫

▲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통신중계기를 설치한 후 전기사용료를 과다 청구한 피해를 이통사 고객과 아파트 입주민들이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통신중계기 모습.
▲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통신중계기를 설치한 후 전기사용료를 과다 청구한 피해를 이통사 고객과 아파트 입주민들이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통신중계기 모습.

[SR타임스 최헌규 기자] 건물 내부나 아파트 단지에 설치되는 통신중계기의 전기사용료가 과다 지급되고 있는데 한국전력이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신중계기의 전기사용료는 이동통신사가 한전에 직접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통사에게 수납해 한전에 납부하는 구조로 돼 있다.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해당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의 실제 사용량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도한 전기요금을 통신사나 케이블사업자에게 부과했고, 요금 인하에 과민반응을 보이던 이통사는 과도한 요금 부과를 알면서도 별다른 저항 없이 그대로 수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칠승 국회의원이 이동통신사 3사와 케이블사업자 등에서 받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통신중계기 전기요금 지출내역’을 보면 이동통신사 3사 중 A社는 4년 동안 매년 450억 원 가량을, B社 역시 4년 동안 450억 원 가량을, C社는 4년 동안 매년 320억 원 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표 케이블 사업자 D社 역시 3년 동안 매년 180억 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었다.

권 의원은 이 비용 중 실제 전력사용량만큼 적정요금으로 지불한 비용 외에 과다지급 된 금액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 건물에 보통 이동통신 3사와 케이블 사업자 등이 한꺼번에 중계기 등을 설치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매년 통신중계기 전기료 명목으로 수천억 원 이상이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에게 지급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과다 지급되는 금액이 이통사의 비용으로 처리되면서 통신 요금에 반영 될 우려가 있고, 아파트 입주민의 경우에는 통신사 중계기 전력사용량 등이 주민사용량 분에 더해져 누진제 적용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동통신사 A社는 2016년도에 서울·경기·인천의 건물이나 아파트단지에 통신중계기 전기료 명목으로 110억 원 정도를 지급했는데, 이중 30억 원 정도가 건물주에게 과다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A社는 “한전의 Kwh당 적정단가가 120원 정돈데 150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내역”이라며 “Kwh당 120원으로 계산하면 건물주나 아파트 단지에 과다 지급한 금액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A社가 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Kwh당 단가를 150원 기준으로 삼아 과다 지급한 건수가 3368건에 달하고 이 중 1000원 이상 단가로 지급한 경우도 151건에 달했다.

※ A社가 제출한 Kwh당 단가를 150원 초과해 과다지급한 내역(*2016년 서울·경기·인천만 집계)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통신사가 직접 한전과 전기사용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이통사에게 전기요금을 직접 수납해 한전에 납부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A사의 설명.

이에 대해 권 의원은 “한전이 분리계약(모자분리)을 신청하면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우며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며, “이 과정에서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한전의 Kwh당 적정단가 120원을 기준으로 실제 전기사용량을 정산해서 전기요금을 부과한 게 아니라 kwh당 단가를 150원 이상으로 하거나 심지어 1000원 이상까지 요구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는 보통 건물이나 아파트단지 등과 주기적으로 전기료 협의를 진행하는데 이 와중에 많은 분쟁과 다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社의 경우 정상적으로 계약하고 전기료를 지급하고 있던 중 건물 측이 임의로 계산한 전기료 인상 및 6년 치 소급요구를 거부하다 통신중계장비 전원 차단과 출입 거부, 단지 내 민원 증가 등으로 수용해야 했다.

이 같은 과다 요금 청구는 입주민의 권익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 권 의원의 지적. 2013년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사태를 우려해 전국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협조공문을 보내 과도한 전기요금 부과를 바로 잡아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 국토교통부가 전국 지자체 대상으로 내려 보낸 공문 (2013.8)공문

권 의원은 “한전의 경우 이 같은 분쟁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결국은 누진제 적용대상이 되어 아파트 입주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분리계약(모자분리)’ 민원에 대해서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를 구해오라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한전 측은 ‘아파트 전기 모자분리’와 관련 된 민원에 “변압기 설비 공동이용으로 전기계약 단위 분리가 가능하다. 대표고객 즉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동의한다면 가능하다”고 공개적으로 답한 바 있다.

권칠승 의원은 “한전이 문제의 주체이기를 포기하고 건물주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입지만 세워 줘 결국 이들의 갑질을 권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한전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는 답변 내용

권 의원은 “전기는 건물 임차 비용과 달리 공공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건물 임대처럼 이윤을 취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며 “특히 전기는 한전만 판매할 수 있는데 건물주가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경우는 전기사업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의원은 “건물주나 이동통신사나 대표적인 ‘갑’들인데 이들의 다툼이 서민들에게는 ‘통신비 상승’이나 ‘전기요금 상승’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며 “가장 분명한 해결책은 한전이 분리계약을 해줘 사용한 만큼 전기요금을 낼 수 있게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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