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 이야기'라 생각...캐릭터의 내적인 것 고민하고 연구”

“송중기 배우에게는 주변을 설득해 내는 힘이 있어”

▲'로기완' 최성은. ⓒ넷플릭스
▲'로기완' 최성은. ⓒ넷플릭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배우 최성은은 영화 '시동'의 빨간 머리 가출 여고생으로 데뷔와 동시에 춘사영화제 신인여우상을 받으며 주목 받았다. 이후 드라마 ‘괴물’,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와 영화 '십개월의 미래', '젠틀맨'으로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번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는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중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 마리를 연기한다. 벨기에 국가대표 사격선수의 강렬한 눈빛부터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분노, 그리고 기완을 만난 뒤의 변화까지 다양한 감정의 굴곡들은 최성은의 높은 캐릭터 이해도와 안정적인 연기로 완성해나갔다. 최성은 배우는 최근 진행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Q. 연기를 하면서 자신과 비슷했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면.

어떻게 보면 마리의 깊이 있는 감정이 이해가 잘 됐던 것 같아요.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싶은 감정이 이해가 됐고 공감이 갔어요. 마리의 제일 큰 감정이 사실 자기를 미워하는 감정인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저한테도 분명히 자리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게 좀 쉽게 이해가 됐던 것 같네요.

Q. 마리가 기완한테 흔들린 지점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동질감이었을 것 같아요. 처음에 마주했을 때 기완도 이방인이고 마리도 이방인처럼 오래 살았을 거예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약간 그런 감정을 갖고 있을 거라고 그냥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게 엄마라는 어떤 고리로 이어지는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점점 더 기완이에 대한 감정이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로기완' 최성은. ⓒ넷플릭스
▲'로기완' 최성은. ⓒ넷플릭스

Q. 송중기 배우가 최성은 배우 연기는 정서를 그대로 가져가려고 끝까지 노력하는데 그 점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저의 그런 지점이 좋다고 생각하는 한편 이미 갖고 있는 것이라 다른 방식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동시에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그만큼 발전시켜 왔던 것이기 때문에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더 발전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좀 더 말랑말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또 찾아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저의 장점과 단점이 다 느껴져요. 너무 칭찬이시죠.  

송준기 선배에게서는 저와는 다른 집요함이 느껴졌어요. 훨씬 큰 범위에서 더 단단한 것을 바탕으로 하는 집요함이죠. 송준기 선배 같은 경우에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서 로기완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움직이지는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면 주변을 설득해 내는 힘이 있어요. 그게 저한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죠. 어떤 것을 제시하고 설득하려면 그만큼 자기가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 단단하고 집요한 부분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Q. 송준기 배우는 처음에는 장르 변경점 때문에 작품을 거절했었는데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작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본인은 이 작품의 대본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연기하려 했나.

저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제 취향이 좀 확실한 장르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 작품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그런데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어요. 근데 이해는 됐지만, 이 작품의 장르를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게 많이 들어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사실 저는 이 작품이 결국 사랑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기완과 마리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람을 살게 해주는 사랑이죠. 그게 이 영화에서는 기완과 마리의 사랑으로 카메라를 갖다 댄 느낌으로 보여졌던 것 같아 후반으로 갈수록 이해를 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걸 어떤 장르라고 얘기해야 될까 하는 건 확실히 있었던 것 같긴 해요.

Q. 2022년에 단편 영화 연출을 했었다. 연출자의 경험이 연기에 미친 영형이 있다면.

카메라 뒤에 있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저 배우가 그냥 카메라 앞에서 있어도 되는구나 하는 거였어요. 그전까지는 그리고 여전히 지금까지도 뭔가 그냥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부담감과 압박이 있어요. 물론 배우들이 그러기 쉽지 않겠지만 그냥 카메라 앞에 존재해도 되는구나 하는 거였죠. 

제일 중요한 건 배우가 자기를 믿는 것이죠. 그걸 느꼈고 다음 작품을 하는데 머리로는 알아도 그게 쉽지 않아요. 몸으로 되지 않는 그런 것도 느꼈고요. 제가 연기할 때 못 느꼈던 걸 모니터를 보면서 어떤 감상으로 남는다는 게 새로운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Q. 마리는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캐릭터인데 개연성을 주기 위해서 굉장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저는 마리가 그렇게 땅에서 떨어져 있는 존재라고 하지는 않았아요. 근데 왜 그렇게 느끼셨을지도 알 것 같긴 해요. 제가 처음부터 이 인물을 이해하고자 노력을 하면서 접근을 했고 내적인 것을 더 고민하고 탐구하다 보니까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이라고까지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마리와 기완이 만나 결국 둘 다 안정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끝이 나죠. 조금 더 어른스럽고 단단해진 기완이와 마리가 같이 걸어가게 될 때 어떻게 하면 갑작스러워 보이지 않게 만들지 고민이 있었어요. 연결고리가 되는 장면이 편집되면서 그렇게 전개가 되는 것 같아 보인다는 평도 이해는 됩니다. 

▲'로기완' 최성은. ⓒ넷플릭스
▲'로기완' 최성은. ⓒ넷플릭스

Q. 프랑스어와 사격 연습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저만 전담해 주신 프랑스어 선생님이 계셨었고 촬영 전 2~3개월 동안 한국에서 계속 거의 매일 수업을 했었어요. 헝거리 촬영 때도 항상 선생님이랑 같이 반복 학습을 했고요. 한국말로 얘기하면 그분이 불어로 바꿔 주시고 그걸 외웠습니다. 

한 달 연습했고 촬영하기 하루 이틀 전에 헝가리 사격장에 가서 다시 감을 익혔습니다. 총이 생각보다 엄청 무거워서 그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총을 잘 쏘는 것보다 얼마나 폼이 잘 나오느냐가 중요하니까 그것에 맞췄습니다. 총 장전 같은 쏘기 전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해서 그것 위주로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재밌게 했는데 흥미를 빨리 잃어버렸어요.

Q. 이 작품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은 지점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현장 중에서 제일 행복했습니다. 스태프들과 가까워져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현장에 갔었어요. 3개월 동안 함께 하는 환경이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현장을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까지는 한 번도 못 느껴봤던 건데 결국에는 사람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연기 때문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제가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저에게는 새로웠습니다. 저에게는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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