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공감 못 해 작품 고사...이젠 사랑 사치로 안 느껴져“

“‘로기완’ 최고 키워드는 '죄책감'이라는 단어”

▲'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
▲'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배우 송중기는 매번 도전한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에서 우주쓰레기 청소선의 조종사, 드라마 ‘빈센조’에서 마피아의 고문 변호사,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1인 2역으로 재벌 총수 일가 비서와 회귀한 재벌가 막내아들, 그리고 영화 '화란'에서 지독한 현실을 사는 조직의 중간보스를 연기했다.

매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 변신으로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는 송중기가 이번에는 삶의 끝에 선 이방인, 로기완을 연기한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유럽의 낯선 땅에서 살아 내기 위해 끝까지 버티어야 했던 기완으로 분한 송중기는 막막한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아낸 눈빛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송중기 배우는 최근 진행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Q. 이번 영화 ‘로기완’에서 새롭다고 본 지점이나 느낀 점이 있다면.

새로워 보이고 싶어요.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고 새로워 보이고 싶어서 이 작품을 한 거니까요. 새로운 걸 느끼면서 했는데 전형적으로 보일 때가 있고 전형적으로 했는데 새롭다고 해주실 때가 있어요. 선주 역 이상희 배우와 함께 한 신에서 업계분들이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았다고 해주셨죠.

Q. 힘들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배우들과의 케미는 어땠나.

정서가 힘들었어요. 워낙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정서로 가니까 그게 힘들었고 육체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마리의 아버지 이윤성 역 조한철 선배님과 대화하는 장면이 저는 배우 송중기 이전에 개인 송중기로 좋았습니다. 대중에겐 조한철 선배님이 코믹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죠. 이번에 코미디를 빼고 연기했는데 제가 실제 모습을 알아요. 그래서 뭉클했어요. 

최성은 배우는 타협을 안 하는 배우입니다. 끝까지 파고드는 친구죠. 절대 내려놓지 않고 끝까지 자기를 몰고 갑니다. 쉬는 날도 계속 그 정서를 가져가더군요. 그런 지점은 후배지만 많이 배울 점입니다. 그 열정은 제가 못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근데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에 갔지만 흔히 관광객들이 명소에서 찍는 사진 한 장 못 남기고 온게 아쉽네요.

▲'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
▲'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

Q. ‘로기완’, ‘화란’ 등 정서적인 깊이가 깊은 작품을 해오고 있다. 이 작품과 캐릭터를 선탞한 이유가 있다면.

이 작품을 처음 본 건 오래됐습니다. 처음에는 하고 싶다고 했고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근데 최종적으로 고사한 이유는 왜 여기서 기완이가 사랑을 하냐는 거였어요. 저는 공감이 안 됐거든요. 엄마의 희생으로 살아남았잖아요. 개인 송중기를 생각했을 때 이런 상황에서 죄책감에 허우적거리며 못 나올 것 같았어요. 윤성의 대사에도 나오지만, 사랑을 하는 게 사치가 아닌가 했어요. 그땐 감정이 그랬고 하자고 해놓고 안 한다고 했으니 제 실수죠. 깜냥이 큰 배우도 아니라 공감이 되어야 연기를 잘 할 수 있을텐데 도무지 안 되겠더군요. 결과적으로는 안 하게 됐는데요. 이후에 ‘군함도’를 하게 됐어요. 한 2년 전에 다시 봤는데 그때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공감이 되더군요. 대본이 크게 바뀐 것은 없어요. 

사람이 살고 싶고 살아남고 견디다 보면 잘 살고 싶어지잖아요. 그럼 잘 사는 게 뭐지 고민하게 되죠. 그럼 나약한 인간이 잘 사는 건 사람과 부대끼면서 사는 게 최고고 그게 사랑인거라고 생각되더군요. 이제는 사치로 안 느껴지고 예쁘게 느껴졌어요. 나이를 먹어서 그랬나봐요. 대본은 그대로니까 제가 변한 거겠죠. 대본을 고를 때 그때 느꼈던 지점이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Q. 화장실 신 경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감독님은 많은 부분이 송중기 배우가 직접 잡은 것이라고 했는데 섬세한 연기에 중점을 둔 지점이 있다면.

다큐처럼 찍은 신이긴 합니다. 진짜 헝거리 공중화장실에 저와 감독님 둘이 들어가 찍었어요. 영화에서는 20분 분량이지만 초반에는 거의 헝거리에서 한 달 동안 저 혼자 찍었습니다. 영화상에서는 한 40분 정도 지나야 여주인공이 나와요. 감독님께서는 영화가 뒤를 향할 때 기완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부분들을 공들여 찍었습니다. 혼자 찍으니까 제가 생각해도 불쌍했죠. 그래도 출연료 받았으니까 열심히 해야죠. (웃음)

▲'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
▲'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

Q. 초반 교통사고 현장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감정 전달이나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7년 전 처음 접했을 때도 이 영화는 죄책감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해결이 안 되다보니 고사했었죠. 엄마에 대한 죄책감에서 못 벗어나는데 어떻게 사랑 타령을 하냐고 느꼈던 거죠. 그 장면에서 제가 가졌던 목표는 죄책감 때문에 진짜 숨 막히는 사람, 진저리 치는 사람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이 영화의 최고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마리에게 내가 이렇게 저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행복할 자격이 있는 놈이냐라는 대사는 감독님께 제가 이런 대사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 드렸던 신이기도 해요. 진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모든 걸 다 드러낼 수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괜찮아, 니 잘못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닐까하고 감독님께 그런 대사를 한번 넣어보면 어떨까요 했죠. 감독님이 작가 출신이시라 대사를 참 예쁘게 잘 쓰세요. 

Q. 원작을 얼마나 참고 했나.

전혀 참고 하지 않았습니다. 성격상 원작은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는 편이라 신경을 안 쓰는 스타일입니다. 소설은 7년 전에 봤어요. 작품 들어갈 때는 집에 책이 있는데도 안 봤죠. ‘재벌집 막내아들’도 원작을 안 봤습니다. 찍을 때 제작진이 안 읽어봐도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근데 원작 작가님이 참여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하지만 새로운 제작진이 새롭게 해석하고 선택 하면 거기에 집중합니다. 감독님이나 작가님 프로듀서분께서 읽어보라고 하면 읽어봅니다.

Q. 북한어 연기는 어떻게 연습했나.

어색하다 욕먹을 수도 있는데 그거 무서우면 아무것도 못하죠. 작품하면서 중간에 북한어 버전이 여러번 바뀌었어요. ‘재벌집 막내아들’ 찍고 있을 때 대본을 다시 만났고 ‘화란’ 찍고 갑시다 약속 했었어요. 재벌집 촬영 종료하고 갔더니 북한어가 달라져 있더군요. 북한도 지방마다 정서가 심하게 다르다고 하네요. 북한 자강도가 로기완 정서에 맞다고 감독님이 상의하셔서 그렇게 정했죠. 북한에서 실제로 쓰는 걸 대사에 다 넣었고 너무 생소한 단어는 걸러내는 작업을 해야했죠.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Q. 납득이 안 돼서 며칠을 고민한 장면이 있었다는데 어떤 장면인가.

감독님이 굉장히 착한 분입니다. 인내심도 있으시고요. 근데 제가 미우셨을 겁니다. 정말 용납이 안 돼서 촬영 스케줄 바꾸자고 몇 번 그래서 감독님이 힘드셨을 거예요. 죄책감이 잘 해결되어야하는데 그게 안 돼서 며칠 걸렸어요. 시청자분들이 공감하시려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이유도 있습니다. 근데 고민했던 신은 최종적으로는 편집됐어요. 영화에는 안 나오죠.

Q. 드라마와 영화를 선택할 때 기준이 있다면.

제가 자유의지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가 끝나면 드라마하고 드라마가 끝나면 영화를 하는 이 균형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코로나로 공개 시기가 꼬이기는 했지만요. 제가 ‘화란’, ‘로기완’ 같은 정서의 작품은 드라마로 시도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면 영화에서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고 싶은 부분은 드라마에서 하기 어렵죠. 산업구조도 그렇고요. ‘화란’ 경우는 배우로서 표현하고 싶은 지점이 있어서 노개런티로 출연했었죠. 근데 이제 화제가 그만 됐으면 좋겠어요. (웃음) 

Q. 신인 감독을 발굴한다는 의미를 두고 작업에 참여하시는지 궁금하다.

아닙니다. 저는 그럴 깜냥이 안 됩니다. (웃음) 그건 송강호 형님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저는 감히 생각을 안 해봤습니다. 전 대본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대본이 좋은데 신인 감독이고 기성 감독일 뿐이라고 봅니다. ‘늑대소년’ 때 조성희 감독님이 32살인가 그랬을 거고 저도 애기 시절이었죠. 이건 제 개똥철학인데 유명한 사람 나온다고 사람들이 무조건 봐주는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인이냐 기성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본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어요. 

Q. 헝거리 촬영 때도 아내분과 함께 했다. 이 작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

한국 사람이 아니니까 과연 이해할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다 이해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찍는 걸 다 봤기 때문에 짠했나봐요.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해줬고 위안이 된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해줬습니다.

▲'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
▲'로기완' 송중기. ⓒ넷플릭스

Q. 이 영화를 아직 안 본 분들에게 추천의 메시지가 있다면.

볼 수 있는 나이 또래 친구들의 의견이 궁금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세대가 더 많이 봤으면 합니다. 7년 전 이 작품이 이해가 안 됐던 제가 지금은 반대로 아름답게 느껴져서 공감되는 것처럼 혹시 지금 이 영화를 재미있게 못 보신 분들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또 다르게 느끼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요.

Q. 앞으로 어떤 역할이나 작품을 하고 싶은가.

앞으로 호러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역할 욕심보다는 장르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했던 건 안 하고 싶어하는 개인적인 고집이 있어요. 다른 문화권을 접하고 촬영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해외 오디션도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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