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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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 때문만 아냐…재무적 이유”

성과급 등 규모는 축소…복지는 확대

[SRT(에스알 타임스) 한시은 기자] 5대 은행이 희망퇴직금에 이어 성과급과 임금 인상률을 모두 축소했다.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비판 등 압박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다수인 가운데, 은행권은 축소 이유를 재무적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임금 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평균 2.0%로 결정됐다. 지난해 3.0%에서 1.0%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성과급 규모도 줄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기본급의 280%에 현금 340만원을 더 지급했으나 올해는 기본급의 230%만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기본급의 361%을 성과급으로 지급했지만 올해는 281%로 축소됐다.

하나은행은 현금 100만원과 기본급의 280%(우리사주 50% 포함)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350%와 비교하면 역시 줄어들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는 기본급의 292.6%를 지급했으나 올해는 그보다 더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은행 역시 기본급의 400%에 현금 20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기본급의 200%에 현금 300만원을 지급한다.

은행권은 앞서 희망퇴직금 조건도 하향한 바 있다. 은행의 이같은 성과급 축소 행보는 고금리를 통한 순이자마진 상승 등으로 손쉽게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 성과급을 나누는 것에 대해 "그들만의 돈잔치"라는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은행들이 결혼지원금과 출산 경조금 등 복리후생은 오히려 확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만 35세 이상 미혼 직원에게 결혼자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국민은행도 둘째 자녀 출산지원금을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사주 의무 매입을 폐지했다. 우리은행은 사원 연금제도에 대한 회사 지원금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농협은행은 '반의 반차'를 신설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은 약 11조3,28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0조759억원)보다 12.4%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은 2조원 규모의 민간금융지원을 실시하는 등 상생경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눈총과 경고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최근 은행권의 사상 최대 이익에 대해 고금리를 등에 업고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자 장사한다는 비난들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인식을 회피하고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최근 홍콩H지수 ELS 손실 문제까지 터지면서 은행권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상생에도 돈이 든다…기초체력 쌓는 것”

한편, 단순한 당국 눈치보기가 아닌 현실적 이유라는 은행권 목소리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생은 금융사가 현재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그러기 위해선 돈이 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재무적인 마이너스가 생길 수 있다. 현재 은행은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등 선제적인 재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국도 은행이 기초체력을 잘 쌓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자본, 대손충당금 등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ELS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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