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특화·수출특화 품목수 추이. ⓒ한국무역협회
▲수입특화·수출특화 품목수 추이. ⓒ한국무역협회

경쟁력 미흡한 수입특화 품목수↑…코로나19 기점 급증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지난해 10월 이후 수출 역성장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경쟁열위에 있는 교역 품목이 최근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활용해 우리나라 수출품목의 무역특화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수출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수출특화 품목 수는 감소세인 반면 경쟁열위를 가진 수입특화 품목 수는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2013년 수입특화 품목은 전체 1,216개주 교역품목 중 815개였으나, 2022년에는 1,221개 중 846개로 31개 늘어나면서 분석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수출특화 품목은 동기간 401개에서 375개로 26개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을 기점으로 심화됐다. 2019년 대비 수입특화 품목이 19개 급증하고 수출특화 품목은 18개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 교역품목 중 수입특화 품목의 비중은 2019년 67.7%에서 2022년 69.3%로 1.6%p 증가했다.

전경련은 특정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한국 수출구조의 특성상, 과거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수출특화 상태에 있는 품목보다 많아도 수출실적이 양호할 수 있었지만, 최근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가 심화된 것은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을 대상으로 경쟁력 변화를 살펴보면 2013년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석유 등 광물성연료(무역특화지수 -53.9) 1개뿐이었지만 ▲광학‧정밀‧의료기기의 무역특화지수가 2021년부터 양수(+)에서 음수(-)로 전환되면서 수입특화 품목이 2개로 늘어났다.

나머지 8개 품목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중 절반이 넘는 5개 품목에서 무역특화지수가 감소하면서 비교우위의 정도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등 전기기기(2013년 30.4→2022년 23.0) ▲기계(11.1→3.3) ▲자동차(74.8→55.5) ▲선박(91.0→77.1) ▲유기화학품(26.7→21.1)의 5개 품목에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된 품목은 ▲플라스틱(49.2→49.7) ▲철강(4.5→19.5) ▲철강제품(13.5→23.7) 3개에 그쳤다.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는 특히 우리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중국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역에서 무역특화지수가 음수인 수입특화 품목은 2013년 전체 1,168개 중 773개로 60%대(66.2%)였으나, 2022년에는 1,185개 중 918개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대중 수출품목 10개 중 7개 이상(77.5%)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특화지수가 양수인 수출특화 품목은 동기간 395개에서 267개로 감소(-128개)하면서 전체 교역품목 대비 비중도 33.8%에서 22.5%로 10.0%p 넘게 줄어들었다.

​대중 수출 품목별 무역특화지수는 상위 10대 중 9개 품목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등 전기기기(2013년 29.3→2022년 12.8)를 비롯해 ▲광학‧정밀‧의료기기(71.9→31.7) ▲유기화학품(70.7→28.2)의 무역특화지수가 절반 미만으로 감소했고 ▲플라스틱(70.8→43.0) ▲석유 등 광물성연료(73.8→64.7) 등 품목도 경쟁력이 약화됐다. ▲기계(20.2→-17.4) ▲자동차(63.3→-41.7)는 양수였던 무역특화지수가 음수로 반전되면서 수출특화에서 수입특화로 전환됐고 ▲철강(-29.9→-30.5) ▲무기화학품(-38.2→-38.5)은 수입특화가 심화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비교우위가 강화된 품목은 ▲정유‧화장품(69.1→91.8)이 유일했다.

​전경련은 향후 수출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입 특화돼 있는 품목을 수출특화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 수입시장의 수요가 큰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의약품(-71.8) ▲항공기·우주선(-60.5) ▲터보제트(-54.9) ▲반도체 제조용 기기(-42.6) 등은 글로벌 100대 수입 수요품이면서 첨단기술이 필요한 품목이지만 한국은 이들 품목에 대해 무역특화지수가 마이너스로 수입특화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세계시장과 중국을 대상으로 우리 수출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수출 한파가 더 거세질까 우려된다"며 "한국 경제의 큰 축인 수출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첨단분야에 대한 한미, 한일 간 협력 등을 활용하여 글로벌 수요가 큰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주력 수출품목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도체, 기계, 자동차 등 현재 주력품목에 대해서도 규제완화, R&D 지원 확대 등 초격차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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