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기생충’ 때문에 작품 선택 고민하지 않아...캐릭터 안 그려져 거절할까도 생각“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기생충’ 이선균이 ‘남자 사용설명서’ 이원석 감독과 함께 민트초코 같은 독특한 영화를 작업했다. 영화 ‘킬링 로맨스’의 조나단이라는 악역 캐릭터에 도전한 배우 이선균. 마치 만화 캐릭터가 실사 영화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만 같은 이선균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SR 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킬링 로맨스’에서 열연을 선보인 이선균 배우를 만나 언론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작품 출연은 언제 결정했나. 

아카데미 시상식 갔다 온 다음에 결정했다. 갈 때 대본을 받아서 그날 공항 가기 전에 이원석 감독님 미팅하고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대본이 굉장히 독특했다. 정말 만화책 보는 것처럼 너무 재밌게 봤고 이걸 어떻게 찍으려고 하는지 궁금증도 생겼다. 당시엔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지 않았지만, 감독님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이 대본을 이원석 감독님이 연출하시면 되게 독특한 영화가 나오겠구나 싶었다.

솔직히 제가 이 캐릭터 맡는다는 게 잘 그려지지 않았다. 저에게 이 역할을 왜 줬을까하며 거절하려고도 했다. 캐릭터가 굉장히 강한 분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중에 미국에서 이하늬 씨를 만났다. 제가 인연을 좀 믿는 편이다. 코미디를 워낙 잘하는 배우고 현장에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게 많다. 그런 요소들이 작품 참여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Q. 너무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다.

일단 할거면 어정쩡하게 하지 말고 확실히 하자 했다. 준비 과정에서는 감독님과 잘 맞았다. 너무 친해져서 지금은 절친이다. 정말 막힘없이 의견을 많이 내다보니 대본에 없는 것들이 더 표현됐다.

캐릭터 잡을 때 외형적인 것도 약간 레퍼런스 같은 것도 서로 교환을 많이 했다. 캐릭터와 상황만 보고 연기했다. 현장이 너무 유쾌하고 자유로웠다.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Q. 조나단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구축하려고 했나.

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다 보니까 나르시시즘을 많이 생각했다. 집 공간도 캐릭터 표현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시계태엽 오렌지’에 나오는 광기 어린 모습도 생각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유튜브 동영상부터 다큐멘터리까지 하여튼 일반적이지 않은 것은 다 서로 교환했다.  

‘잇츠 굿’같은 대사는 도수 치료하시던 분 말투를 과하게 인용한 건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현장에서도 유행어가 됐고 추임새처럼 되면서 캐릭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Q. 기자간담회에서 귤 던지는 신 쵤영하다 이원석 감독이 토했다고 밝혔는데 촬영 현장은 어땠나.

감독님이 뻥 치신 것 같다. (웃음) 근데 그 장면은 젠더 문제가 화두가 됐던 시기라 이거는 어디까지 표현을 하는 게 좋을까 감독님이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여래가 탈출하고 싶어 하는 개연성을 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꼭 찍긴 찍어야 했다. 

여성 스태프분들한테 여러 가지 의견을 물어보면서 정말 고민 많이 하면서 찍었다. 너무 가학적으로 보이면 불편하게 보실까 봐 수위 조절을 했다. 직접적으로 막 몸을 향해 던지거나 그런 건 없다. 좀 다양한 앵글로 찍었다.

Q. 촬영하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 순간이 있었나.

일단 태권도복 입으면 현타다. 테이크 끝날 때마다 창피해서 주저앉았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불가마 신이다. 원래 불가마 신은 유람선에서 물에 빠지는 헤프닝이 있는 건데 감독님이 원하는 사이즈가 아니라 변경했다. 

그 장소가 저희에게 너무 선물처럼 다가왔다. 환자들이 휴양도 하고 치료도 하는 곳이다. 한 이틀 동안 찍었는데 오정세 씨가 특별 출연해줬다.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다는 걸 촬영하면서 느꼈다. 지금 봐도 불가마 신은 너무 재미있었다.     

Q. ‘행복’이란 노래는 어떤 의미인가.

이렇게 부각될 줄 몰랐는데 행복이라는 단어가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폭력처럼 느껴졌다. 약간 사이비 교주가 신도들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세뇌적인 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이민이나 유학하게 되면 그 당시 불렀던 시기의 노래가 되게 힐링 곡이 된다고 답했다. 그런 의미로 H.O.T. ‘행복’을 넣었다고 말씀하셨다. 힘들 때 자존감을 높여주는 노래로 생각하고 불렀다. 저한테 거는 주문 같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너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강박 같은 것이다.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Q.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이 어땠나.

재밌게 봤다. 처음에 호불호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원석 감독님 표 코미디의 진화된 버전이라고 생각했다. 

Q. 진화된 부분은 무엇이라고 느꼈나.

비주얼적으로 더 화려해지고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쓰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감독을 굉장히 많이 닮아있다. 감독님의 색깔과 세계관이 잘 녹아있는 것 같다.

Q. 이건 못 하겠다하는 것은 있었나.

먼저 이 영화를 못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일단 제가 선택했고 대본 자체를 재미있게 봤다. 첫 번째 등장이 원래 대본에는 삼각팬티만 입고 해변에서 청국장...인데 그건 못하겠다고 했다.(웃음) 너무 거부감이 들었다. 자신있게 그 복장만 입고는 못 하겠더라. 감독님에게 “형, 이건 너무 더러울 것 같아”라고 했다.

Q. 공명 배우와의 케미는 어땠나.

공명 배우는 너무 귀엽다. 이하늬 배우와 남매 같다. ‘극한직업’을 작업한 친구들이 다 그런 것 같다. 관계가 돈독하다. 역시 영화가 잘되어야 한다. (웃음) 공명 배우는 진짜 맑다. 범우 캐릭터와 똑같다.

Q. 대본 읽으면서 머릿속에 캐릭터가 어느 정도 그려졌나. 

일단 제가 조나단 연기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원래 거절하려고 그랬던 거고 감독님하고 사전 미팅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짜 의견을 많이 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치밀하게 설명한 게 아니다. 저와 관계가 너무 편해지니까 정말 친구랑 농담하듯이 의견 내고 다 고민해보고 하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 되게 즐거웠다. 

덕분에 현장에서 낯가림 시간이 되게 줄어들었다. 과장되게 연기를 해야 하니까 머리 붙이는 것도 레게 머리처럼 따가지고 아예 한 달 정도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붙이고 다녔다. 네 달 동안 했다.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Q. 뭔가 색다른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것은 없었나.

가면 놀이하는 것같이 재미있었다. 다른 역할은 개연성을 따지는데 이 역할은 뭘 해도 되는 캐릭터다. 그런데 이 캐릭터 안에 또 개연성이 있는 거라 그 재미를 느끼면서 즐겼다.

Q. 수염 떼는 장면이라든지 약간 연극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장팀과 감독님이 수염을 뭐로 결정할까 고민하는 와중에 제가 아이디어 낸 장면이다. 그러니까 너무 재밌더라. 어차피 이거 가짜 티 다 나는데 케이스를 갖고 다니자고 했다. 상황에 맞는 수염을 붙이고 떼고 하면 또 다른 뭔가 나오니까 재미있지 않았을까 했다. 가짜 같은 공간에서 하는 게 많아서 연극적이고 만화 같은 그런 게 있다.

Q. 해외 개봉이나 OTT 공개가 되면 반응이 어떨 것 같나. 

일단 극장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배급일 같은 건 모른다. 해외 분들이 보시고 좋아하셨으면 한다. 국내 관객분들은 ‘행복’과 ‘레이니즘’ 나오는 걸 좋아하실 것 같다.

Q. 대본에 없는 연기나 촬영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상황으로 이루어진 게 많다 보니 리액션이 잘 나왔다. 그 시기가 거리두기가 이게 심할 때라 저희가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촬영해야 했다. 그래서 불가마 신이나 마지막 홈쇼핑 신도 바뀐 거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저희가 더 집중하게끔 만들어줬다. 

Q. 조나단을 혹시 만화 속 빌런을 참고하며 연기한 것은 없나. 

그런 건 안 했다. 그냥 즐거웠던 게 얘는 그냥 말이 안 되는 캐릭터니까 뭘 해도 말이 되는 걸로 갈 수 있는 그런 자유로움이 있었다. 정말 잔인하게 행동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지만 또 귀여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한두 군데 광기만 딱 보여주면 그런 게 복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Q. 환경 보호 하는 척하면서 파괴하는 이중인격적인 면은 어떻게 표현했나. 

제가 연기한 건 아니다. 캐릭터를 복합적으로 만들고 이중적으로 만들려고 설치한 거다. 그런 사진 찍는 것도 다 감독님이 아이디어다. 사진 찍을 때 웃겼다. 인자한 모습이다.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왔다. (웃음)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Q. 이하늬 배우와 오랜만에 만난 소감은 어땠나.

이하늬 배우가 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지만 진짜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각했다. 진짜 너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너무 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다,

정말 고마운 건 저는 그냥 하이텐션으로 그 역할만 하면 되는데 이하늬 배우는 진짜 해야 할 게 많았다. 자기 서사를 만들고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인데 중심을 너무 잘 잡고 간다. 약간 깊게 갈 땐 이게 맞나 싶기도 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왜 감정을 다운시키고 했는지 보였다. 그래서 '너는 정말 계획이 다 있구나' 했다. (웃음) 

Q. 배우로서 이원석 감독의 이번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나. 

제가 볼 때는 감독님의 장점은 어떤 이야기를 쌓아나가고 그림을 잘 열거한다. 희한한 루트로 가는 독특한 자기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갖고 있는 독특한 유머들이 있는 것 같다.

Q. 타조가 나오는 결말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게 원래는 공항 가는 길에 허허벌판에서 여래바래 친구를 만나서 액션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장소 헌팅이 안 되다 보니까 대책 회의를 했다. 그때 제가 홈쇼핑으로 가자고 의견을 냈다. 홈쇼핑 쇼호스트로 나왔던 사람은 제 친구다. 

Q. 조나단을 중심으로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잘 되면 그것도 기획할 것이다. 그런데 조나단을 한 번 더 하면 다른 작품들이 안 들어올 것 같다. (웃음)

Q. ‘기생충’ 이후 정점에 있을 때 선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을 비롯해 사람을 얻었다.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좋은 구경을 했고 큰 영광이었다. 이 작품 선택에서 ‘기생충’을 했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했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 찾아온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냥 운명처럼 느껴져서 결정했다.

Q. 불가마에서 ‘행복’ 부르는 장면은 몇 테이크에만 끝났나. 

테이크는 그렇게 많이 안 갔다. 이하늬 배우가 비트박스를 하고 상황이 되게 재미있게 흘러갔다. 그런 것을 배우들이 잘 즐긴 것 같다.

코미디는 대본 그대로 잘 안되는 것 같다. 상황에 몰입해서 집중하고 서로 의지해서 만들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어긋남이 나온다. 거기서 얻어걸리는 것이 많았다. 

Q. 이 영화가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특이한 작품의 끝이라고 생각하는지.

그건 모른다. 또 어떤 재밌겠다 하는 게 있다면 아마 그건 이원석 감독님의 차기작일 것이다. (웃음) 원래는 둘이 같이 뭔가 또 준비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약간 지연된 상태다. 

Q. 연출에도 관심이 있나.

감독들과 어울리는 게 더 편하고 학교 다닐 때도 영화과 친구들과 친했다. 예전에는 연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아이디어 같이 내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협업하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Q. 재미있는데 편집돼 아쉽다는 장면이 있나.

불가마에 갔다가 조나단이 범우를 너무 좋아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범우가 어떤 상황에서 주저하는 이유에는 그런 바하인드가 있다. 범우 학원 친구들도 일반적이지 않아 재미있는데 빠졌다. 물론 개봉된 편집본이 제일 최선일 것이다.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Q. ‘킬링 로맨스’에 대해 이 영화는 어떤 영화다 하고 정의한다면.

정의 내리지 못하는 영화다. (웃음) 이원석 감독님과 광장히 닮아있는 영화다. 영화는 감독이 투영되고 배우가 투영된다. 이원석 감독님이 재미있고 귀여운 면이 있는데 그런 점이 영화와 매우 닮아있다. 

Q.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 그리고 아이유 배우의 ‘드림’과 동시기 극장 개봉한다.

정말 전부 응원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 영화 시장이 너무 안 좋다. 코로나 때문에 밀렸던 영화들이 하나씩 개봉 중이다.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Q. 끝으로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셨으면 하나.

처음 보시면 엉뚱한 전개 방식과 과장된 캐릭터들이 초반부터 나오니까 갸우뚱 하실 거다. 하지만 오픈마인드로 보시면 그 독특함에 매료되지 않으실까 생각한다. 닫힌 마음으로 보기 시작하면 영화의 몰입이 좀 방해가 될 것 같다. 캐릭터나 내용에 개방된 마음으로 보시면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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