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나중 탁구부’ 같은 웃픈 이야기 좋아해”

“H.O.T.‘행복’ 선곡할 때 장우혁과 냉면집서 우연히 만나”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 ‘남자 사용 설명서’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킬링 로맨스’로 돌아왔다.

키치하면서도 독특한 연출이 특징인 그가 이번에는 한층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동화 같은 서사의 블랙 코미디극에 병맛 코드가 가미된 이번 작품은 최근 개봉한 그 어떤 영화보다 화제를 불러일으킬 요소들이 가득 들어있는 문제작. 

SR 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킬링 로맨스’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과 언론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극과 극의 관객 반응이 예상된다.

원래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는 인터넷 반응을 안 본다. 영화를 만들 때 처음부터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거고 이왕 갈 거 그러면 확실하게 가자 하고 저희끼리 이야기했다. 

저만 그랬던 게 아니고 배우들도 선택하면서 그 얘기를 했다. 세상에 뭔가 새로운 느낌의 뭔가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이 배우들이 ‘킬링 로맨스’를 선택 안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해줘서 너무 신기하고 고마웠다.

이하늬 배우 경우도 대본 받자마자 이건 이하늬 씨 밖에 못 한다고 딱 생각이 들었다. 설마 하겠냐는 심정으로 드렸다. 근데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선균 배우와도 너무 함께하고 싶어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가기 전 잠깐 만나 대본을 드렸다. 근데 아카데미상을 받더라. 이제 물 건너갔구나 했는데 하겠다고 하셔서 신기했다.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미친 듯이 좋아할 수 있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다. 촬영하면서 농담 삼아서 우리 이민 가야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와이프와 딸이 이 영화 때문에 싸우더라. 딸은 너무 재밌게 봤고 와이프는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딸이 아내에게 엄마가 꼰대라서 이해 못하는 거라고 해서 엄청난 불화가 일어났다. 그래서 호불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Q. 기자간담회에서 ‘남자 사용 설명서’보다 이번 작품이 더 상업적이라고 밝혔다. 

제가 경험하고 아는 면에서 만든 개인적인 취향 영화였다, 코미디 점수를 병맛이다 1점에서 무난하다 10점까지 매길 때 ‘남자 사용 설명서’는 5점 정도의 코미디다. 

‘킬링 로맨스’는 제가 경험하지 못한 판타지 이야기라 더 대중적이라고 생각했다. 7점 정도 된다. 물론 이 영화에도 레벨 1짜리 신들이 있었지만 다 편집했다. 며칠 전 그걸 혼자 보면서 웃었다. 개인적인 취향 코미디는 잘라냈다.

Q. 시작할 때 과거 장면은 4:3 화면비율로 나온다. 이런 연출 의도는 무엇인가. 이와 같은 맥락으로 연출한 부분이 또 있는지.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이고 하기 힘든 이야기다. 저는 이병헌 감독의 ‘바람 바람 바람’을 좋아한다. 절대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는 소재인데 감독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병헌 감독이 잘하는 말맛 코미디부터 어색한 병맛 코미디까지 모든 종류의 테크니컬한 코미디가 다 나온다. 이런 소재를 가지고 웃긴다는 게 정말 어렵다.

이 작품은 제게 도전이었다. ‘마누라 죽이기’라는 클래식한 영화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너무 재미있다. 그런 작품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해도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하면서 동화 장르로 접근했다. 만약에라는 말에는 마술이 있다. 여기가 바다라고 했을 때 그 마술이 더 해지면 그냥 바다가 된다. 그걸 진짜 잘하는 게 디즈니라고 생각했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했고 오프닝에서 이야기해주는 땀복 입은 외국인 할머니부터 시작해 영화 자체를 다 비틀었다. 

화면비율에서도 클래식하게 시작해서 실제로 간다는 느낌이었다. 근데 아내는 이게 사고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웃음) 왜보다는 어떻게가 동화에서는 중요해 그것에 집중했다.

Q. 소재도 그렇고 한국 제작사였으면 투자가 됐을까 싶다. 시작점이 궁금하다. 

저는 우리나라에 이런 시나리오가 있어? 라고 할 정도의 작품에 꽂힌다. 그래서 만들어지기 힘들다. 이 작품은 처음 대본을 보고 평범하고 안정적인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박정예 작가님이 남편 죽이는 이야기를 가지고 코미디를 한 그 태도가 너무 좋았다. 

여기에 제가 터치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작됐다. 저뿐만 아니라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우리 뭔가 해보자 하고 한자리에 모였는데 그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Q. 귤 던지는 장면에서 구토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는데 가스라이팅이라든지 그냥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코미디라고 생각이 든다.

제게는 도전이었고 상업적으로 완성된 영화라고 생각했다. 조나단의 가스라이팅 같은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는 상상과 음향으로 더 잔상이 남도록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표현이 어떻게 보면 더 잔인하다. 실제로 가정폭력 사건을 조사해봤고 그런 사례가 많았다. 

이하늬 배우도 너무 힘들어했고 찍는 저희도 불편했다. 그런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나단의 가스라이팅이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항상 가스라이팅 당한다. 우리의 취향, 행복에 대해 가스라이팅 당한다. 저는 알고리즘이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한다. 

조나단 같은 그런 폭력성은 이 세상에 다 있다. 그래서 조나단이 절대로 나쁘게만 보여지지 않았으면 했다. 제가 아는 악인들도 다 이유가 있다. 자기들이 악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하나도 없다. 세상을 지키기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런 것을 해준다고 한다. 모든 게 다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그것의 가장 큰 피해자가 여래다. 그녀의 행복은 누군가가 주입한 것이다. 인스타같은 걸 보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인다. 나만 제일 못사는 것 같다. 그리고 범우는 대학도 못 가는 바보로 취급되지만, 그 사람이 진정 순수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동화라는 틀 안에서 나누고 비틀었다.

Q. 데우스 마키나적인 결말이 여래나 범우의 노력을 무용하게 만든 건 아닐까.

저는 협업이라고 본다. 용기를 어떻게 보여줄까 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악이 죽거나 알고 보니 악이 아니었다는 반전이 있다. 중요한 건 악은 주인공들의 손에 의해 무너져야 한다. 그게 기본적인 룰이라고 생각하고 원래 대본에서도 그랬다. 뭔가 동화적인 엔딩을 원했다. 범우의 선행 때문에 은혜를 갚는 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협업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대본에는 타조가 아니라 원주민이었다. 제가 동물을 좋아하고 말 못하고 힘없는 동물이었으면 어떨까 했다. 타조를 선택한 건 우연이다. 후배가 타조 농장을 해서 놀러 갔는데 신기했다. 저 큰 동물이 날지도 못하고 뛰어다니는데 왜 새냐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원래는 동물이 더 많이 나오는데 복잡하게 보일까 봐 편집했다.  

Q. 디즈니 영화나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에 레퍼런스를 두고 있는 점도 있지만 ‘록키 호러 픽쳐 쇼’같은 작품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있을 때 타란티노 감독 소유의 뉴 베벌리라는 아트하우스 극장에 갔다. 그때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던 시절인데 매주 금요일 격주마다 남자들이 핫팬츠 입고 가터벨트하고 망사 스타킹을 신고 서 있었다. 그 사람들이 거기서 하는 ‘록키 호러 픽쳐 쇼’를 보면서 떼창을 했다. 이건 굉장히 건방진 저의 꿈이었는데 이 영화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몇 년 후에 그런 영화가 됐으면 했다.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은 너무나도 존경했다. 제가 영화 공부할 때 신 아메리칸 뉴웨이브 감독으로 스파이크 존스, 웨스 앤더슨, 영국의 크리스 커닝햄, 프랑스의 미셸 공드리가 라이징 할 때였다. 학교 다닐 때 다들 거기에 미쳐있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을 흉내 내고 싶어도 그 분은 너무 압도적이다. 제가 어떤 점에서 그런 말을 듣는지 고민해봤다. 전 평면적인 공간이 가장 영화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3D로 세상을 본다. 영화는 가짜로 3D 느낌이 나게 촬영하는데 영화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평면적인 느낌이 가장 영화적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한다. 

센터에 사람 놓는 것도 좋아한다. 이번 작품에선 어떻게 하든 센터가 불안정하게 만들고 싶었다. 정직한 그림을 만들고 싶다. 그게 판타지이고 더 동화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Q. 주인공이 상류층인데 계급이라든지 그걸 비틀어 보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는 웨스 앤더슨 감독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를 보면 부자같이 보이는데 어딘가 부족하다. 계급이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저도 제 영화에는 계급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계급 나누는 거다.  

Q. 연출을 위해 배우들에게 특별하게 부탁한 부분이 있다면.

배우들한테 부탁했다기보다는 서로 찾아가는 게 많았다. 조나단은 그려지지 않는 캐릭터다.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게 있다. 웃기기만 한 게 아니다. 슬픔도 있고 무서움도 있다. 그 기준을 잡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 영화가 협업을 최고로 보여준 것 같다. 자막, 엔드 크레딧까지 모든 사람이 디테일을 잡았다.

웃기는 영화가 아니니까 웃기려고 하지 말고 캐릭터에 충실하자고 했다. 캐릭터 찾는 것에 정말 열심히 했다. 

Q. OST에 힘을 좀 준 느낌이다. 달파란 음악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달파란 감독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는 정말 이 세상에 없는 독특한 아티스트다.감독님 만큼 전자음과 실험적인 음악을 하시는 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달파란 음악감독님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너무 즐거워했다. 모든 권한을 다 드렸다.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말자는 의견을 먼저 주셨다.

노래 선택에서 억울한 게 있다. 비 음악을 쓴 게 마치 깡 유행 때문이냐고 누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나르시시즘에 대해서는 ‘레이니즘’ 만한 노래가 없다. 이 노래를 들을 때 버스를 타고 있으면 버스가 내 것 같고 길을 걷고 있으면 이 길이 내 것 같다. 내가 바라는 나의 최고, 내가 꿈꾸는 판타지의 최고조가 ‘레이니즘’이라 너무 좋아하는 노래다. 정지훈 씨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다 해주셨다. 

‘행복’도 너무 좋아하는 노래다. 이 노래는 가스라이팅하는 노래가 아니다. 어떤 것이 조나단의 마법 주문 같은 노래일까 고민할 때 이선균 배우와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는데 ‘행복’ 노래를 이야기했다. 그때 마침 우연하게도 옆 테이블에 장우혁 씨가 있었다. 그분이 이선균 배우와도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이거다, 여기에는 엄청난 뜻이 있구나 하고 결정했다. 저는 지금도 케이팝 클래식의 대표적인 노래라고 생각한다.

Q. 이 영화에는 뮤지컬 요소도 사용됐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통으로 디즈니 뮤지컬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부터 트레이닝 기간까지 쉽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음악을 어떻게 쓸까 고민했는데 그냥 일상에서 노래하듯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으로 쓰게 됐다. 아내가 뮤지컬을 싫어하는 이유가 갑자기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 이걸 역으로 이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캐릭터들이 중요한 감정을 노래로 표현한다.

장편영화에서 ‘랄라랜드’같은 걸 하면 정말 재미있겠다 싶었고 우리나라의 록키 호러 픽쳐쇼 같은 걸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왜 뮤지컬 영화 만드는 게 힘든지 알게 됐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Q. 심달기 배우가 타조 목소리를 연기한다. 배우 관련해서 비하인드가 있다면.

타조가 울면 어떨까 했는데 녹음팀에서 만들어 온 걸 들으니까 대놓고 욕으로 들려서 닭살이었다. 근데 다른 거 녹음하러 온 심달기 배우가 그냥 더빙했는데 너무 잘하는 거다. 이펙트 없이 100% 심달기 배우 목소리다. 

배우람 배우 분량이 있었는데 코미디 레벨도 관련이 있고 빠른 전개를 위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잘 된다면 나중에 그런 장면을 다 넣고 싶다. 그렇게 되면 2시간 5분 분량인데 그 버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조나단은 ‘짱구는못말려’ 같은 코믹 만화 작품 속 악당 같지 않은 악당 같다. 또 컬트적 요소 때문에 난해해 보여도 기본은 빌런을 무찌르는 왕도물 서사라 그런 시각으로 영화를 보면 작품에 대한 관람 접근성이 좋아질 것 같다.

짱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는데 진짜 그런 것 같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동화 장르를 빌려 가장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알고 보니 여래가 다 꾸민 일이다 라든지 조나단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라든지 그런 버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심플하게 인물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만화를 좋아한다. 특히 ‘이나중 탁구부’ 덕후다. 웃긴데 웃기지 않은, 웃픈 이야기가 좋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내재한 그런 것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로봇찌빠’도 좋아하는데 누가 영화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웃음)

Q. 오랜만에 연출한 영화다. 강한 개성보다는 연착륙을 노린 부분은 없었는지.

저는 솔직히 자각하지 못했다. 어느 감독님이 영화가 10년 만에 나왔다고 하길래 진짜 고생하셨다고 박수 쳐 드렸다. 그런데 제가 그런 줄은 몰랐다. 

저희는 그냥 되게 최선을 다해서 어필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사람들이 못 봤던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최대한 단출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술적으로는 신경을 많이 썼다. 음향도 하나하나 다 만진 거다. 그래서 이게 극장에서 보시면 다르다. 꼭 극장에서 보셨으면 하는 게 배우들 표정이 정말 디테일하게 다 보인다.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원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Q. 발음을 잘해야 하는 조나단 나를 비롯해 여래 같은 캐릭터 이름이 재미있다.

영어 이름을 한국말로 했을 때 되게 이상한 영어 이름들이 많다. 조나단은 클래식하고 귀족스러운 이름인데 한국 성이 붙었을 때 이상한 엇박자가 생긴다. 이게 이 작품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같이 간다. 여래 이름은 작가님의 아이디어다.

Q. 배우들이 극열지옥 불가마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는데 그 외에도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불가마는 정말 행운이었다. 이 영화는 어려운 일들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풀리는 게 있었다. 

원래 불가마 신을 찍을 생각이 없었다. 원래 유람선에서 촬영하려고 고집했는데 예산상으로 불가능했고 찍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회의하다가 연출부에서 찜질방 아이디어를 냈다. 말도 안 된다 무슨 찜질방이냐 했는데 사람들 반응은 좋았다. 그런 찜질방을 어디서 찾나 했는데 정말 있었다. 세트 촬영인 줄 아는데 실제 강원도에 있는 곳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전화번호도 진짜다. 좋은 분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고마운 마음에 번호를 넣어드렸다.  

이하늬 배우가 랩 하는 건 거의 애드리브라고 보시면 된다. 대사에는 ‘푹쉭확쿵 반복한다’ 딱 한 줄 쓰여있었다. 이하늬 배우가 비트박스를 하고 이선균 배우는 갑자기 ‘행복’을 불렀다. 밥은 한국말을 모르고 연기도 처음이다. 샷이 정말 그냥 만들어졌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스케쥴 안되는 오정세 배우도 그날은 왔다. ‘남자 사용 설명서’ 이승재의 10년 후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찜질방을 오픈한 콘셉트로 촬영했다. 

Q. 준비 중인 드라마 작업 진행은 어떤가. 

프리 프로덕션 단계다. OTT 드라마인데 이번 연도에 제작 들어가길 바라고 있다. 지금 열심히 콘티 작업 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제 본성이 그래서 그런 건지 이게 원래는 굉장히 심각한 얘기인데 블랙코미디로 바꿨다. 저는 항상 온 세상 어디든 다 코미디는 있다고 생각한다.

Q. 경직된 한국 영화 투자에 바람이 있다면.

그냥 뭔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한국 영화가 다양해지고 다양성을 인정해 주고 한번 이렇게 환기해주는 느낌이 있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