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주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은 2019년부터, 300인 미만의 기업은 2021년부터 개정 법안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심각한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고용해법의 하나로 제안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또 그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이론상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을 담당할 인력에 대한 고용이 필요하게 된다. 그만큼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단축이 단순히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자칫 중소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과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대기업들이 주 52시간 이내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데다, 나머지 대기업들도 근로시간을 강제할 경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고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법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노사갈등만 제공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결국 2년 안에 파견근로자가 돌아가며 해고되는 역효과만 낸 파견근로자 제도를 예로 들면서 아무리 취지가 좋은 법이라도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견기업계도 “시간단축 법안이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는 구인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면 12조 원의 기업 인건비 추가부담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필수 숙련공 운영으로 근로시간조정이 어려운 기업들은 인력난으로 OECD 선진국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노동생산성은 더욱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부정적이다.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무가 많은데 비용만 상승하고 일자리는 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과 서비스업종을 원하는 청년들의 취업 선호도가 바뀌지 않는 한,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견련은 기업의 추가 부담과 근로자의 소득 감소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배제하고,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 최소한의 완충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의 실정을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고 걱정이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고, 그 때문에 오히려 근로시간단축으로 일자리를 늘어나기는 커녕 줄어들지도 모른다. 정책이 없어서 지금 청년실업률이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도 아니다. 지난 4년 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정책에 쏟아 부은 예산만 무려 52조3000억 원에 이르지만 별효과가 만큼 실업문제는 어렵고 복합적인 것도 사실이다.

설령, 근로시간단축으로 일자리가 생겨도 그것이 청년들이 원하는 자리가 아니면 고용 매스매치는 계속 될 것이고, 가뜩이나 임금격차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만 근로자들만 더 가난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대로 경제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면서 청년실업을 방치할 것인가. 세계 최장 근로시간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넘치는 나라가 계속 되어야 할까.

사실 우리가 근로시간단축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는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더구나 현재로는 희망을 잃고 사는 청년들에게 가장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와 기업과 국민이 함께 노력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언제 될지도 모른다. 당장은 어려운 여건에서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서로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임금격차 해소, 노동생산성 향상, 노조의 양보, 중소기업의 부담가중,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등 그에 따른 수많은 난제들과 시행착오는 해나가면서 하나하나 보완하고 극복하면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 노조가 합심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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