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최근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비스 개시 일주일 만에 700만이 넘는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다. 포켓몬고는 지난해 7월 해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는 강원도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만 게임이 가능했음에도 1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속초지역의 공원이나 역사 주변 등은 ‘포켓몬고 성지’로 불렸다. 하지만 서비스가 제한된 탓에 열기는 이내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런데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자 다시 불이 붙은 것이다.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포켓스톱’의 위치다. 포켓스톱은 게임의 목적인 ‘포켓몬’을 잡는 데 필요한 ‘포켓볼’과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무료로 제공하는 충전소와 같은 곳. 포켓스톱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 특히 그 중에서도 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가에 몰려 있다. 이런 지역이 이른바 ‘포세권’, 포켓스톱과 역세권의 합성어다. 집에서 편하게 포켓스톱을 이용할 수 있는 포세권에 사는 게 ‘로망’이고, 포켓스톱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용자들은 ‘포수저(포켓스톱+금수저)’라 불린다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인생을 언제나 거창한 목표를 향해 아등바등 땀 흘리며 긴장 속에 살 수만은 없다. 때로는 별 생각 없이 게임도 하고 한담도 나누며 느슨하게 살 필요가 있다. 스스로 시간을 죽인다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유별난 ‘게임열풍’에 어떤 사회 병리적 징후가 담겨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원칙과 상식이 사라진 지금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불편한 시선도 한번쯤 가져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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