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한국전력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한국전력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한국전력이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데 대해 현재의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시장 구조상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 6월 말 현재 연결기준 부채(부채총계)는 1년 전보다 28조5,000억원 늘어난 165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전의 부채는 전체 상장사 중 8위지만 1~7위가 금융회사거나 금융회사가 포함된 기업인 것을 고려하면 산업 부문에서는 한전이 사실상 1위다.

부채가 늘어난 것과 반대로 자본은 줄었다.

한전의 6월 말 기준 (자본총계)은 55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조3,000억원 급감했다.

한전의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을 낀 이번 3분기에 최대 적자 기록을 또 깰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 사채 발행한도를 상향하기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고 나섰다. 

앞서 한전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분, 부동산, 해외 석탄발전소 등 자산 매각으로 6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반기 기준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한전은 또 다시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올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 여력이 남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못지 않은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를 해야 하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한전의 재무위기는 이미 예견된 결과임을 지적하고, 전력시장 보상제도와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처방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환경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한전 적자의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고 재무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을 위해 이슈브리프 '한전 적자 부추기는 전력시장 보상제도와 거버넌스'를 발표했다.

이슈브리프는 한전에 막대한 적자가 누적되어온 현황과 배경을 되짚었다. 더 나아가 국내 전력시장이 왜 수급과 가격 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원을 진단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 및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한전의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석탄과 LNG 연료비 급등으로 증가한 전력 생산 비용은 각각 4조7,033억원, 8조3,781억원으로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비용인 14조3,033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후솔루션 측은 "한전이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적자를 키우게 된 것은 사실상 화석연료 발전기를 우대해주는 전력시장 보상제도와 거버넌스 때문"이라 지적했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은 급전에서 연료비만 고려하는 현물시장 중심으로 돌아간다. 국내 전력생산의 97%를 이러한 가격결정체계에 의존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자 통제 불가능한 국제 연료비 변동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게 됐다.

또한 한전발전자회사 소유의 기저발전기를 대상으로 전기의 생산 및 공급에 들어간 비용과 투자수익의 회수를 보장해주는 총괄원가보상제와 같은 과도한 보상 체계가 유지된 점이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급락하고 있는 화석연료 발전을 국내 전력시장에서는 오히려 총괄원가보상제도를 통해 필연적인 리스크로부터 보호하고, 오히려 우대함으로써 퇴출을 지연했다. 이 보상 체계는 국내 전력시장이 화석연료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이 때문에 세계 에너지 공급 위기 속 비정상적으로 연료가격이 급증하자 전력생산 비용을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고, 여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재무적 손실은 결국 한전이 부담하게 됐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소비자 또는 국민 모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기후솔루션 측 주장이다.

기후솔루션 측은 "재생에너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에너지전환 시대에 한전 발전자회사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은 에너지전환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최명균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세계 에너지 공급과 가격 변동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고 있는 국내 전력시장의 문제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 없이 이뤄지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이나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 증가와 같은 땜질 처방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국내 전력시장이 화석연료 발전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전력시장 보상제도와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일, 그리고 이를 통해 화석연료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길이 한전 적자를 해소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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