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9개사 빠지면 국내 자동차나 전자 업종 증발…매출 1조 클럽 18곳 가입
최대주주 지분율 18% 이하...2대주주 국민연금 보호막 역할

[SR타임스 장세규 기자] 삼성 그룹의 지난해 매출이 국가 예산의 70% 수준을 넘어 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기준 국내 자동차 1000개사 매출을 합친 규모보다 더 크다.

또한 향후 삼성이 전자와 금융 그룹으로 분리돼도 국내 10大 대기업 집단에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로 보면 ‘삼성전자 그룹’은 재계 1위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삼성금융 그룹’은 포스코 그룹 다음으로 7번째로 큰 대기업 집단에 등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가 ‘2015년 삼성 그룹 국내 계열사 경영 현황 분석’에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 삼성 59개社 빠지면 국내 자동차나 전자 업종 증발…매출 1조 클럽에는 18곳 가입

국내 삼성 계열사의 작년 전체 매출은 271조 88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 국가 예산 375조 원의 72.5%에 해당했다. 이는 자동차 1000개사 매출액 234조 원보다도 훨씬 컸으며, 전자 업종 1000대 기업 매출 312조 원과 비교하면 87.1% 수준이다. 만약 삼성 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빠지면 자동차나 전자 업종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셈이다.

삼성 그룹 중 삼성전자 매출(135조 2050억 원) 비중이 49.7%나 차지했다. ‘전자업종’ 관련 계열사들의 매출을 모두 더하면 184조 181억 원으로, 그룹 매출 중 67.7%다. 삼성디스플레이(9.7%), 삼성SDI(2.5%), 삼성전기(1.9%)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삼성=삼성전자그룹’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금융 계열사 매출 외형은 56조 3896억 원(20.7%)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한화 그룹 계열사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였다. 금융계 맏형격인 삼성생명(27조 136억 원)을 비롯해 삼성화재(21조 3864억 원), 삼성증권(3880억 원), 삼성카드(3212억 원) 순이었다. 59개 삼성 계열사 중 매출 1조 클럽에 드는 기업은 모두 18곳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일선 소장은 “우리나라 재계는 특정 기업이 길게는 10년 정도 매출 1위 자리를 유지하다 다른 회사에게 왕좌를 넘겨주는 패턴을 보여 왔는데,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여기에는 경영 비전이 명확했던 오너 경영자와 윤종용·이윤우 부회장 같은 뛰어난 전문경영인들이 있었기에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 반열 수준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오 소장은 “삼성전자가 1위를 한 지 15년이 흘러가고 있는데도 삼성전자를 능가할만한 업종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국가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최대주주 지분율은 현재 18%이하여서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보호막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향후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게 될 때 국민연금이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삼성전자 지분을 여전히 다수 확보하고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 영업이익 ‘삼성전자’, 직원 1인당 영업이익 ‘삼성벤처투자’, 영업이익률 ‘생보부동산신탁’ 1위

영업이익으로 살펴본 삼성전자 존재감은 더욱 명확했다. 작년 삼성 그룹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19조 2883억 원. 이중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3조 3982억 원으로 가장 높았다. 그룹 영업이익의 69.5%에 달했다. 삼성디스플레이(1조 9295억 원, 10%), 삼성생명(1조 575억 원, 5.5%), 삼성화재(1조 470억 원, 5.4%) 등도 영업이익이 높은 회사군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영업손실도 3조 6835억 원이나 됐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적자가 각각 1조 원을 넘었다. 앞서 두 기업은 체격은 컸지만, 체력은 상당히 허약했다. 삼성물산(-2090억 원)과 삼성SDI(-2049억 원)도 영업적자의 쓴 맛을 봤다.

그러나 직원 1인당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그룹 내에서 열 번째 순위로 다소 뒤처졌다. 이 분야 1위는 삼성벤처투자회사로 확인됐다. 앞서 이 회사는 작년에 직원 1인당 3억 1400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28억 원인데, 직원 수는 41명으로 1인당 영업이익 생산성이 가장 높았던 것. 이어 삼성자산운용(2억 4180만 원), 삼성생명보험(1억 9150만 원), 에스유머티리얼스(1억 7680만 원) 순으로 높았다. 삼성전자는 1억 4060만 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에서는 생보부동산신탁이 삼성 계열사 중 가장 높아 50.4%나 됐다. 앞서 회사는 삼성과 교보생명과 정확히 50% 지분을 갖고 있어, 삼성·교보생명 그룹에 둘 다 속하는 기업이다. 삼성자산운용(41.8%), 삼성벤처투자(34.5%), 서울레이크사이드(33.4%)도 영업이익률 상위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기준 삼성 전체 직원 수는 25만 4024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26만 5324명 보다는 1만 1300명(4.4%) 줄었다. 이중 삼성전자 직원 수는 9만 5290명으로, 삼성 그룹 중 37.5%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삼성디스플레이 2만 4849명(9.8%), 삼성물산 1만 6149명(6.4%) 순으로 직원 수가 많았다.

삼성 그룹 계열사들의 재무 상태는 대체로 양호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부채비율은 각각 23.8%, 20.1%로 매우 양호했다. 삼성SDI(35.7%), 삼성전기(30.9%), 삼성SDS(23.85%) 등도 부채비율이 낮았다. 이와 달리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라이온즈는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59개 삼성 그룹 계열사 중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들어가지 않는 기업은 18곳(44%)으로 확인됐다.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 중에서는 호텔신라, 에스원, 세메스 3곳만 사명에 ‘삼성’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외에도 신라스테이, 대정해상풍력발전, 에스티엠, 스테코 등도 ‘삼성’이라는 계급장이 없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현황을 토대로 분석이 이뤄졌다. 조사 대상 가운데 삼성의 국내 계열사는 59곳이고, 경영 현황은 2015년 개별 재무제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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