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던 증시가 2,600선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 증시 부양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 대거 들어와 강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주가가 장부가보다 낮은 이른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의 주가가 대거 급등한 영향이다. 정부가 저PBR주를 집중 관리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하자 기업들이 잇따라 주가 부양책을 내놨고,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전환점이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증시의 방향키를 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발표할 주주 가치 높이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정책 수혜 대상으로 꼽힌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인데, 단기 과열 양상이 짙어지는 흐름 속에 설 연휴 이후 주가는 관망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00포인트(0.92%) 내린 2591.31에 마무리했다.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가 5,121억원, 1,788억원씩 주워 담았다. 반면 기관 투자자는 7,241억원 가량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같은날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이 4%대 올랐다. 제일연마, 쌍용C&E가 8%대 오르며 업종을 견인했다. 한일현대시멘트(4.48%), 한일시멘트(3.52%), 아세아시멘트(3.20%) 등도 나란히 올랐다. 운수장비 업종이 1%대 올라 뒤를 이었다. 반면 운수창고와 서비스업은 2%대 내렸다. 서비스업의 경우 롯데정보통신과 NAVER가 각각 7%, 6%대 하락한 탓이다. 더존비즈온(5.21%), 아센디오(3.84%) 등도 동반 하락했다. 제조업, 전기가스업, 통신업, 음식료품, 건설업, 보험은 약보합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현대자동차가 4.85%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16.95% 뛰었다. 호실적부터 주주환원 정책, 기업 밸류업 정책 수혜 가능성까지 다수의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이 작용하고 있다. 기아 역시 올해 들어 18%대 상승한 주가를 보인다.

이외에 LG화학은 1.30% 상승 마감했다. 삼성물산, LG에너지솔루션은 강보합권에서 마쳤다. KB금융은 5%대 내렸다. 카카오는 2%대 하락했다. 셀트리온,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가 일제히 1%대 하락했다. POSCO홀딩스는 약보합 마감했다.

◆ 외국인 투자자, ‘반도체·자동차·금융업’ 집중

이 같은 혼조세에도 외국인 매수세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선 설 연휴 이후 코스피 급등의 중심에 있었던 저PBR 테마에 대한 수급 쏠림이 완화되면서 숨 고르기 장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을 보면 대표 저PBR 업종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금융업의 순매수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 양상을 보면 지난 5일까지 삼성전자(2조9,600억원), 현대자동차(8,364억원), 기아(4,566억원), KB금융(357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801억원), 삼성물산(3,637억원), 하나금융지주(1,933억원), 삼성SDS(1,560억원), 삼성전자우(1,829억원), KT(1,397억원), 삼성생명(1263억원) 등을 주로 사들였다. 전기·전자, 자동차, 이차전지, 금융지주 등의 업종에서 시총 상위사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반도체의 외국인 매수세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의 순매수 규모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D램 수요가 약 13% 증가할 것이며, 인텔 코어 울트라와 서버 시장이 각각 12.4% 및 17.3%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 미국 금리 인상, 그리고 환율 ‘변수’

국내 증시의 경우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따라 손해를 입어왔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90배로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나 규모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가 많다. 주가가 장부 가치에도 못 미치게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긴축기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며, 시장 예상보다 인하 폭도 작고 속도도 느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첫 인하 시점이 3월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히 꺾이고, 빨라야 5~6월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에 달러강세 현상이 나타나 외국인들의 순매수 경향이 한 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시의 급반등 요인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는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 동원력과 우수한 종목 선별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 증시의 수급 강도를 담당한다.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성향을 자극하고 이에 따라 국내 증시가 하락한다.

◆ “저PBR 종목 투자, ROE 개선 여력 판단”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PBR 상승 요인일 수 있는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거나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위해 현금흐름이 양호하고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 연휴가 지나고 저PBR 종목과 주가지수의 단기 과열이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수혜주는 성장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통상 PBR이 높아 상대적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반도체, 조선, 인터넷, 제약·바이오, 이차전지 등으로 순환매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사주 제도 개선, 배당 증가 등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기업 가치를 회복하자는 의미이고 결국 외국인과 주요기관들의 수급 동향을 잘 살펴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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