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개발 과정에서 발견한 식욕 억제 호르몬 GLP-1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가 비만으로 연간 300억 달러(한화 약 40조)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심장마비 예방과 알츠하이머 치료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비만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중 보건의 위기이기도 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약 1억 명의 미국인, 즉 성인 인구의 42%가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고, 과체중 인구는 미국 성인의 70%가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유럽도 약 40%가 과체중 인구에 속한다.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심장병, 관절염, 지방간 질환, 특정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비만인은 살을 빼기 위해 음식량도 줄이고 운동도 해보지만, 요요현상으로 인해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 체중이 느는 부작용을 겪는다. 이들은 체중 감량에 대한 사회적 압력과 더불어 의지력 부족으로 살을 빼지 못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더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체중 감량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이로 인해 비만 관련 만성질환의 발병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희망 역시 증가하고 있다. 식욕 억제 호르몬 GLP-1이 그 주인공이다.
GLP-1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고, 체중 감량에 매우 성공적이면서 부작용은 대부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진 호르몬이다. 2023년 임상 시험에서 심부전 증상과 심장마비 및 뇌졸중 위험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체중 감량 그 이상의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가 GLP-1을 ‘2023년 최고의 과학적 성과’로 선정했다.
1980년대 초 당뇨병과 혈당 조절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최초로 GLP-1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해당 호르몬이 사람의 혈당을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제약회사들은 GLP-1을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4년 덴마크 기업 노보노디스크가 GLP-1을 모델로 당뇨병 치료제,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 GLP-1 유사체)를 출시했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비만 치료제로 승인했다. FDA는 2017년 오젬픽을 당뇨병 치료제로, 2021년 위고비를 비만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후 노보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의 판도를 바꾼 제약회사로 우뚝 서게 되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의 시장 가치는 덴마크의 GDP를 넘어섰고, 유럽 기업으로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서는 세계적 기업이 되었다. 인구가 600만 명도 안 되는 덴마크에서 노보노디스크는 덴마크 경제 성장의 대부분을 견인하고 있다. 치솟는 주가로 인해 명품 그룹 LVMH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가치 있는 기업이 되었다.
비만은 2030년까지 약 10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이로 인해 체중 감량 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연간 800억 달러(한화 약 107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한 비만 치료제는 인류의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질병 치료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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