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개선은 정치적 접근보다 북한 주민 대상의 인도적인 방향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오준 전 UN대사ⓒSR타임스
▲북한 인권 개선은 정치적 접근보다 북한 주민 대상의 인도적인 방향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오준 전 UN대사ⓒSR타임스

◆ 홍용락 고문이 만난 '시대를 바꾸는 사람들' [22]  UN서 '북한 인권 문제' 본격 거론한 오준 전 UN대사

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오준(67)) 전 UN대사를 두 번에 걸쳐 만났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 이틀 시간을 내 달라고 하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외교관 출신들은 친해지기 전에는 본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다는 인터뷰 속설(?)이 염려되었기 때문도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정식 인터뷰를 하기 며칠 전에 종로평생교육원에서 강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인사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뷰를 위해 대사께서 아동 인권 봉사를 하며 재능기부를 하는 세이브 더 칠드런을 찾았을 때 반갑게 맞아 주었다.

 

2017년 30년 넘게 한 외교관 생활을 마칠 때까지 UN 대표부에 4번 근무했다고 한다.  한국 외교관 중에서 한 곳에 4번 근무한 사람은 이시영 전 대사를 제외하고는 유일무이한 붙박이 UN 외교관이었다.

 

UN 외교무대에서 국가 간 다자외교에 능력을 발휘한 것에 무한 긍지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또 UN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국가 인권 업무에 출중한 능력을 보여 준 것에 대해서도 만족하는 듯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2014년 북한 인권 문제를 UN 총회에서 강하게 거론한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세이브 더 칠드런 이사장으로 아동 인권 문제와 또, 2023년 8월 7일 열리는 부산 세계장애인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장애인 인권 등의 ‘사회적 인권’ 문제에도 수완을 보여주고 있다.

 

퇴직 후에 단순히 사회에 도움이 되고, 세상을 변화에 기여해 보자는 수준의 적정한 활동은 아닌 것 같다.

 

본인의 인생 후반전도 ‘인권’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업무를 통해 익힌 ‘인권’ 문제를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이론화 작업도 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경험한 ‘국가 인권’ 문제와 ‘사회적 인권’ 현장 활동을 통해 이뤄진 내공을 인권 이론화 작업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집대성 체계를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편집자 주]

 

- 유엔외교관 4번 근무 ‘국가 차원 인권’ 전문가로 ‘다자외교(多者外交)’에 시대적 사명 가지고 활약

- 2014년 유엔총회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민족 동포애 차원에서 연설은 UN사(史)에 진정한 인권 연설로 평가

- 아동인권 신장 위해 NGO 단체(세이브 드 칠드런) 재능기부 및 장애인 인권 향상 

- ‘2023 부산 세계 장애인대회’ 조직위원장 등으로 ‘사회적 인권’ 새 방향성 제시

- ‘인권’과는 떼래야 뗄 수 없는 ‘천착’ (穿鑿 : 깊이 살펴 연구함) 관계 인정하고 관(官), 민(民), 학(學) 관점으로 체계화

▲2014년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대해 UN 회원국을 대상으로 동포애로 진정성 있게 호소하는 연설을 하는 오준 UN대사ⓒSR타임스
▲2014년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대해 UN 회원국을 대상으로 동포애로 진정성 있게 호소하는 연설을 하는 오준 UN대사ⓒSR타임스

Q. 인권 문제,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여쭤보러 오면서도 아직 제 머리 속이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이 분야가 추상적인 분야인 것 같아 무엇부터 여쭤야 할지요?

== 이해됩니다. 많은 분이 인권 하면,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국가와 사회에서 인권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자문해 보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외교관일 때부터 인권과 관련되는 일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30여 년간 외교관 생활의 대부분을 유엔과 관련된 일을 하였는데, UN의 3대 핵심과제가 평화, 개발, 인권입니다.

국내에서 다자외교 관련 일을 할 때도 인권을 업무로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인권을 업무의 대상이 아닌 삶의 가치로서 생각하고 추구하게 된 것은 퇴직 후입니다.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세이브 더 칠드런은 아동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오는 8월에 열리는 2023 부산 세계장애인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도 장애인 인권과 관련된 일입니다. 

또한 북한 인권을 다루는 단체들과도 많은 일을 합니다. 그렇게 보면 저의 인생 2막은 거의 모두 인권과 관련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살아오신 이력으로 보아도 대사님의 인생이 인권 문제를 골똘히 파고들고 연구하고, 주변에 조언을 주는 관계였다는 것이 이해되네요?

대사님은 ‘인권’과 많은 시간을 보내왔지만, 일반인들은 아직도 인권에 대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많지 않나요?

== ‘인권’은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권리죠.

1948년 세계인권선언 1조에 있는 대로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것이 현대적 인권의 개념입니다. 

현실적으로 인권을 생각할 때 우선 ‘국가적 차원’의 인권 문제, 즉 우리가 국가로부터 자유롭게 인권을 보장받고 있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차원’의 인권 문제, 즉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서로의 인권을 보장해 주고 있느냐의 문제로 귀착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주제인 북한 인권에 대하여 이 기준을 적용해서 한번 생각해 볼까요?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세계의 많은 국가 중에서 북한을 비롯한 몇몇 인권 낙후 국가들은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 침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우리나라 등 상대적인 인권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느냐? 수준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죠.

물론 인권에 완벽한 국가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인 차이 기준으로도 어느 정도 수준 이하의 인권 상황이 되면 국제적인 비판과 규탄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국가가 국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심하게 침해하는 국가를 세계국가 연합체인 UN에서 인권침해 국가로 규정하고 국제적인 논의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아동 인권 보호의 중요성이 현재도 늦었다. ‘세이브 더 칠드런’ 이사장으로 네팔 사업장을 방문한 오준 전 대사ⓒSR타임스
▲아동 인권 보호의 중요성이 현재도 늦었다. ‘세이브 더 칠드런’ 이사장으로 네팔 사업장을 방문한 오준 전 대사ⓒSR타임스

Q. UN에서는 인권 문제에 있어 세계의 각 국가의 인권 수준을 서열로 정하고. 서열이 낮은 국가에 대해서는 인권 보고서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가혹한 인권 침해가 만연하고 있는 북한 인권은 UN에서도 해결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요. 

특히 유엔이 생긴 후 50년 정도는 국내 문제 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각국의 인권 문제에 개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주장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인권 문제가 심각한 국가를 유엔 총회 등에서 별도로 거론하고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소위 ’망신 주기(naming and shaming)’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시기에는 인권 침해에 대한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너무 미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제형사재판소가 설립되고, 보호책임 개념의 도입 등을 통해 설사 인권 문제가 각 나라의 국내문제라도 지나치게 심각한 침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 즉 UN이 개입한다는 자세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반인도 범죄, 침략 범죄 등 4대 범죄는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2003년부터 유엔에서 다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10년은 앞에서 말씀드린 국내문제 불간섭 원칙에 따라 단순히 인권 결의안 즉, ‘망신 주기’ 차원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반인도 범죄’로 규정한 후에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죠.  즉, 북한 인권 문제가 안보리에서 논의되고 북한 지도자들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설에 참여한 2014년 UN 안보리 최초의 북한 인권 문제 토의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안보리 내에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갖고 행사하기 때문에 북한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될 가능성은 매주 낮습니다. 

 

Q. 매년 북한 인권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공개총살, 15만 명 이상 정치범 수용, 주민들 거주 이전 제한, 주민들의 성분을 나눈 주민 계급제도 등등은 UN에서 지향하는 반인류적 범죄가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북한 지도자들이 제소가 안 되는 이유가 북한 우방국이 UN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 하는 이유 때문만인가요? 

==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북한이 국제형사재판소에 미가입국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북한은 앞에서 열거한 내용보다 더 참혹한 인권 침해가 탈북민을 통해 UN에서 증언되고, 또 매년 북한 인권보호관의 보고서를 통해 UN에 알려졌습니다. 

인권 침해 심각성만 놓고 볼 때도 북한 지도자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되어 엄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형사재판소 미가입 국가이므로,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방법은 유엔 안보리의 결정뿐입니다.

 따라서 거부권을 가진 북한의 우방국들인 러시아, 중국 등이 UN 안보리에 있는 한 실제로 북한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지금도 장애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많은 장애인 단체와 일하고 있는 오준 전 UN 대사가 2016년 현직 때 뉴욕 장애인의 날 함께 행진하는 모습.ⓒSR타임스
▲. 지금도 장애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많은 장애인 단체와 일하고 있는 오준 전 UN 대사가 2016년 현직 때 뉴욕 장애인의 날 함께 행진하는 모습.ⓒSR타임스

Q. 그렇다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아동 집단학살 등의 문제로 국제 형사재판소에 얼마 전 제소되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UN 안정보장이사회의 일원인 러시아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것도 소위 ’망신주기’로 끝나는 것 아닌가요? 북한 반인권 독재 지도자들도 같은 수준으로 결말이 나는 것 아닌가요?

== 경우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경우도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고 러시아가 국제형사재판소 미가입국이므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될 가능성은 별로 없었죠.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국제형사재판소에 가입이 되어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에서 자행한 인권 침해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가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이유와 과정을 통해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아동 학살의 책임을 물어 현재 체포영장을 발부하게 된 것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푸틴 대통령을 러시아나 세계 어느 곳에서 푸틴 대통령을 체포, 구금해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지도자 경우에도 국제형사재판소 가입국인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지르면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현재 북한 지도자도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반인권 침해를 한다면 푸틴 대통령 경우와 같이 국제형사재판소에 체포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푸틴이 국제형사재판소에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더라도 대통령직에 있을 때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은 높습니다. 

국가지도자가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될 경우 현직에 있을 때는 재판을 받지는 않고 임기가 끝난 후에 재판이 시작, 계속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죠. 

 

Q. (매우 흥미로운 얘기군요) 오준 대사님 UN대사로 근무할 때 국내뿐만 아니라 UN의 전 회원국이 주목한 일이 있었다면서요. 

2014년 UN 총회에서 북한의 반인륜적 인권 실상을 본격적으로 용기 있게 거론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 그 당시는 우리나라가 2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거의 끝낸 마지막 단계였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회의에 북한 인권 문제가 의제로 상정된 것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안보리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은 매우 드물고, 북한 인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안보리에까지 회부되었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한 상황이었죠. 

저는 당시 유엔대사로서 발언하게 되었는데, 그냥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비판만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와 같은 핏줄인 북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는 데 대해 분단된 동족인 우리들로서는 특별한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런 감정을 다른 나라 외교관들에게 설명해서 이해와 납득을 시킬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처음 5분은 준비한 원고를 읽고 나서, 추가로 3분 동안 원고 없이 그러한 한국인들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발언한 내용이 나중에 한국의 방송과 SNS를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도 확산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연설을 한 2014년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논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된 시기입니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유엔에서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입니다.

처음 10년은 ‘국내문제 불간섭’ 원칙에 따라 결의안 채택 등을 통한 망신 주기(naming and shaming)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그 후의 10년 논의는 더욱더 진지한 내용을 담게 되었죠. 

 

Q. 오준 대사님 연설이 UN에서 북한 인권 문제 논의의 장(場)을 마련하는 기폭제가 되었군요.

그러나, 아직도 북한 인권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묘책이 없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낍니다. 원론적인 얘기입니다만, 이 상황에서도 북한 인권을 계속 거론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저는 인권 문제를 긴 안목에서 보고 정치적 풍향에 따라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유엔 결의안과 같은 국제적 압박이 실제로 인권 상황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아무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나 공개처형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북한 독재정권은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그러한 인권 침해를 계속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북한 인권 보고관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폭로되고 지적됨으로써 북한 당국도 그러한 행동을 자제하거나 은밀하게 움직입니다.

결과적으로 인권 침해 건수가 줄어들고, 조금씩이나마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독재 정권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예에 비춰봐도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1967년에 일어난 소위 동백림(東伯林) 간첩단 사건을 생각해 볼까요?

유럽에 거주하던 우리나라 주재원이나 예술가들이 우리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하였다고 194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던 사건입니다. 

그 사건으로 체포된 사람 중의 2명이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당시는 사형 언도가 나면 거의 집행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우리 정보기관의 불법적 납치와 연행을 문제 삼아 국제적인 문제로 제기하였기 때문에, 결국은 2명의 사형수도 특별사면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나라도 국제사회의 여론에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인권 결의안 같은 국제적 압박은 직. 간접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이죠.

▲북한 인권을 비롯한 국가 인권,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보호 방향에 대해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오 대사와 초청한 종로평생교육원의 서종환 원장(전 공보처 차관)ⓒSR타임스
▲북한 인권을 비롯한 국가 인권,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보호 방향에 대해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오 대사와 초청한 종로평생교육원의 서종환 원장(전 공보처 차관)ⓒSR타임스

Q. 그렇다면, 현재 참혹한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우리나라와 서방 국가들이 압박을 가중한다면, 현재 핵무기를 앞세워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좋은 유인책도 되지 않을까요? 나아가 통일에 대한 긍정적 접근 방향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죠. 

먼저, 저는 북한 인권과 비핵화 문제를 서로 연계시켜서 접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은 인권의 잣대로, 비핵화는 비핵화 자체의 논리로 다루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의 분명한 생각입니다. 

북한이 불법적인 핵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고 제재로 인하여 북한 주민들의 인권(특히 사회권)이 제약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는 비핵화 실현을 위해 필요한 압박 수단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과 비핵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병행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좋은 방향이라는 주장에도 동의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도 인권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 압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인권 결의안을 통한 ‘망신 주기’를 넘어서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와 같은 더욱 강압적인 수단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사회가 북한 지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은 국제형사재판소에 가입국이 아니고, 유엔 안보리의 결정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실행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북한 인권의 문제는 비핵화 제재와 분리해서 별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인권 문제가 정치화되지 않고 순수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처럼 독재로 군, 관 및 주민이 일체화 되어 있는 국가 조직에 정치적 압력 없이 순수하게 인권 문제만 거론해서는 북한 인권 개선을 기대할 수 없지 않을까요?

== 북한 인권침해의 근본적 원인이 독재정권에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대하여 과거 유엔대사 시절이나 현재 교수, NGO 단체장으로서도 지적하고 강연을 합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정도로 인권 상황이 열악한 국가는 20개국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인권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가 또 다른 과제이죠. 북한 측에 대놓고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방안이 현재는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그 효과도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의 인권 논의를 통한 대북 압박에 참여하는 것이 우선적인 방향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정권이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 불참하였던 것은 실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한 정치적 관계가 원만하기만을 의식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애써 눈감는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죠.

반면에,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 정권 때리기에만 활용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인권 문제를 인권 자체로 접근하는 비정치적 접근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인도적 접근을 하는 방법 같은 것이 한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지역에 홍수가 날 경우 천재지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인도적 위기 대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퍼주기’ 아니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북한 제재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인도적 지원 품목이나 규모도 UN의 판단을 받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인도적 지원을 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나 독재정권으로부터 위기 시 인간이 인간으로서 받아야 할 권리를 새삼 일깨워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우리의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 방법이 된다고 봅니다.

▲UN대사로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한 외교관에서 이제는 사회적 약자들 인권 증진이 본인 인생이라고 홍용락 고문과 대담에서 담담히 밝히는 오준 대사.ⓒSR타임스
▲UN대사로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한 외교관에서 이제는 사회적 약자들 인권 증진이 본인 인생이라고 홍용락 고문과 대담에서 담담히 밝히는 오준 대사.ⓒSR타임스

Q.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우리의 대처에 대해 한 방법을 말씀하셨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종합적인 우리의 대응 방향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 인권에 완벽한 국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특정 국가의 인권 상황에 관한 평가는 상대적 평가라고 할 수 있죠. 

국제적으로 북한은 상대적으로 볼 때 인권상황이 가장 나쁜 10여 개국 중에 포함됩니다.

국제적으로 몇몇 국가들은 인권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서, 그 정권의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 대상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볼 때 같은 민족인 우리로서는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최악의 인권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겠죠. 그렇게 되려면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북한 정권이 독재를 종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려해야 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의 삶과 인권에 도움을 줄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민주화되면 인권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테니까, 현재 주민들의 인권 상황 개선보다는 정권 타도에만 집중한다면 그 방법도 지나치게 미래지향적 접근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인권에는 자유권만 있는 게 아니고 교육을 받을 권리,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와 같은 사회권도 있습니다. 

사회권이 실현되려면 국가(정부)가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 정권은 그러한 능력이 부족하므로 외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북 국제 제재가 유지되는 한 인도적 지원만이 가능합니다. ‘인도적 지원’이란 먼저 말씀드린 것 같이 인도적 취지의 지원이 아니고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는 지원을 뜻합니다.

전 정권에서 인도적 취지의 지원을 구실로 실제적으로 북한 정권을 지원한 경우는 이제는 배제해야 하는 것이 분명한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는 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는 지원이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앞에서 전제로 말씀드렸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북한에 지원한 쌀, 비료 지원 같은 것은 국제적 기준으로는 인도적 지원이 아닌 경제 지원 범주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무엇이 인도적 지원이고? 무엇이 경제지원인지? 가 불확실하면 유엔의 대북제재 위원회가 그 기준을 들어서 판정해 줍니다. 

실제로 수십 년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을 하는 유니세프나 세계식량계획(WFP)도 새로운 사업을 할 때마다 매번 대북 제재위원회로부터 제재 위반 가능성이 없는지? 인도적 사업인지? 에 대한 판정을 받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그렇게 국제적 기준에 따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데, 현재에는 인도적 지원도 중지된 것이 안타깝고, 북한 주민들의 사회권 실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두번째로 우리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려면 조금이라도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는 부분이 있으면 칭찬해 주고 더 나빠지는 부분은 그때그때 지적하고 과감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김정은 집권 10여 년간 북한에서 장애인 인권 상황이 조금 개선되었다는 증언들이 있습니다.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에도 가입했고, 패럴림픽(Paralympic. 장애인 올림픽)에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유엔 인권 보고관 중 유일하게 장애인 권리 보고관을 방북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고위 탈북인사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는데, 어릴적 스위스에서 유학했던 김정은이 장애인 인권 존중 사례를 직접 체험한 것이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런 작은 변화라도 분석하고 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악화를 비판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Q. 북한 인권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외교관을 마치고 요즈음은 아동 인권 NGO(비정부기구)와 ‘2023 부산 세계장애인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東奔西走)하십니다. 성과가 있으신가요?

== 제가 하는 NGO 활동은 대부분 인권과 관련된 것입니다.

북한과 같이 국가에 의한 인권 침해 사례가 많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다루어지는 인권 문제의 또 다른 큰 줄기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입니다.

왜냐하면 인권 침해는 우리 사회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국가뿐 아니라 우리가 모두 서로의 인권을 침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가정폭력, 학교의 왕따, 직장의 성희롱 등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사회적 인권 침해의 대상은 대부분이 여성, 아동, 장애인, 탈북민 같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강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은 매우 드물죠. 강자는 사회적으로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방어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사장으로 봉사하는 세이브 더 칠드런은 104년이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 권리 옹호 기관입니다.

지금 와서 아동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는 것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동 권리와 관련되어 요즈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출생 아동의 실종사건을 보면 아동 권리 차원의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때가 얼마나 늦었는지 이해되실 겁니다. 

이제까지는 어른들의 시각에서만 보면 모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인간으로 등록될 권리가 있다는 아동권리협약의 조항을 쉽게 무시한 측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제가 아동단체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는데, 대부분의 아동 단체들은 과거부터 오랫동안 ‘출생 통보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최근의 비극적 사태로 출생통보제가 도입되었습니다만, 이처럼 큰 사건이 있어야 사회의 관심이 주어지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는 또 하나의 사회적으로 인권침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장애인 관련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과거 UN 외교관 시절 장애인 권리협약 의장을 2년간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재활협회 등 장애인단체들과도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8월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장애인대회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장애인 관련 국제회의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문애준 한국여성장애인협회 회장과 함께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홍용락 SR타임스 논설고문
▲ⓒ홍용락 SR타임스 논설고문

(오 대사는 침착하고 본인의 생각을 남에게 잘 이해 시키는 분 같았다.

작고(作故) 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부친이 1945년 미군정 근무 후 우리나라 정부가 수립될 때 외무부 창설 요원으로 참여하여 LA 영사 등 외교관이었다고 하니까, 대를 잇는 2대 외교관인 셈이다. 

이런저런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상대에 대한 절제된 매너와 배려가 역시 몸에 밴 외교관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외교관 생활에서 국가적 차원의 인권 문제 안목을 가진 분으로서, 또 다른 사회생활에서도 사회적 인권 문제에 종사하게 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 같다. 

흔히, 지금 갖춘 사회적 조건이면 새로운 환경과 또 다른 일에 호기심을 가질 법도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저는 외교관 퇴직 후의 모든 사회 활동에서 ‘인권’이라는 화두를 ‘천착’(穿鑿 : 깊이 살펴 연구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인권에 대해서 무언가 깨달은 게 있다는 뜻이 아니고, 인간 사회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명제를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할까요.” 헤어지며 한 마디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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