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 싫어할 사람은 없다. 더구나 나들이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화창한 5월이다. 안 그래도 근로자의 날(1일)과 석가탄신일(14일)이 주말이어서 억울하고, 어린이날과 주말을 합쳐 넉넉하니 여행하려고 하니 중간에 금요일(6일)이 끼어있어서 애매했는데 정부가 고맙게도 그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 해주었다.

그뿐인가. 1일부터 2주간은 ‘봄, 여행주간’이라고 정해 지역 관광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한때 유행했던 광고 카피처럼 여행 많이 하라고 고속도료 통행료, 열차운임, 프로야구 입장료도 할인해준다. 이런저런 이유로 멀리 못가는 서울 시민들을 위해서는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창덕궁과 종묘에서는 ‘궁중문화축전’도 펼쳐진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벌써 그 기간 전국 휴양지의 호텔과 리조트는 예약이 거의 꽉 찼고, 전세버스와 렌터카도 만원이다. 보다 많은 휴일과 할인, 프로그램으로 내국인들의 여행을 증가시켜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라면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하겠다. 경제가 어렵고, 내수가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일시적일망정 이렇게 여행과 휴가의 붐이 일어나고 있으니.
 
휴일의 증가와 값싼 여행은 특히,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비율이 높은 우리 근로자들로서는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기업들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당장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부담은 있지만, 좋은 휴식이야말로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이고, 장기적으로는 내수 활성화가 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깜짝쇼’ 하듯, 갑자기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결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여행도 계획이 필요하다. 어디로 갈지, 얼마를 쓸지, 얼마나 있다가 올지, 누구하고 갈지 등등. 아이들 등교, 약속 등 고려해야 할 사항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갑자기 내일 쉬라고 해서 무턱대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난감하다.

6일이 샌드위치 데이의 중간에 낀 날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면 또 모르겠지만, 연초에 달력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또 이 때를 전후해 ‘봄, 여행주간’이 펼쳐지는 것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무심히 있다가 부랴부랴 임시공휴일로 정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속이 보이고, 자연스럽지도 못하다. 혹시라도 이런 어설픈 선심 하나로 실망한 민심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작은 것 하나도 미리 꼼꼼히 살피고, 계획하는 것이 진짜 ‘국민 행복’을 생각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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