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위상 높아지고 정 부회장의 입지 강화

[SR타임스 이행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내 주요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을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경영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은 지난 8일 진행됐다. 이날 합병으로 연매출 20조원 규모의 거대 철강사가 탄생했다. 합병 최종 마무리는 오는 5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거쳐 7월이면 모두 마무리된다.
 
이번 합병으로 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위상에 어떤 변화가 있느냐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품질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2012년 3월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처음 선임된 뒤 지금까지 철강부문 경영에 관여해왔다.
 
▲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부회장
 
물론 우유철 부회장과 강학서 사장, 송충식 부사장이 함께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만 이번 합병에 의해 정 부회장의 철강부문에 대한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 내 현대제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정 부회장의 입지 역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순환출자구조다. 정 부회장은 최대주주(23.29%)인 현대글로비스 등 8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43.49% 중 13.39%를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해 1조1576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지분구조는 기아차 16.88%, 정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이다.
 
지분 승계에 대한 부담은 큰 상태지만 그룹 전체에 대한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재 주가를 반영한 시가 평가 가치는 4조6000여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주력계열사에 대해 정 부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 규모는 2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주력계열사들이 모두 상장사이기 때문에 지분 승계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지분가치 평가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정 회장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한 상황에서 지분을 증여할 경우 지분율 하락과 함께 경영권이 위협을 받게 된다. 때문에 지주사 전환 후 본격적인 지분 승계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기아차 대표이사로 선임된 2005년 이후 단 한번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편법 또는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 사건으로 연루된 적이 없는 등 대내외적인 경영능력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한편 현대제철이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현대하이스코의 경우에도 기존 대차잔고 증가에 따른 숏커버를 감안하면 행사기간동안의 주가가 행사가액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은 낮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 지분 2.29%(267만주)에 대해 합병신주가 아닌 자사주 형태로 교부될 예정이어서 합병에 따른 신주발행주식수가 1956만주가 아닌 1689만주로 축소돼 EPS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현대제철에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현대제철이 종합철강업체로 완성을 이루게 됐다며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연간 1000억원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병완료 이후에도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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