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대표직’ 3일 만에 하차

[SR타임스 이행종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공동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3일 금호타이어 및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사전 협의 없이 박 부사장이 공동 대표이사에 취임했다며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철회를 요청했다.
 
박 부사장은 전날 오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직접 방문해 "실무진의 실수로 주주단에 대표 선임 사실을 미리 알리지 못해 유감스럽다"며 스스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박 부사장의 대표 선임은 지난 1일 금호타이어가 대표 변경을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이는 금호타이어가 박삼구 회장과 김창규 사장 등 2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4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 것으로 알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채권단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존에 2명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도 경영을 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굳이 2명을 추가로 선임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금호타이어가 주요 안건에 대해 사전 승인을 받기로 주주단과 특별약정을 맺었는데도 이를 위반하고 임의로 독단적으로 대표 인사를 단행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에 따라 박 부사장은 지난 달 31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3일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약정 사항을 위반하고 임의로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은 명백한 절차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주단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자 금호타이어는 결국 박 부사장과 이 부사장의 대표 선임을 이날 철회키로 결정한 것.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미리 알리지 못한 것은 실무진의 착오에 따른 것으로 주주단을 배제하거나 독단적으로 인사를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오늘 중으로 대표 선임과 관련된 공식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계열사의 잇단 워크아웃 졸업을 계기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서두르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박삼구 회장의 경영승계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사장을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사업인 항공(아시아나애바카스)과 타이어 부문 대표로 선임, 그룹 재건 및 경영권 승계 의지를 천명했지만 채권단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번 사태 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이처럼 채권단이 박 회장에 대한 잇따른 딴지는 박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게임의 룰’을 어기고 있다”며 “채권단이 지원을 한 이유는 박삼구 회장이란 개인이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 금호산업을 살리려고 한 것인데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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