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보인 녹십자 지분율 ‘15%→29%’ 끌어올려

[SR타임스 이행종 기자] 일동제약이 녹십자 측의 이사 선임 문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두 회사의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재 점화 됐다.
 
◇ 실력 행사 나선 녹십자
 
녹십자 측은 지난 6일 일동제약에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 가운데 2명을 녹십자 측에서 추천하는 이사로 선임하라는 내용의 주주 제안서를 발송했다.
 
‘주주 제안’은 지분율 1% 이상인 주주가 주주총회 논의 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녹십자의 주주 제안서에 문제가 없다면 일동제약은 주주총회 안건에 이를 반영해야만 한다.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은 이정치 대표이사 회장과 이종식 감사, 최영길 사외이사다.
 
현재 녹십자는 일동제약 주식 29.36%(735만9773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815만1126주)에서 불과 3.16%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년 일동제약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자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는 일동제약 임시주총에서 지분 10%를 보유한 피델리티펀드와 손잡고 반대표를 던져 무산시켰다.
 
녹십자는 “주주 제안서 제출은 주주의 권리”라는 입장이다. 일동제약도 “녹십자가 적대적 M&A만 하지 않는다면 주주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맞섰다.
 
​당시 녹십자는 “일동제약과 다양한 사업 활동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1년간 녹십자는 일동제약과 아무런 사업 제휴도 진행하지 않았다.
 
​더욱이 녹십자가 이번 이사 선임을 요구함에 따라 양사는 올해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극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이번 녹십자의 주주제안서 발송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일동제약 운명, 지분 매입에 달려
 
녹십자의 이사진 선임 요구에 대해 업계에서는 녹십자의 몸집 불리기 의혹에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주주제안서 제출은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이라며 “적대적 M&A로 확대해석은 하지말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녹십자는 지난달 16일 일동제약 주식 315만주를 개인주주로부터 매집하면서 단숨에 일동제약 주식지분율을 29.39%로 높였다. 이는 일동제약의 보유분과 불과 5% 내외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것.
 
게다가 녹십자는 지난달 24일 일동제약 임시주총에서 지주사 전환 안건을 반대하는 실력 행사를 했다. 그 결과 주총통과는 실패로 끝이 났다. 결국 녹십자의 M&A 의도가 분명해졌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녹십자가 업계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일동제약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움직임을 보인 이유는 뭘까
 
녹십자는 현재 유한양행에 이어 업계 2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게 된다면 단숨에 업계 수위로 등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여기에 백신 등에 강세를 보이던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강점인 일반의약품 시장까지 흡수하게 되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매출 8800억원의 녹십자(업계 2위)와 3600억원의 일동제약(업계 7위)이 합병하게 되면 업계 1위 유한양행의 9100억원을 단숨에 넘어서며 업계 수위 업체로 등극할 수 있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기로에선 녹십자와 일동제약 운명은 누가 더 지분 매입 확보를 많이 하느냐에 달렸다. 녹십자의 현금 보유 능력에 비춰 녹십자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지만 무리수를 둘 경우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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