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지 습유 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60편 정선)
 작가 미상  지음 | 일본고전명저독회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246쪽│14,800원

 

[SR(에스알)타임스 장의식 기자] '우지 습유 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는 '금석 모노가타리집(今昔物語集)'과 함께 일본 설화 문학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중세를 대표하는 설화집 중 하나다. 귀족, 무사, 서민, 승려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참새가 은혜 갚은 이야기'와 '도깨비에게 혹을 떼인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흥부 놀부 이야기, 혹부리 영감과 유사해 흥미롭다. 전체 15권 197화의 설화 중 가장 대표적이고 재미있는 60화를 정선해 옮겼다.

'우지 습유'는 정확한 편찬 연대나 편자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마쿠라(鎌倉) 시대에 해당하는 13세기 전반 무렵에 성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20가지가 넘는 전본(傳本)은 크게 고본(古本) 계통과 유포본(流布本) 계통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내용은 대동소이해서 설화 수나 배열이 다르지는 않다.

전체 15권에 197화의 설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고대 율령제가 붕괴되고 중세적 봉건 체제로 이행해 가는 격동과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몰락해 가면서도 왕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지켜 가려 하는 귀족들, 정치와 문화의 주역으로 부상한 신흥 무사 계급, 재해와 전란의 와중에도 서서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한 서민 등 설화에는 각계각층의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누가, 언제 '우지 습유'를 편찬했는지 확실한 사항은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제목만 전해 오는 이 '우지 대납언 모노가타리'라는 책이 어떤 형태로든 그 성립의 모태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또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것이 시공을 초월한 인간 보편의 욕구라는 점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우지 습유'에 실린 이 설화들에는 당시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들에 울고 웃었으며 어떤 사건에 놀라고 흥미를 가졌는지, 그리고 그 사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우지 습유'에 수록된 설화의 내용을 그 성격에 따라 분류해 보면, 불교 설화와 세속 설화, 그리고 불교와 세속 양 요소가 혼효(混淆)된 설화로 대별할 수 있다.

헤이안(平安) 시대 이후 불교는 일본인들의 생활과 관념 등 문화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나라(奈良) 시대에 성립한 일본 최고(最古)의 불교 설화집인 '일본 영이기(日本靈異記, 니혼 료이키)'를 필두로 12세기경에 불교 설화와 세속 설화를 집대성한 '금석 모노가타리집(今昔物語集)'(이하 '금석'으로 약칭함) 등 설화 문학 안에서 불교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해 왔다.

특히 전란의 시대였던 일본의 중세는 종교적 구원을 찾는 새로운 불교 종파가 잇따라 성립했고 '발심집(發心集, 홋신슈)' '사석집(沙石集, 샤세키슈)' 등 불교 설화집이 다수 배출된 시기였다.

'우지 습유' 역시 총 197화 중 80화 정도가 불교 설화나 불교·세속의 혼효 설화로 분류되는 내용이어서 그 비중이 작지는 않다. 그러나 불법의 영험, 발심(發心), 왕생(往生)·전생(轉生), 영이(靈異)·이류(異類) 등 불교의 가르침을 설화화한 전형적인 불교 설화보다는 승려나 사원, 보살 등 불교적 소재가 등장하더라도 이야기의 중심은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점이 '우지 습유'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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