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 디 아일> 포스터 ⓒM&M 인터내셔널
▲영화 <인 디 아일> 포스터 ⓒM&M 인터내셔널

- 동독인들에게 통일은 재앙...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동독청년들의 네오 나치화

- 자본주의 슈퍼마켓 속에서 일하는 사회주의 공동체 노동자의 모습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토마스 스터버 감독의 <인 디 아일>(수입/배급: M&M 인터내셔널)에 대한 진중권 교수와 함께하는 시네마톡이 서울 CGV 압구정에서 27일 열렸다.

시네마톡 자리에서 진 교수는 먼저 <인 디 아일>의 배경이 된 통일 독일에 대한 오늘날의 모습을 언급하며 “대부분의 동독 사람들에게 통일은 재앙이었다. 통일이 된 지 30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동독 지역 임금은 서독 지역의 70%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임금 격차가 4%밖에 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작가는 통일 후 여러 사회 변화를 통해 좌절하는 부모 세대를 봐왔고 그래서 브루노로 대변되는 동독 시절을 살아온 구세대를 그려낸 게 아닌가 싶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그는 “이 영화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는데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에 부적응 한 동독 지역 청년들 상당수가 네오 나치로 빠져 나간다”며, “실제로 온몸에 문신을 한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이 그럴 것이고 어쩌면 크리스티안도 과거 그랬을 수도 있다. 네오 나치들과 이민 노동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부분은 전에 함께 일한 포르투갈 노동자들과 별 문제 없었냐는 질문에 나는 별 문제 없었다라고 대답한 장면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 슈퍼마켓은 자본주의의 신성한 전당이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동독 사회주의 노동 공동체의 소우주’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한 진 교수의 깊이있는 해설은 우리나라가 미래에 직면할지 모를 통일국가의 사회상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서울 CGV 압구정에서 27일 열린 <인 디 아일> 진중권 교수와 함께하는 시네마톡 현장  ⓒM&M 인터내셔널
▲서울 CGV 압구정에서 27일 열린 <인 디 아일> 진중권 교수와 함께하는 시네마톡 현장  ⓒM&M 인터내셔널

그는 이어서 동독 사회주의 공동체 문화가 영화 속에 녹아 있는 장면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진 교수는 “퇴근할 때 일렬로 줄 서서 관리자와 악수를 나누는 건 사회주의 문화이다. 또한 악명 높은 브루노의 15분 휴식이나 담배를 피우거나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 규율 등을 관리자부터 지키지 않는 모습 등은 과거 느슨한 동독 노동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며, “노동과 관련한 규율이 엄격한 서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이러한 모습 때문에 서독인들이 동독인들을 게으르다며 비하하는 표현도 있었다”라고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동독인들이 통일 이후 가장 힘들어 했던 게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옆에 가까운 사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동독인들은 원래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닌 생활 공동체 문화였다. 그 모습이 영화 속에서 연애 문제에 대해 한 마디씩 조언을 해준다거나 지게차 자격증을 땄을 때 크리스티안을 둘러싸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는 동독 사회주의 공동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자세히 말했다. 

진 교수는 등장인물 중 브루노에 대해서는 “그는 훌륭한 멘토이다. 그는 이전에 넓은 길과 동독 전역을 달리던 때를 그리워하며 좁은 통로에서 지게차를 몰고 있지만 다음 세대인 크리스티안이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리고 그가 준비가 되었을 때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온다"며, "브루노를 비롯한 세대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는 그 시기를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묘한 향수를 갖게 하는 영화”라고 정리했다.

<인 디 아일>은 지난 22일 개봉 후 관람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독일 아트 영화로 슈퍼마켓에서 일하게 된 내성적인 청년 ‘크리스티안’이 겪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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