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신숙희 기자]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는 효경(孝經)에 실린 공자의 가르침이다.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라는 뜻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멀리 공자까지 가지 않더라도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효’를 강조해 왔다. 나에게 몸을 물려준 부모이기에 그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다. 

반면 '나로 인해 태어난 생명'이라 하여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심지어 아무런 가책 없이 정서적 신체적으로 어린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들이 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도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발생한다. ‘절망으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 하여 어린 자식의 생사마저 마음대로 할 권리는 그 어느 부모에게도 없다. 

2015년 12월 인천에서 감금된 채 폭행에 시달리던 11살 아이가 가스배관을 타고 맨발로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굶주린 아이가 달려간 곳은 먹을 것이 널린 편의점이다. 몸무게는 고작 4살 아이 수준인 16kg에 불과했다. 벼랑 끝에 매달린 상황에서도 살고자 하는 아이의 필사적인 몸짓은 안타깝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했다. 

태어난 이상 '생존'은 당연한 권리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도 아동의 기본 권리를 생존할 권리, 보호받을 권리, 발달할 권리, 참여할 권리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생존권'은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안전한 주거지에서 살아갈 권리,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기본적인 보건서비스를 받을 권리 등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데 필요한 권리를 말한다. 

생존권은 보호권이 강화될 때 보장받을 수 있다. 보호권은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 차별, 폭력, 고문, 징집, 부당한 형사처벌, 과도한 노동, 약물과 성폭력 등 어린이에게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아동학대 근절 위해 '아동교육' 강화해야(사진=픽사베이)
▲아동학대 근절 위해 '아동교육' 강화해야(사진=픽사베이)

2016년 아동학대 종합대책이 나온 후 부모교육이 강화됐다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아동학대 가해자 중 여전히 부모(71.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5년 맨발 소녀 사건, 2016년 평택 원영이 사건, 최근에 일어난 고준희 양 사망 사건처럼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시간에도 아이들의 생존권은 위협받고 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학대해도 부모가 이를 교묘하게 숨기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동 또한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주변에 알리기를 주저한다. 나중에 돌아올 더 큰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보호자인 부모의 잘못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 미숙 때문에 더욱 주저하게 된다. 연령이 내려갈수록 학대 상황을 더 인지하기 어렵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기관은 대책을 쏟아낸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 대책은 아동학대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발견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확대, 신고의무 강화, 인권보호관 지정, 부모교육 강화, 위기아동 조기발견시스템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대 발생 시 아동 스스로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개발·강화하고, 상황별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감금하고, 굶기고,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생명을 위협한다면 부모이기 이전에 범죄자다. 한 인격이 한 인격을 무참히 짓밟은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인권 교육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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