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이젠 공문서 위조도 서슴치 않는다. KB국민은행의 모 PB(Private Banker)가 홍콩 H지수 주가 연계증권 상품인 ‘홍콩ELS’ 판매 과정에서 대리 가입을 원하는 고객의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를 대신해 해당상품을 가입하려는 여성에게 필수서류인 위임장과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받아두고 수개월 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조해 반복 사용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오랫동안 고액을 거래해온 고객이 원해서 편의를 봐준 것이라는 입장만을 거듭했다. 과연 국민을 위한 은행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답변이다.

형사상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범죄라는 인식은 하지 못하는 듯하다. 단순하게 보면 형사상 처벌은 ‘범죄의도’를 판단하고 ‘미필적 고의’ 역시 중요한 처벌 근거로 삼는다.

공문서를 위조할 정도로 안일한 의식을 가진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인기를 끄는 홍콩ELS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직무평가에서 고득점을 받을 목적이 강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고액을 거래하는 VIP에게 판매를 하면, 당연히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 고객 요청이라고 항변하지만 고의적으로 공문서인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위조 자체가 그릇된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행했으니 미필적 고의라는 내재적 심리상태가 발현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

홍콩ELS는 ‘파생상품이 내재되고 최대 손실이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다. 지난 2021년 해당 상품의 판매액이 크게 확대돼 현재 금융권 총 판매액은 19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10조2,000억원은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은행권 총 판매액은 15조9,000억원이다.

국민은행이 홍콩ELS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2021년 606억원에 이어 2022년 239억원, 2023년 216억원이다. 도합 1,061억원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11월 말 기준 8조1,200억원어치의 홍콩ELS를 팔았다.

이제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리더십이 발현할 시간이다. 이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압도적 격차로 리딩뱅크의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현실은 공문서 위조가 판치는 형국이다. 고객의 신뢰가 먼저인지, 압도적 격차로 실적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누군가 그랬다. ‘정도경영(正道經營)’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정직함을 우선시 하면서 인내해야 가까스로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처음엔 무척 힘들 수 있다고.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 올라서려면 직원윤리 의식부터 개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압도적 격차로 다른 은행을 따돌리고 싶다면. 그래서 올해 국민은행의 아킬레스건은 직원들의 윤리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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