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최고경영자(CEO)의 말은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괜찮을까. 지난 2일 함 회장은 신년사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전제로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과연 불후의 명언이다.

함 회장이 강조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진정성이 없는 느낌이 드는 것은 괜한 것일까. 한 사람의 발언에 진정성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무결한 사람은 없다. 다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를 따져서 진정성 여부를 지레짐작할 뿐이다. 이른바 ‘언행일치(言行一致)’다.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함 회장이 사법리스크라는 쓸데없는 부담을 하나금융에 입히고도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언급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합리적인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내부통제 미흡이 원인이 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로 내려진 문책경고 처분에 반발해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항소심 결론은 오는 25일 나온다.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연임을 못할 뿐 아니라 3년간 금융기관 취업도 제한된다.

또 함 회장은 채용비리로 5년간 형사재판을 받아왔다. 2심 재판부는 함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청탁을 받고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됐다. 또 당시 공채에서 인사부에 남·여 비율을 4대 1로 조정해 남성 채용인원을 의도적으로 늘리라고 한 혐의도 받았다. 이 혐의도 함 회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상고해 대법원에 사건(2023도18112)이 계류 중이다. 만일 유죄가 확정될 경우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함 회장이 들고 나온 신년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뒷맛이 상당히 밋밋하다. 신년사라는 것이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면, 흠이 많은 자신을 낮추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발언했어야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다.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꺼낸 것은 양심에 찔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함 회장 스스로 하나금융에 CEO로서 사법리스크라는 악재를 제공했으니 미안한 감정이 들었을 수도 있다.

리더는 그 조직을 대표하는 살아있는 비전(vision)이다.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스스로의 허물이 이끌고 있는 조직에 부담이 된다면, 창피함은 느껴야 한다.

흔히 아는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와 같은 단어로 신년사를 쏟아낼 게 아니다. 리더의 책무는 사실 단순하다. 구성원의 고충을 귀담아 듣고 설정한 목표치로 순항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 말고는 없다. 또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어오는 ‘외풍’을 막아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CEO의 신년사를 주목하는 것은 한 해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돼서다. 연례행사가 아닌 것이다. 함 회장의 진솔한 철학이 담긴 신년사는 이제 내년에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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