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HMM
▲HMM 컨테이너선. ⓒHMM

강석훈 산은 회장 “적격자 없으면 매각 안한다”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매각 본입찰이 오는 23일 진행된다. 매각 절차를 앞두고 실사가 진행 중이지만 인수후보자로 떠오른 업체들이 HMM보다 덩치가 작아 업계 안팎에서는 현금 동원 능력 부족으로 유찰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였지만 경영 악화로 2017년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에 들어갔다. 현재 산은과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20.69%, 19.66%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HMM 매각 대상 주식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보통주 1억9,9900만주에 영구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합쳐 3억9,900만주로 지분율은 38.9%다. 이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5조원에서 7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예비입찰에서는 하림, LX, 동원이 제안서를 냈다. 다만 이들 기업에서 HMM을 인수하기 위한 현금성 자산이 턱없이 부족해 인수하더라도 유동성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올해 하림지주의 현금성 자산은 1조1,076억원이며 LX인터내셔널은 1조2,132억원, 동원산업은 5,169억원이다. HMM 인수에 필요한 자금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최종 입찰을 앞두고 후보 기업들은 자금 끌어모으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림은 10년 가까이 협업해온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다.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벌크선 해운사 팬오션을 함께 인수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을 2,000억원대에서 약 8,000억원으로 키운 경험이 있다.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하림의 자회사 팬오션은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한진칼 지분 390만3,973주를 주당 4만1710원에 처분해 총 1,628억원을 현금화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팬오션은 약 168억원의 차익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컨소시엄은 산업은행이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1조원 규모 영구채에 더해 1조6,800억원에 이르는 잔여 영구채 부분까지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X인터내셔널은 최근 HMM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HMM 실사에 나섰다. TF에는 해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물류 자회사 LX판토스 인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와 관련해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후보 기업 중 가장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동원산업도 HMM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동원의 경우 인수전 경쟁사인 하림이나 LX에 비해 현금성 자산과 자산 규모가 적다. HMM의 자산 총액이 26조원인데 반해 동원그룹은 9조원인 상황이다. 그러나 동원의 신용도(AA-)가 높고 부채비율도 53%로 자금 차입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동원은 현재 하나은행 등과 인수금융 등을 논의 중이다. 

또한 김남정 부회장 등 대주주 보유 지분을 유동화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원은 육상 물류사인 동원로엑스와 항만운영사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을 갖고 있어 HMM 인수 시 해상 운송망을 확보하게 돼 종합 물류사로 확장할 수 있다. 

일각에선 유찰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잠재 후보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유찰 우려에 대해 산은은 HMM을 연내 매각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해당 발언에 유찰 우려가 거세지자 강 회장은 “현재 응모자들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아니었다”며 “원론적인 말씀을 드렸다”고 진화에 나섰다.

산은은 11월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을 끝낸 후 12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기업결합신고를 완료해 매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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