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장관청문회를 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일가. ‘아니다’ ‘몰랐다’ ‘관행이었다’일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 어느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아니다’와 ‘몰랐다’는 청문회 5대 쟁점 가운데 주로 병역면탈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와 기타 각종 편법과 비리 의혹이 드러났을 때 쓴다. 물론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일 때도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하고, 그것을 넘어 구체적 증거까지 나왔는데도 이렇게 말하는 후보자들도 있다.

이럴 때‘아니다’는 부정이고, ‘몰랐다’는 사실이지만 내 책임이 아니라는 뜻이 강하다. 증거가 없다면 거짓말이고, 정말 몰랐다면 무능과 무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도저히 자신이 모르고 저질러진 일이 아닌 것을 몰랐다고 하면 그 역시 거짓말이다.

‘관행이었다’는 병명은 주로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이 드러날 때 많이 나온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분명히 남의 것을 몰래 가져온 불법이지만, 그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 정도쯤은 큰 잘못이 아니라는 양심, 죄의식의 결여가 배여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도둑질을 하면, 나도 해도 괜찮다는 것과 같다.

모두 비겁한 모습이다. 이같은 태도가 더욱 위험한 것은 스스로를 정당화하는데 있다. 뼈아픈 반성이나 사과가 아닌 발뺌과 모르쇠, 관행타령으로 넘어가 장관이 되었다고 하자. 그가 비슷한 일을 저지르고, 또 그렇게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그래서 이렇게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에까지 나올 줄 몰라 자기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말은,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살아왔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새 정부의 장관 청문회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 만큼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의혹도 의혹이지만 야당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답변과 태도이다. 어찌 보면 새 정부가 청산하려는 구태와 적폐를 반복하는 듯한 모습니다.

조대엽 노동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처음에는 ㈜한국여론방송 사외이사 등재와 주식보유 등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잡아떼다가 “좋은 취지로 도아준 것 뿐” “돕는다는 마음으로 했고,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다”고 변명했다.“도덕뿐만 아니라 세상을 모른다고 고백하고 있다”“이런 분이 장관을 한다고 나서는 건가”라는 야당의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역시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사용과 내부 강의료 과다수령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했고, 무더기 논문표절 의혹은 “1982년 무렵에는 포괄적인 인용방식을 사용했다”는 식의 ‘관례’를 가지고 넘어가려 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도 해군 참모총장 퇴임 후 법무법인과 방위산업체로부터 거액(10억원대)의 자문료를 받은 것을 해명하면서 ‘일반 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세계가 있다’니. 국민들의 정서를 모르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게다가 연평해전으로 받은 ‘훈장’도 자신은 몰랐다고까지 했다.

이렇게 군색하고 뻔한 ‘거짓말’이나, 책임회피, 변명보다는 “잘못했다”가 훨씬 낫다. 최고의 정책은 ‘정직’이란 말도 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은 잘못을 진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에게 너그럽다는 사실을 알면. 정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칠 때 정의도, 상식도 세워질 것이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