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천리 길의 시작 용산 청파에서 한강까지

▲ⓒ김홍렬 (사)용산공동체 감사/도시공학박사
▲ⓒ김홍렬 (사)용산공동체 감사/도시공학박사

높은 건물들 사이로 수많은 인파들이 오가는 서울 도심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온 이야기가 있다. 지난 백여 년간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소중한 역사 문화 자산을 지켜오기란 쉽지 않았던 과정들의 연속이었다.

국권 침탈과 전쟁 등을 경험하고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도시를 복구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러한 여건들의 변화는 급격한 도시화로 불과 몇 십 년 만에 천만 도시로 성장한 서울은 역사적 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선택과 집중적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역사와 문화, 건축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표석 위원회’를 두고, 사라진 문화유산의 터나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표지물인 표석(標石)을 설치·관리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유적지 또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경우, 유명 인물이 사망한지 50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유적의 원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되는 경우, 공공적·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표석을 새롭게 새우기도 한다. 서울시에는 317개 표석이 있다. 그중에서 한양도성 내에 해당하는 종로구와 중구에 236개가 세워져 있다. 서울시 표석 중 4개 중 3개가 한양도성 내 위치한 것으로 그만큼 많은 장소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한양도성 밖의 상황은 어떨까. 한양도성 밖에 해당하는 용산구에는 16개, 마포구 11개, 서대문구 10개 정도가 설치되어 있다. 그중 조선시대 수도 한성의 중심 공간이었던 종묘와 사직단 해설하면서 관심사를 두고 있었던 용산 지역의 남단, 전생서, 서빙고, 한강진 흔적을 찾고자 오랫동안 현장을 다니며 관련 문헌들을 찾아 읽었다. 공간 인문학을 발견하고 싶은 의지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한양도성과 한강 사이 중 용산지역에 설치된 표석 들은 밤 하늘의 빛나는 별들과 같았다. 그 별들을 이를 연결하여 별자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는 옛길 복원·활용 콘텐츠로 엮어 답사 기행으로 만든 것이 ‘천리 길의 시작. 용산의 조선통신사 옛길’이었다.

▲미래의 용산공원과 이어진 옛길: 부산으로 이어지는 조선통신사 옛길ⓒ김홍렬
▲미래의 용산공원과 이어진 옛길: 부산으로 이어지는 조선통신사 옛길ⓒ김홍렬

서울에서는 정조대왕 능 행차 재현 행사를 제외하면, 용산과 한강 일대를 대상으로 한 역사 문화 콘텐츠가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필자는 평소 서울의 역사 문화 행사가 한양도성 내 궁궐과 관련된 문화행사에 치중되어 있는 것에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7년간 용산 지역에 산재한 역사적 장소들에 대한 지속적인 답사와 자료 수집, 기초연구 수준의 집필 활동들을 수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2017년 한·일 조선통신사 옛길 우정걷기 프로그램을 체험했던 것은 큰 행운이자, 용산에서 조선통신사 옛길 답사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15년 4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32개월 동안 '후암동~해방촌~녹사평~이태원~서빙고동~보광동~한남동'에 이르는 약 15㎞ 구간을 걸으며, 도보산책 코스 기획하여 운영을 해보기도 하였다. 서울시 용산공원 시민소통공간 조성·운영 업무를 담당했을 2020년에는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 조선통신사 옛길을 ‘미래 용산공원과 이어진 옛길’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어 전시물도 게시해두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지금부터 체험학습, 옛길 걷기, 역사탐방 등의 주제로 용산 지역주민, 서울시민, 나아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서울 용산을 시작하여 전국 지역을 거쳐 부산까지 ‘조선통신사 옛길’을 잇는 사업은 시·공간을 관통하는 역사 문화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서울에서 용신, 충주, 문경, 안동, 영천, 경주, 울산, 부산으로 이어지는 옛길 고증을 통한 ‘통신사 옛길’ 지정과 전 국민이 통신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전국에 펼쳐진 자연경관과 역사·문화경관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확대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서울 용산 지역의 역사·문화 강좌와 주민 참여형 걷기 프로그램이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옛길을 찾아 걸어가면서, 옛길과 그 주변에 묻힌 장소의 기억들을 기록하고 도시의 지역 문화로 활용하는 사업들을 펼쳐 나가야 한다.

이러한 실천적 사업들은 도시 경쟁력 강화는 물론 문화 다양성을 담고, 품격 있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홍렬 (사)용산공동체 감사/도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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