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성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강윤성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시즌2에서 추격전 등 긴장감 있는 액션 많이 만날 수 있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의 연출을 맡은 강윤성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모 카페에서 SR 타임스 등 언론매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윤성 감독은 2017년작 ‘범죄도시’로 688만 관객을 동원하며 범죄 액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과 폭발적인 액션, 흡입력 있는 구성으로 극찬 받으며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제23회 춘사영화제 신인감독상, 제18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신인감독상 수상 등 영화제를 휩쓸어왔다. 그런 그가 디즈니+와 만나 첫 시리즈물 ‘카지노’로 흥행 도전에 나서 시청자들의 큰 호평 속에 시즌1을 마무리했다.

스타일리시한 특유의 연출 감각, 강렬하면서도 깔끔한 액션, 뇌리에 박히는 대사로 선보이는 작품마다 오락성을 보장해 왔던 강윤성 감독에게 ‘카지노’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Q. 시즌1이 끝났다. 시청자 반응을 직접 확인해봤는지.
A. 시리즈를 처음 연출하다 보니 아무래도 반응을 보게 되더라. 초반에는 안 좋은 평도 봤는데 후반에는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Q. 초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차무식의 서사 분량 때문인듯하다. 연출 의도가 궁금하다.
A. 그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측했다. 저는 작품을 집필하면서 극이 단순히 사건과 헤프닝만으로 이루어지면 안 된다 생각했다. 한 인물을 따라서 이야기를 가져오지 않으면 카지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해진다. 

극 중에서 차무식이라는 캐릭터가 설명되지 않으면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이 전반적으로 많다. 그래서 앞부분 인물 서사가 무조건 있어야 했다. 곧 공개되는 시즌2까지 보시게 되면 왜 이렇게 전반부에 차무식 캐릭터 서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는지 이해하시게 될 것이다.

단순히 도박, 인간 욕망만 표현하는 게 아닌 한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선과 악의 경계 선상에 서 있는 차무식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시청자분들께서 봐주셨으면 한다.  

Q. 차무식이 선과 악의 경계 선상에 있다고 하셨는데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린다.
A.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선과 악의 구조로 나누고 싶지 않았다. 카지노라는 랜턴에 몰려드는 불나방들의 이야기다. 시청자들이 알 수 없는 세상도 존재한다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서 간접 체험하게끔 하는 것이 이야기 목표였다. 

누가 착하고 악하고 선과 악의 대립 구도가 있고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은 별로 안 했다. 욕망을 좇던 사람들이 욕망 때문에 동지가 되거나 적이 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이 작품의 취지다.

Q. 차무식 캐릭터를 구축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신 포인트와 최민식 배우의 역할은 어땠나?
A. 처음에는 취재를 통해 차무식이라는 인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던 인물을 만났다. 거기에 허구적인 이야기를 덧붙였다. 

차무식은 매일을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런 전력투구를 하는 남자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최민식 배우가 차무식이라는 독특한 사람으로 만들어내는데 많은 부분에서 창의적으로 잘 디테일을 쌓아주었다고 생각한다.

Q. 최민식 배우에게 적용된 디에이징 기술과 연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A. 디에이징 기술은 길게 쓰면 어색함을 찾아낼 수밖에 없어서 짧게 사용해야 효과가 좋다. 인물 구축을 위해 차무식이 왜 카지노 사업으로 빠지게 됐는지 설명이 필요했다. 최민식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차무식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최대한 기술을 짧게 적용했다. 

최민식 배우가 젊은 차무식을 연기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물리적 제약이 있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연기했다. 그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Q. 카지노 업계에 대한 상세한 자료조사 취재가 있어 보였다.
A. 실제 정킷방이 돌아가는 것과 롤링에 대한 부분들, 카지노에 오는 사람들, 그들이 어떻게 카지노에 빠지게 되는지 이런 부분들은 취재를 통해 알게 됐다. 카지노라는 공간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 안에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Q. 제작발표회 때 리얼리티가 강조된 시리즈라고 하셨었는데 연출 중점을 두신 부분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린다.
A. 어떤 연출 포인트가 있다기보다는 이 카지노 드라마 전체 취지가 이런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게끔 만들고 싶었다. 카지노라는 공간에 몰래카메라를 집어넣어서 마치 진짜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찍어내듯이 이 작품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많은 배우분이 대본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언어로 바꿔서 대사를 준비했고 자기 페이스에 맞게 했다. 각 인물이 정말 그곳에 있을 법한 사람들처럼 묘사했다.

Q. 필리핀 촬영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A. 날씨였다. 사탕수수밭과 폐차장 촬영에서 햇빛을 피할 공간이 없었다. 모자 위에 물수건을 몇 개씩 올려놓고 있어도 금방 말랐다.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필리핀 현지 분들이나 관공서 협조가 잘 이루어져서 수월하게 촬영했다.

Q. 오달수 배우가 출연한다. 섭외 뒷이야기가 있다면?
A. 제가 오달수 배우를 굉장히 좋아하는 팬이다. 언젠가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오달수 선배님에게 대본 드리면서 꼭 출연해주셨으면 하고 편지를 썼다. 첫 등장 장면을 찍을 때 가슴이 찌릿했다. 

Q. 손석구 배우가 맡은 오승훈 캐릭터는 주연임에도 상당히 늦게 등장한다. 연출 의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A. 단순히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헤프닝만 다룬다면 손석구 배우가 빨리 등장하는 게 맞다. 하지만 한 인물을 쭉 따라서 봐주셨으면 하는 작가 의도가 있기 때문에 앞부분은 차무식의 서사와 카지노의 생리와 그 안의 구성 인물들의 설명들이 꼭 필요했다.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것에 개입할 오승훈 경감의 출연이 필요하므로 그때부터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손석구 배우의 등장을 최대한 멋지게 하고 싶었다. 영화적인 효과보다는 흐름상 그 타이밍에 나오는 것이 시청자 관점에서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시즌2는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승훈이 많은 이야기에 개입하고 주도적으로 차무식과 같이 이야기를 전개한다.

Q. 카리스마 넘치는 차무식과 대립각을 세우기에는 아직까지 행정 관료 같은 오승훈 캐릭터가 나이브해 보인다. 시즌2에서는 캐릭터 성장 등 큰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처음 프리 단계에서 오승훈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때까지도 캐릭터가 잘 잡혀있지 않았는데 손석구 배우가 본인의 캐릭터를 같이 고민해줬다. 

원래는 워낙 강한 차무식에게 대항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센 형사 캐릭터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손석구 배우가 오히려 평범한 형사로 필리핀에 도착해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좋은 의견을 줬다. 그러면서 더 진짜 같은 현지 경찰 캐릭터가 된다.

손석구 배우는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 그의 대사 중 많은 분량이 영어다. 저희가 준비한 영어 대사를 손석구 배우가 자기 입에 맞게끔 수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훨씬 자연스러운 대사가 나오지 않았나 한다.

Q. 타 OTT는 시즌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한다. ‘카지노’는 주 단위 공개인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저도 빈지 와칭(몰아보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주 1회 공개가 요즘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화제성에 있어서는 오래가겠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도 많은 관련 콘텐츠들이 생성되는 것으로 봤을 때 이 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영화와 시리즈의 다른 점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A. 긴 호흡의 이야기를 처음 써봤다. 영화는 두 시간 안에 압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근데 시리즈물은 인물을 설명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영화처럼 표현의 제약도 거의 없다.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다. 

영화만 찍다가 시리즈물을 찍어보니 하루에 찍어야 할 분량이 많다. 영화에서는 촬영지 공간도 미리 확인하고 배우와도 합을 미리 맞춰본다. 시리즈물에서는 촬영지에 처음 가보고 배우도 현장에서 처음 보는 경우가 있었다. 교감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제가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시청자가 집중하고 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킵하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시리즈물이지만 영화적 스토리텔링이 전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윤성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강윤성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Q. ‘카지노’를 보면서 ‘나르코스’, ‘브레이킹 배드’같은 해외범죄 시리즈를 떠올렸다. 이런 작품들은 소위 말하는 떡밥 회수가 좋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시즌2에서 시청자들을 위해 어떤 흥미진진한 떡밥 요소를 품고 있나?
A. 가장 큰 이야기 틀로 봤었을 때는 시즌1에서 나온 차무식의 체포 장면이다. 그게 이야기에서는 변곡점이다. 왜 체포를 당하고 기자회견까지 해야 하냐는 부분이다. 그전에 넣어놨던 소소한 부분은 시즌2에서 변곡점에 가기 전까지 모두 풀린다. 그리고 변곡점을 넘어서면서 또 다른 모험으로 들어간다. 

Q. 내용 중 실화사건이 포함되어있다.
A. 실화가 가진 힘이 있다. 리얼리티를 위해 실화사건을 각색해 넣었다.

Q. 허성태 배우가 연기한 서태석은 어떤 역할인가?
A. 여러 안타고니스트 중 한 명이다. 인물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은 극 중에서 안 하고 있다. 서태석은 주요 인물이지만, 차무식의 주된 대척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대척점은 오승훈이다. 모든 안타고니스트를 상세히 설명하면 시청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 오승훈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에 시청자의 시선이 모여야 이야기에 혼선이 없다고 생각했다.

Q. 동시기에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더 글로리’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A. 부럽다고 생각했다. 경쟁한다는 생각보다는 ‘카지노’를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고민했다. 특히 해외 반응이 좋기를 바랐다. 대략적으로 해외 반응이 좋다든지 가입자 수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카지노’ 작업은 지난해 12월에 다 끝났다. 가능하면 이 작품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데 3년간 작업하다 보니 쉽지 않다. 지금은 매체 반응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작품을 하시면서 선호하는 장르는 무엇인지.
A. 이런 작품을 좋아하긴 한다. 힙합 영화 같은 다른 장르를 준비하다 중단한 예도 있다. 장르보다는 이야기를 먼저 보는 편이다. 이야기가 좋으면 사극이든 SF든 상관없이 장르적 도전을 하고 싶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고 싶다. SF로 보자면 남들이 우주로 가면 저는 땅속으로 갔으면 한다. 남자들의 이야기가 기본적으로는 성향에 맞아 선호한다. 

장소와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시리즈를 또 하고 싶은 의향은 있다. 이제는 각색 위주로 작품을 하고 싶다. 관심을 두고 있는 작품이 하나 있긴 하다. 시리즈물이다. 대본이 마음에 들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Q.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동명 영화 ‘카지노’가 있는데 이런 남성향 범죄 영화 중에 혹시 참고한 작품이 있으신지.
A. 그 작품을 보지는 못했지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내러티브 방식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잘 묘사하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카지노’를 준비하면서 모티브로 삼은 작품은 없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나르코스’나 ‘브레이킹 배드’ 같은  것이다.

Q. 시즌2의 포인트가 있다면?
A. 시즌1은 인물과 공간 설명이 많았다. 시즌2는 본격적인 사건들의 연속이다. 훨씬 빠른 전개, 인간관계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진다. 카지노라는 욕망이 집합할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한다.

Q. 감독님이 원하고 바라는 이야기의 스타일을 무엇인가?
A. 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완벽한 글을 받아 본 적은 없다. 제 기준에서 완벽하다면 고칠 필요는 없다. 이야기에 대한 노력이 각색으로 반영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다.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촬영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다. 정말 열심히 썼다. 제가 데뷔 못 하는 이유가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자책하면서 썼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어렵고 관객 반응을 얻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낀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좋아야 하고 그 이야기에 보내는 시간과 노력은 아주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연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생각이 같이 반영된 글이 좀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Q. 감독님이 연출하신 액션 장면은 굉장히 깔끔하고 임펙트가 있어 호평이 많다. 시즌2에서의 액션 신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
A. 원래는 액션 신들을 많이 준비했었다. 최민식 선배님과 작업을 하면서 불필요한 액션을 보여주기보다는 감정에 치중해 갈등을 묘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많은 액션들이 빠지게 됐다. 감정대립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힘이 주먹을 날리는 액션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 격투 액션이 많이 빠진 상황이지만 추격전 등을 통한 긴장감을 주는 액션은 시즌2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카지노' 시즌 2는 오는 15일에 1~3편을 공개한 후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1편씩 공개된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