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의 제조업체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 경영자를 역임한 잭 웰치에게 경영의 노하우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저는 평생 사실을 사실대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쉽지 않더군요. 사실을 사실대로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일을 하려고 하는 것, 이것이 제 노하우입니다”

모름지기 위대한 기업이란 냉혹한 현실 혹은 사실을 직시하는 기업이다. 현실을 제대로 읽는 것은 사업을 일으켜 세우는 일, 즉 ‘기업(起業)’의 기본 조건이다. 수많은 지성들이 미래 예측에 도전해 왔지만 결과가 항상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광속의 시대’인 오늘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것은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몸살을 앓고 있는 재벌기업들이 불확실성의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 무엇보다 재벌의 입장에서는 ‘명운’이 걸리다시피 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의혹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벌의 경영세습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승계 작업이 아예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진도가 느린 상태다. 주요 재벌 기업 중 재벌 2, 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거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곳은 SK그룹, 롯데그룹 정도다. 재벌의 경영세습, 우리는 언제까지 이 같은 ‘전근대적’인 문화에 매달려야 하나.

한때 ‘세계경영의 전도사’로 통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대우는) 아마도 2세·3세 경영은 안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은 지금의 삼성·현대차그룹과 같은 지배구조로 회사를 경영할 생각이 없었으며,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이 별로 없어 세습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재벌 특유의 ‘탐욕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물론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재벌의 고질적인 경영권 세습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그럴 수 없으면 적어도 그 문턱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의 경영 승계는 정경유착의 주범 노릇을 해왔다. 부의 불평등한 대물림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야기해 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요건을 10% 이상으로 대폭 강화하는 등 이미 발의돼 있는 법안만이라도 우선 처리해야 한다. 새로 들어설 정권에서는 재벌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법적 규제가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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