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조인숙 기자] 올림픽 개최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삼수’ 끝에 따낸 우리의 평창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다. 그 세계적 축제이자,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축제가 이제 1년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알다시피, 최순실과 그의 하수인들의 국정농단으로 평창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평창동계올림픽이 그들의 비리와 축제의 놀이터가 될 뻔했다. 경험이 전혀 없는 더블루케이가 외국(스위스)업체를 끌어들여 개·폐막식장 건설을 수주하려 했고, 그것도 모자라 12개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1500억 원 규모의 임시구조물인 ‘오버레이’까지 독식하려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어 '유소년 선수육성과 은퇴선수 일자리 창출'이란 허울로 국민 세금 6억7000만원을 챙겼다. 경기장 사후 운영이권을 노리고 김종 전 차관을 앞세워 스포츠토토 빙상단도 창단했다. 자신들의 이권사업에 걸림돌이 된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조직위원장을 문화체육부장관을 앞세워 몰아냈고, 개·폐회식 총감독(송승환)이 고른 연출자들까지 모조리 거부하고 자기 사람들을 앉혔다.

이처럼 국가의 대사이자 지구촌 축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급기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까지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 지난달 말에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강릉 아이스아레나 중앙 천장의 전광판이 떨어져 무실공사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기장에서는 이달 16일 2차 테스트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말에 열린 1차 테스트이벤트가 무사히 끝나고, 평가도 괜찮았다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랄 판에 평창은 아직도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지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누구도 성공적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정부도, 국회도, 강원도, 국민도 평창동계올림픽만은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만은 빈틈없이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는 황교안 총리가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추진 동력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민들의 신뢰와 붐업 조성에 노력하라"고 당부까지 해놓았다.

국회 역시 ‘국제경기대회 지원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평창동계올림픽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며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추락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고, 우리 민족의 저력과 자존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을 평창을 통해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희망과 달리 녹록하지가 않다. 올림픽 성공 요소들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경기장을 비롯한 탄탄한 인프라, 빈틈없는 대회운영은 기본이다. 여기에 분위기를 띄우고 관심을 높이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홍보도 있어야 한다.

‘흑자’올림픽 시대는 끝났다. 그렇게 거품빼기를 열심히 한 브라질 리우도 하계올림픽에서 6조70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도시가 파산상태에 놓였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낄 수는 없다. 써야 할 돈은 써야 하는데 최순실의 국정농단 여파로 예산 투입이 쉽지 않아졌다. 이미 국비와 지방비 수 조원이 투입됐고, 내년에도 평창동계올림픽도 경기장과 진입도로 건설, 홍보, 분위기 조성을 위해 4000억원을 써야 한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된 정부는 눈치만 보고 있고, 조직위는 사명감과 열정을 가진 조양호 위원장 사퇴 이후 스포츠 문외한들이 간섭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덜컹거리고 있다. 말만 ‘문화올림픽’ ‘환경올림픽’이라고 외치고 있지, 그에 걸맞는 콘텐츠 하나 제대로 완성된 것이 없다.

기업들의 후원도 지지부진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도 몸을 사리고 있어 올해 연말까지 스폰서 계약 목표액 9400억원의 9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쉽지 않다. 홍보도 엉망이다. 차은택이 최순실의 위세를 등에 업고 만들었다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동영상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것을 보고 외국인에게 평창으로 오라고 했다니 민망해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올림픽 성공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관심과 참여이다. 소치동계올림픽을 보면 우리 선수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국민들의 응원이 올림픽의 열기를 살린다. 그런데 국민들은 아직 평창동계올림픽에 눈을 돌릴 틈이 없고, 이런 분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소치올림픽 때, 우리 국민들은 생경한 컬링과 봅슬레이에까지 열광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세계 톱랭커들과 당당히 겨룰 만큼 성장한 우리선수들의 기량과 경기장에서의 선전, 그리고 메달 획득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평창 역시 우리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국민들의 관심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현재 분위기와 국민적 관심 부족으로 남은 기간 신바람을 내며 훈련에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자칫 이대로 가다가는‘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또 한번 세계적인 망신을 살 수도 있다. 시국이 어지럽고, 타락의 극치를 보인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크다고 허술하게 준비하고, 대충 넘어갈 수도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면 그들은 국가와 종목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 안팎에서 응원으로 분위기를 띄울 2000명의 응원 서포터즈 발대식도 가졌다. 6일에는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가 공동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관광마케팅을 벌이기로 업무협약도 맺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시간도 얼마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경기대회가 아닌 ‘문화올림픽’ ‘환경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지구촌을 감동시킬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개·폐회식 프로그램을 만들고,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분위기 조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급박하지만 한 가닥 희망은 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결말이 어쩌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와 관심에도 불을 지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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