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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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울슐라’ 역 멜리사 맥카시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관람 포인트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 원작을 기반으로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4,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월드와이드 2억1,1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침체일로에 있던 디즈니 부흥의 시작을 알렸고, 할리우드를 쥐락펴락하는 지금의 콘텐츠 제국 디즈니를 있게 했기 때문. 

‘인어공주’하면 떠오르는 새뮤얼 E. 라이트가 부른 ‘Under the Sea’(앨런 멩컨 작곡, 하워드 애쉬먼 작사)는 1990년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 노래는 디즈니가 내놓은 OST 중에서도 최고의 명곡으로 손꼽힌다. 

드디어 이 곡의 새로운 버전을 34년 만에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에 이어 ‘인어공주’도 실사판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했다. 이번 작품의 연출은 ‘시카고’(2002)로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쥔 뮤지컬 영화계의 거장 롭 마샬 감독이 맡아 캐스팅 논란과는 별개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인어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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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실사판 ‘인어공주’에서 들을 수 있는 트라이튼 왕(하비에르 바르뎀)의 집사장 세바스찬(다비드 디그스)이 부르는 ‘Under the Sea’는 새롭다. 풍성한 저음의 울림이 있던 원곡과 비교해보면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커졌다.

영화 자체의 서사나 묘사에서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틀을 벗어나지 않은 채 큰 변형 없이 리메이크하는 안전한 길을 택한다. 애니메이션에서의 인상적인 신들도 대부분 실사로 구현했다. 

물론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지점들은 다수 있다. 오리지널 곡 중 일부는 가사를 바꿨으며 새로운 넘버도 추가됐다. 라이언 고슬링을 닮은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는 에리얼(할리 베일리)과 마찬가지로 세상 밖을 향한 모험심이 충만한 인물로 묘사된다.

인종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트라이튼의 일곱 공주 등장처럼 여러 곳에서 표현된다. 에릭 왕자가 원작에 없던 캐릭터인 셀리나 왕비(노마 두메즈웨니)에게 입양됐다는 설정도 들어갔다. 

▲인어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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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틀(아콰피나)의 성별이 바뀌었지만 큰 문제는 없다. 아콰피나라면 최적의 캐스팅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 실사화를 할 때 특히, 익숙한 의인화 캐릭터 실사화에는 정서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예는 ‘수퍼 소닉’(2020) 개봉 전 공개된 주인공 소닉 모습에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원작에 충실하게 다시 디자인한 후 호평을 얻은 일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에리얼의 조력자이자 친구인 세바스찬, 스커틀, 플라운더(제이콥 트렘블레이)에게는 게, 바닷새, 물고기의 사실적 모습보다는 데포르메의 영화적 허용이 어느 정도 필요했다. 말하는 캐릭터는 눈과 입모양 등 얼굴 표정으로 생명력을 얻고 관객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인어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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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란스러운 논란이 있었던 에리얼 캐스팅에 대한 호불호는 전 세계 관객이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할 부분.

에리얼은 디즈니가 스스로 20세기에 직접 만들어낸 아름다운 붉은 머리 백인(진저)공주다. 21세기에 등장한 유색인종 인어공주가 당위성을 얻으려면 기존 에리얼의 이미지 위에 완벽하게 덮어쓰기할 수 있는, 에릭 왕자가 단번에 반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에리얼의 성공은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성의 유무에 달려있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처음 나왔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보면 시대를 앞서 유색인종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있었다. 그것은 방영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TV 시리즈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 주인공 나디아의 성격에 대해서는 왈가왈부가 있다 해도 이 제멋대로인 공주님의 피부색에 대해서는 논란자체가 없었다. 그만큼 캐릭터의 매력은 뛰어났다. 원작인 ‘해저 2만 리’의 작가 쥘 베른 역시 살아있었다면 작품을 보고 충분히 만족했을지 모른다.  

▲인어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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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단연 울슐라(멜리사 맥카시)다. 이 작품에서 애니메이션을 찢고 나온 듯한 캐스팅에는 하비에르 바르뎀도 있지만, 멜리사 맥카시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할 정도. 여기에 트라이튼 왕과는 남매라는 설정이 추가됐다. 덕분에 오빠를 밀어내고 바다를 지배하기 위해 에리얼을 이용한다는 악행의 개연성이 보강됐다.

이 작품에서 멜리사 맥카시는 완벽한 바다 마녀 연기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울슐라는 가장 완성도 높은 캐릭터이며, 이 영화의 최고의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해양 액션 부분은 4DX로 관람할 때 영화적 체험이 높아진다. 다만 바닷속 톤이 때때로 너무 다크하다는 느낌을 준다. ‘아쿠아맨’, ‘아바타: 물의 길’와 비교하면 수중 신에서의 청량감은 부족하다. 발랄한 뮤지컬 신들이 대부분이지만 의외의 공포스런 점프 스케어나 그로테스크한 표현 요소도 존재한다.

▲인어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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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사 영화 속 에리얼은 애니메이션 원작과 비교해 결말 부분에서 좀 더 진취적이며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동화에서도 에리얼은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에릭 왕자를 구해낸 영웅이다. 안데르센 개인의 성적 지향점과는 별개로 원작 자체의 메시지가 ‘사는 세계와 인종을 뛰어넘어 스스로 사랑을 쟁취하겠다’는 강한 열망을 가진 여성상을 담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

관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어공주’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고전 동화가 주는 변하지 않는 가치, 아름다운 사랑과 낭만일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신비의 바다의 나디아’ OST 곡 중 ‘Mermaid Memory’ 가사에는 인간이 될 수만 있다면 마법의 약도 무섭지 않다는 용기,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십 대 소녀의 꿈과 소망, 사랑이 담겨있다. 그 종착 지점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사랑의 비극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만약 ‘인어공주’ 실사 리메이크에 있어 큰 모험을 걸 주요 대상이 서사 부분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남녀노소 전 연령을 사로 잡는 동화적 스토리의 낭만이 담겨있는 1989년 원작 애니메이션을 복습하고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인어공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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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감독: 롭 마샬

출연: 할리 베일리, 멜리사 맥카시, 조나 하우어 킹, 하비에르 바르뎀, 아콰피나 외

개봉: 2023년 5월 24일

상영시간: 135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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