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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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비주얼, 무해하고 멋진 동화적 서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굿 다이노’(2015)로 첫 장편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고, ‘버즈 라이트이어’(2022)의 로봇 고양이 삭스 등 다수 작품에서 성우로서도 재능을 펼쳐왔던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 

그가 내놓은 디즈니·픽사의 27번째 작품 ‘엘리멘탈’은 전 연령 대상의 로맨틱 코미디 가족 영화로 오는 1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즈니·픽사는 세계 최초 장편 3D CG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1995)를 시작으로 ‘라따뚜이’(2007), ‘업’(2009), ‘인사이드 아웃’(2015), ‘코코’(2017) 등 누구나 공감하는 감성으로 충만한 아름답고 독보적인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CG 애니메이션 업계의 게임체인저인 디즈니·픽사가 선택한 이번 작품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이민자 2세대인 피터 손 감독이 자신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제작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의 각본 속에 부모님에 대한 애정과 사랑, 할머니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문화충돌을 겪으면서도 한국계가 아닌 독일·이탈리아계 아내와 결혼을 결심했던 경험 등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엘리멘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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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무대가 되는 엘리멘탈 시티는 고대 철학자들의 원소설에 근간한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를 의인화해 구축한 세계다. 피터 손 감독은 이 아이디어의 영감을 각 원소들이 아파트 안에 살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원소주기율표에서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엘리멘탈 시티 주민들은 공기가 불을 지펴 빛과 열을 내고 흙과 물이 나무를 키워 다시 불에 땔감을 제공하는 공생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원소끼리는 절대 섞일 수 없다는 차별이 존재하는 세계다.

▲엘리멘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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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이 매력적인 원소들의 세상에서 활달하지만, 다혈질 성격의 불 종족 앰버(레아 루이스)와 감수성이 흘러넘쳐 매번 눈물을 쏟아내는 물 종족 웨이드(마무두 아티)가 우연한 기회로 서로 만나게 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 스타일의 고전적 러브 스토리가 시작된다. 

둘은 서로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물과 불이라는 극과 극의 속성을 지녔다. 하지만 서로를 점점 알아갈수록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하나둘씩 느끼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여기에 딸 앰버와 아빠 버니(로니 델 카르멘)가 이루는 부녀간의 사랑과 갈등은 또 하나의 플롯을 형성한다. 낯선 곳으로 이민을 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님 이야기는 앰버와 웨이드의 러브스토리와 비등하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엘리멘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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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특징이라면 디아스포라 영화와 사춘기 소녀 성장통을 결합했던 ‘메이의 새빨간 비밀’(2022)이 중국계 이민자 사회를 특정했던 것과는 달리 국적이나 인종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엘리멘탈’은 미국 이민자 사회의 다양성과 특징을 집어내 그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문화를 지니고 있는지를 묘사한다. 아울러 인종, 문화, 정체성의 어려운 균형 맞추기에 도전한다.

이 요소들을 어떻게 스토리라인 안에 섞고 접목해 흥미로운 이야기로 창조해낼지 고민한 부분도 곳곳에 역력하다. 인종과 문화를 넘어선 화합이라는 메시지 전달에는 분명한 힘을 실은 작품.

‘김씨네 편의점’의 애니메이션 버전 캐릭터 같은 앰버의 부모님이 자신들의 인생이 담긴 가게를 운영하는 장면,  부모세대가 자신들의 정체성과 유산을 전달하려는 모습, 자신의 자아실현보다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식 세대, 뜨거운(매운) 음식이 등장하는 코믹한 장면, OST 등에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인도, 중동 지역의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엘리멘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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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와 그의 가족 모습을 통해서는 유럽에서 먼저 이민을 와 미국 상류사회를 형성한 계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멋지고 훌륭한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은 인종과 억양에 다양성을 갖춰 캐스팅됐다. 

파이어타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누수의 원인을 찾아 나서는 앰버와 웨이드의 모험과 여정에는 놀라운 시각적 만족감과 즐거움이 함께 한다.

살과 뼈가 없는 물과 불의 속성을 가진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디즈니·픽사 역대 최대의 컴퓨터 프로세서 자원이 투여된 CG 애니메이션 품질은 최상급.

제작진이 독창적으로 구현한 세계관과 조화를 이루는 애니메이터들의 정인정신이 빛을 발한다.

▲엘리멘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엘리멘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답게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 요소와 대사들 역시 즐거움을 안 긴다.

다만 네 가지 원소 주민들이 모두 비중 있게 스토리라인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모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007 스카이폴’로 제66회 영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토마스 뉴먼의 사운드 트랙과 주제가 ‘Steal The Show’는 영화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디즈니·픽사의 신작들은 항상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마주한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인사이드 아웃’ 빙봉 만큼의 여운을 남기는 인상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주토피아’ 주디와 닉처럼 케미 넘치는 로맨스, ‘코코’의 감동까지 동시에 넘어서는 작품을 매번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피터 손 감독은 원소들이 모여 사는 환상적인 세상을 창조해냈으며, 무해하고 멋진 동화적 서사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아름다운 시각적 표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 가족 친화적인 영화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적 경험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디즈니·픽사는 차기 신작으로 ‘엘리오’, ‘인사이드 아웃2’를 2024년에 공개할 예정이다. 

▲엘리멘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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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엘리멘탈(ELEMENTAL)

목소리 출연: 레아 루이스, 마무두 아티 외

감독/원안: 피터 손

총괄 프로듀서: 피트 닥터

3D 애니메이션 참여: 이채연

음악: 토마스 뉴먼

제작 : 디즈니·픽사

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관람등급 :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 109분

개봉: 2023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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