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반짝이는 행복과 긍정 에너지 가득한 가족 힐링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한때 우리나라에는 호스티스 영화라는 장르가 있었다. 순수함을 가진 여성이 험난한 인생의 굴곡을 겪는 비극적인 멜로가 주된 서사였다.

이 영화들은 70년대 급격한 산업발전의 여파로 발생한 불균등한 계층 구조의 변화 속 소외계층의 삶을 다층적으로 다뤘다. 끝내 눈물샘을 자극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기면서 마무리되던 이 영화들은 당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별들의 고향’(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극장가에서는 사라진  장르가 됐다. 

‘항구의 니쿠코짱!’ 프롤로그에서는 딸 키쿠코의 내레이션을 통해 엄마 니쿠코의 기구한 인생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녀의 굴곡진 인생은 옛날 호스티스 영화의 주인공과 닮아있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니쿠코는 사랑에 쉽게 빠진다. 아마도 그것은 성장기 애정결핍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이 진실한 사랑을 찾아 떠도는 여성은 인간관계의 시작점을 찾아내는 일에 너무나도 서툴다. 그 때문에 남자들의 악의와 기만을 전혀 간파해내지 못해 번번이 돈을 갈취당한다.

간사이에서 태어난 니쿠코는 그렇게 못된 이들에게 사기를 당하며 역마살이라도 낀 듯 오사카, 나고야, 요코하마, 도쿄 등 일본 전역을 떠돈다. 30대쯤에는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이러저러한 기구한 사연을 안은 채 어린 딸 키쿠코와 함께 작은 항구마을에 흘러 들어간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다행히 그곳에서 만난 마음 좋은 식당 주인 삿상은 그들에게 작은 배를 거처로 내어준다. 기구한 삶을 살던 니쿠코·키쿠코 모녀에게 드디어 평범한 일상이 찾아오는 순간이다. 

이름 자체가 언어유희인 니쿠코. 그녀는 괴로운 일을 겪을 때마다 음식을 먹으며 극복한다. 그것은 마치 모든 아픔을 음식과 함께 집어삼켜 둥글둥글한 무해함으로 변성하는 능력처럼 보이기도 한다. 딸 키쿠코는 그런 엄마를 ‘토토로’라고 부른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보통 사람이라면 절망하며 세상을 증오했을 법하지만, 그녀는 거친 세상의 날카로운 가시를 두부 같은 마음으로 감싸 뭉뚱그린다. 단순히 낙천적인 정도를 뛰어넘어 무한대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니쿠코는 언제나 행복하다. 그 행복감이 스크린 너머로 전해진다.

이런 엄마와 늘 함께 해온 키쿠코는 지금 살고 있는 아름다운 시골 항구마을이 좋다. 하지만 엄마가 또다시 나쁜 남자를 만나면 정든 마을을 떠나할지 몰라 노심초사한다.

사랑하는 엄마가 ‘항구의 니쿠코’로 쭉 지내줬으면 하는 사춘기 소녀 키쿠코의 간절한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나오키상을 받은 니시 카나코 작가의 소설 ‘항구의 니쿠코짱’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일본의 유명 예능인인 아카시야 산마가 기획·제작을 맡고 ‘해수의 아이’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이 연출을 담당한 작품이다. 

여기에 오타케 시노부, Cocomi, 하나에 나츠키 등의 호화 캐스팅으로 일본 내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또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다수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에 참여했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총 작화감독인 코니시 켄이치, ‘이웃집 토토로’ 키무라 신지 미술감독 등 애니메이션 업계의 최고 실력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만든 작품.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는 ‘해수의 아이’에서도 이미 선보였던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의 물에 대한 철학이 담긴 섬세한 작화, 시골 마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배경 그리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서민 감성을 잘 살려낸 보편적인 노스텔지어 정서의 풍미가 진하다. 여기에 식도락이 가득한 음식 장면을 통해 관계의 이어감에 서툴렀던 주인공 니쿠코가 겨우 얻게 된 행복을 다정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이 영화에서는 아이에서 여자로 차츰 성장 중인 사춘기 소녀 키쿠코가 또다른 주인공이다. 그녀는 엄마 곁에서 세상을 일찍 깨우친 덕분인지 때때로 어른보다도 더 어른스러운 면을 보여준다. 니쿠코와는 아예 다른 외모와 성격이기 때문일까. 엄마와는 달리 미묘한 인간관계도 꽤나 요령껏 잘 헤쳐 나간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사실 키쿠코 또한 니쿠코만큼이나 기구한 인생을 살아왔다. 엄마에게조차 차마 말하지 못할 내면의 결핍과 외로움은 묘한 형태로 표출하기도 한다.

그런 키쿠코가 틱 장애가 있는 니노미야를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고 기적같이 빛나는 작은 세상 속으로 키쿠코는 흠뻑 빠져든다. 이러한 이 영화의 훌륭한 연출 지점들은 문화적 접근이 다소 어려운 일본 전통 만담 코미디나 말놀이 개그의 장벽조차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여기에 애니메이터들의 열정을 전부 갈아 넣었다고 할 만큼 뛰어난 음식 묘사 또한 주목할만한 관람 포인트. 이와 함께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행복을 현실감 넘치게 그려낸 연출은 탁월하다.

특히 니쿠코라는 비현실적으로 마음씨 고운 인물을 통해 실사 영화 이상의 풍부한 감성을 우려내 인간 찬가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을 본 세상의 모든 ‘키쿠코’들이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반짝이는 행복이 가득한 영화가 만들어진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마음 속에 긍정 에너지를 충전할 만한 가족 힐링 영화를 찾는다면 이 작품을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항구의 니쿠코짱!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목: 항구의 니쿠코짱! (漁港の肉子ちゃん, Fortune Favors Lady Nikuko)

원작: 니시 카나코 「항구의 니쿠코짱」

감독: 와타나베 아유무

목소리 출연: 오타케 시노부, Cocomi, 하나에 나츠키 외

수입: 미디어캐슬 /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러닝타임: 97분 /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일: 2023년 4월 27일

◆ 장점: 마음 따뜻해지는 전 연령 가족 힐링 영화.

◆ 단점: 작품 속 일본식 개그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 시네마 리뷰 평점: 7.5/10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