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2'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웅장한 영화적 경험, 무게감이 더해진 액션 시퀀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법과 의무가 종교에 의해 하나가 되면, 사람은 결코 자신을 완전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이때 사람은 항상 개인보다 약간 못한 존재가 된다. - 이룰란 공주의 ‘무앗딥: 우주의 99가지 불가사의’ (프랭크 허버트 ‘듄’ 1권 중, 황금가지)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네 게세리트의 90세대에 걸친 원대한 퀴사츠 해더락 교배계획이 뒤틀어진 것은 예정에 없던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의 탄생에서 비롯됐다. 레토 아트레이데스 1세(오스카 아이작)를 사랑한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의 이 선택은 훗날 모래행성 아라키스의 역사를 뒤바꿔 놓는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코리노 가문 황제 샤담 4세(크리스토퍼 워컨)와 하코넨 가문의 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정치적 셈법 속에서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다. 멸문지화를 당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계승자 폴은 베네 게세리트인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와 사막으로 도피한다.

하코넨 남작은 이 불행한 모자가 아라키스의 황량한 사막에서 방랑하다 비참하게 죽게 될 것임을 확신했다. 하지만 폴과 레이디 제시카는 사막민족 프레멘을 만나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문화에 동화된다. 프레멘으로 거듭난 폴은 무앗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레이디 제시카와 유복녀 엘리아의 각성도 이 시기에 이루어지며 미래의 불씨를 품게 된다.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폴은 프레멘보다 더 프레멘답게 성장해 나가며 아버지의 원수인 하코넨 남작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그리고 폴은 어느새 황제에 반기를 든 반란군의 지도자로 변모해간다. 이에 따라 충성스러운 맹목적 신봉자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를 얻는다. 대신 친구였던 스틸가는 영원히 폴의 곁에서 사라진다. 연인이었던 챠니(젠데이아)는 프레멘의 구세주처럼 변해가는 폴의 모습에 반기를 들며 불신자의 모습으로 대립각을 세운다.

그런 가운데 폴은 반란군의 게릴라전을 승리로 이끈다. 이에 위협을 느낀 황제와 귀족 가문은 하코넨 남작의 후계자인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를 보내 폴 무앗딥과 그를 추종하는 프레멘을 남김없이 제거하려 한다. 그렇게 아라키스 행성에는 전쟁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깊어지는 복수심과 갈등의 감정...인물 서사의 확장 

수많은 SF 작품의 레퍼런스가 된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 1권까지의 내용을 담은 ‘듄: 파트2’는 듀니버스의 안내서였던 ‘듄: 파트1’이 열어놓은 세계관을 더욱 확장한 모습이다. 아라키스의 스파이스를 둘러싼 갈등과 음모는 증폭되어가고, 폴이 품고 있는 복수의 칼날은 더욱 또렷하게 하코넨 남작의 목숨을 노린다. 

베네 게세리트의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퀴사츠 해더락 탄생의 열쇠가 됐을지 모를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그가 드디어 이번 ‘듄: 파트2’에서는 폴 무앗딥과 대립각을 이루는 흉폭한 안타고니스트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세계관은 사실상 베네 게세리트가 흑막 뒤에서 생명과 권력을 쥐고 흔드는 모계 사회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베네 게세리트 레이디 제시카의 극 중 존재감이 상당히 뚜렷하다.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주인공인 폴과 관련된 주요 사건을 함께 한다. 

새롭게 황제의 딸 이룰란 공주(플로렌스 퓨), 베네 게세리트 레이디 마고트(레아 세이두)가 등장하지만, 일단 이번 편에서는 조연에 그친다. 폴의 여동생 엘리아(안야 테일러조이)도 잠깐 등장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진지하지만, 하비에르 바르뎀의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감초 연기가 의외의 환기점이 되어준다.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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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와 종교의 결합 경고하는 원작 메시지 계승

인류 역사의 비극적 순간마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있었다. 신격화된 독재자는 언제나 공포정치와 대량 학살을 자행해왔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프랭크 허버트가 ‘듄’ 시리즈를 통해 전달하려 했던 이 경고의 메시지는 드니 빌뇌브 감독에 의해 계승됐다.

이 메시지는 ‘듄: 파트2’라는 장엄한 SF 대서사극의 내핵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이유로 폴은 페이드 로타보다 도덕적으로는 우위에 있는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폴 역시 충분히 두려운 존재이며 모히암(샬럿 램플링)을 압도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폴은 자신이 구세주로, 영웅으로 숭배되는 것을 경계해 오던 인물이지만, 가문의 복수라는 목적과 명분 앞에서 추종자들에 의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폴 무앗딥은 지구상에 존재했었던 지도자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그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예지자다. 하지만 불가역의 결정론적 미래이기 때문에 실현될 때마다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는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마블 영화들이 보여줘 온 그 흔한 대체 미래나 멀티버스로의 도피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거스를 수 없는 고통스러운 폴의 미래는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 연인 챠니, 여동생 엘리아의 비전 형태로 암시된다.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웅장함과 무게감이 더해진 액션 시퀀스

‘듄: 파트1’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서 기대하는 대규모 전쟁 장면이나 액션이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아쉬웠다. 이번 ‘듄: 파트2’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일평생 해왔던 작업 중에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만큼 액션 시퀀스가 보강되었다.

긴장감 넘치는 하코넨 병사 추격 시퀀스를 시작으로 게릴라전, 대규모 백병전 등등이 펼쳐진다. 모래벌레 액션은 전작보다 대폭 늘어나 코즈믹 호러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큰 만족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액션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폴과 페이드 로타의 검투 대결이다. 원작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구현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서스펜스로 가득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는 웅장한 영화적 경험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작은 공간이나 디바이스를 통해서는 영화를 100% 체감할 수 없게 설계돼있다. 하코넨 남작 역의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아이폰 같은 것으로 이 영화를 보면 별로일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단순히 영화홍보용 멘트만이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특수관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만한 영화다.

P.S.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말처럼 ‘듄: 파트2’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을 연상시킨다. 많은 설정과 대사에서 유사점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스타워즈’는 ‘듄’을 참고해 만든 작품이다.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파트2'ⓒ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목: 듄: 파트2(Dune: Part Two)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레베카 퍼거슨, 조슈 브롤린, 오스틴 버틀러, 플로렌스 퓨, 데이브 바티스타, 크리스토퍼 월켄, 스티븐 헨더슨, 레아 세이두, 스텔란 스카스가드, 샬롯 램플렝, 하비에르 바르뎀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북미개봉: 2024년 3월 1일(금)

한국개봉: 2024년 2월 28일(수)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65분

스크린 리뷰 평점: 8.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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