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웡카’ 리뷰, 빈털터리 청년의 초콜릿 외길 인생 [심우진의 S.R.]

달콤한 노스텔지어를 선사하는 판타지 뮤지컬 패밀리 무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31일 개봉한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 '웡카'는 가진 것은 달콤한 꿈과 낡은 모자뿐인 윌리 웡카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기까지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7년 동안 배를 타고 7대양을 여행한 마술사이자 초콜릿 메이커인 윌리 웡카는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육지에 발을 딛는다. 한평생을 초콜릿 연구에 바친 웡카는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세계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사기꾼들이 판치는 도시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웡카는 순식간에 수중의 모든 돈을 잃게 된다. 빈털터리 신세로 추운 겨울 날씨를 피해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가 운영하는 낡은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 웡카. 방값은 초콜릿을 팔아 갚기로 하고 수상해 보이는 계약서에 서명한다.

다음날, 달콤 백화점 앞에서 사람들에게 마법의 초콜릿을 선보이는 웡카. 그의 예상대로 마법 초콜릿은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초콜릿 카르텔 3인방은 경쟁자인 웡카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들에게 매수된 경찰서장은 웡카가 벌어들인 돈은 모조리 압수해버린다.

낙심한 채 여인숙으로 되돌아 웡카에게는 더욱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스크러빗 부인은 탐욕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엄청난 사기꾼이었던 것. 순진한 여행자들을 속여 살인적인 숙박비를 물게 한 후 갚지 못하면 노예나 다름없는 일꾼으로 삼아왔던 것.

막대한 빚을 지고 어쩔 수 없이 여인숙의 일꾼이 된 웡카는 그곳에서 만난 고아소녀 누들과 힘을 합해 다시 초콜릿을 팔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빚을 갚고 초콜릿 카르텔을 물리친 후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겠다는 웡카의 원대한 계획에는 같은 처지에 있던 회계사, 배관공, 전화 교환원, 코미디언도 합세하게 된다. 한편, 어느 날 밤 웡카의 초콜릿을 몰래 훔쳐가려는 작은 도둑 움파 룸파가 나타나게 되는데...

폴 킹 감독의 판타지 뮤지컬 ‘웡카’는 1964년 로알드 달이 발표한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원작으로 하는 오리지널 작품이다. 원작소설은 이미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1971)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으로 두 차례에 걸쳐 영화화됐었다. 이번 작품은 주연 캐릭터인 월리 웡카의 전사를 다룬 프리퀄 영화다.

명곡 ‘Pure Imagination’(완벽한 상상)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분위기는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보다는 멜 스튜어트 감독이 연출한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의 많은 부분을 오마주한다.

움파 룸파 역을 맡은 휴 그랜트가 부르는 후크송 ‘Oompa Loompa’를 비롯해 뮤지컬 영화로서의 근본인 OST의 완성도도 높다. 티모시 샬라메가 부르는 'A Hatful of Dreams'(모자 가득한 꿈)를 비롯해 고전 명작 ‘사랑은 비를 타고’(1952)의 혈통을 이어 받은 듯한 브로드웨이 댄스까지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정정훈 촬영 감독이 그려내는 웡카 월드의 화려한 미장센도 이번 작품을 선택할 이유 중 하나다.

서사적으로는 권선징악과 성장영화의 전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 저 연령층도 부담 없이 쉽게 이해하며 볼 수 있는 가족영화다.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는 웡카와 아버지의 관계를 다룬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왜 그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고 싶어 하는지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추가적인 설정이 담겨 있다.

‘웡카’는 지난해 12월 15일 북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 글로벌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서구권에서는 전 세대 전 연령을 대상으로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는 문화 코드와 명작 반열에 오른 전작들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월드와이드 5억 3,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영화 흥행에는 웡카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해낸 티모시 샬라메의 티켓 파워가 큰 지분을 차지한다. 티모시 샬라메는 진 와일더, 조니 뎁이 연기했던 선대 웡카 캐릭터를 계승해 뮤지컬 영화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가창력, 춤,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듄’에서 보여준 전사의 모습과는 또 다른 너무나 순진한 모습과 선량한 성품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가득 찬 프로타고니스트로서 극 전체를 이끌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