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관치’ 논란이다. 금융사들이 거둔 역대급 이익을 두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연일 ‘상생금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횡령과 직원일탈도 여전했다. 내부통제 책임론에 휩싸인 최고경영자(CEO)들은 대거 교체됐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2023년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이라는 키워드로 함축된 한 해를 보냈다. 고금리가 장기화면서 이자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상생금융’이라는 명분으로 은행들이 부당이익을 낸 것처럼 연일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금융사 초과이윤 환수법안인 이른바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회계기준이 변경돼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에선 고금리 기조에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면서 실적 한파가 이어졌다. 카드사의 경우 수신기능(예·적금)이 없어 주로 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저축은행 역시 수신금리 경쟁으로 조달비용이 빠르게 상승했다.

ⓒ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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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 금융지주, 올해 순이익 16조 전망

4대 금융지주가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가계부채 부실 우려, 상생 금융 압박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위기론도 등장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순이익은 16조3,114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15조7,312억원보다 5,802억원(3.69%) 증가한 규모다.

올해 사상 첫 ‘순이익 5조 클럽’ 입성을 앞두고 있는 KB금융의 순익은 5조5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이다. 신한금융의 순익은 지난해보다 0.51% 늘어난 4조6,662억원, 하나금융 순익은 4.28% 증가한 3조7,045억원으로 각각 잠정 집계됐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순익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우리금융의 올해 순익 추정치는 2조8,90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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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생금융’…“서민 고통 분담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공공재’, ‘종노릇’의 발언에 따라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논란, 역대급 실적이 지적 받았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2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출 금리를 인하하거나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자 자체를 돌려주는 방식 등 다양한 혜택이 논의됐다. 이 같은 상생금융안은 카드사와 보험사로 번지며, 카드대금 ‘캐시백’과 ‘자동차보험료’ 인하 방안도 등장했다.

은행의 과도한 이자 수익에 세금을 물리는 이른바 ‘횡재세’ 논란도 일었다. 금융사가 한 해 거둬들인 순이자이익이 최근 5년 평균보다 120%를 넘으면 일정액을 ‘상생금융 기여금’ 명목으로 징수하는 내용이다.

ⓒ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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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령·일탈에 ELS 불판 논란까지

올해 역시 대규모 횡령사건이 터지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커졌다. 지난 9월 금감원이 내놓은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잠정 검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은행의 은행투자금융부 직원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롯데카드와 신한투자증권에선 105억원, 10억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 일탈 사건도 적발됐다. 국민은행 직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127억원의 부당 이득 사건도 발생했다. DGB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 동의 없이 1000여개 증권 계좌를 개설해 물의를 빚었다.

시중은행들이 판매한 주가연계증권(ELS)이 내년 상반기 3조원대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도 일었다. 60대 이상 고령자 판매 비중이 높았는데,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보상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다. 은행들은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KBS뉴스화면 캡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KBS뉴스화면 캡처

◆ 내부통제 미흡, CEO 대거 교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 CEO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3월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그룹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은 용퇴 결정을 내렸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새로운 회장에 선임됐다.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 CEO도 전면 교체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이 확실시 됐지만, 사모펀드로 당국의 중징계를 받았고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의 새 사령탑을 맡아 지난 3월 취임했다. 우리은행장도 조병규 행장으로 교체됐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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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금융권 실적 한파…보험사·카드사·저축은행 희비

보험사들의 실적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보험사 53곳의 누적순이익은 9조1,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5,399억원(63.2%) 증가했다. 회계제도 변경으로 생긴 ‘착시효과’라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3분기 기준으론 보험사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47.2%(3조6,613억원) 늘어난 11조4,225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의 올 3분기 순이익은 5,0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카드사 별로 보면 롯데카드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3분기 순이익은 59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 줄었다. 이어 KB국민카드(-25%), 신한카드(-13%), 삼성카드(-0.8%) 순이었다. 4개사의 실적 하락은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은행의 예·적금과 같은 수신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채를 발행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들이 부담해야할 비용도 늘어난다. 또 고금리로 대출 받은 취약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로 연체율이 상승하자, 카드사들이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총 64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920억원) 대비 66.6% 줄었다. SBI저축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5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OK저축은행은 1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8% 감소했다. 웰컴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각각 120억원, 83억원 순이익을 기록해 같은 기간 49.4%, 65.2% 줄었다. 페퍼저축은행은 3분기 24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 수신으로만 자금을 조달한다. 경쟁적으로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며 최대 6%대 예·적금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했고,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실적 하락을 견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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