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에서 암컷 쥐는 호르몬 때문에 배제되어 왔다ⓒ픽사베이
▲동물실험에서 암컷 쥐는 호르몬 때문에 배제되어 왔다ⓒ픽사베이

[SRT(에스알 타임스) 조인숙 기자] 전 세계 동물실험에서 이용하는 동물 중 다수는 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쥐가 번식력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후대에 미치는 영향을 단기간에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럼 수컷과 암컷 모두 실험에 이용할까? 그렇지 않다. 수십 년간 동물실험에 이용한 쥐는 대부분 수컷이다.

동물실험에서 수컷을 주로 이용하는 이유는 암컷의 호르몬 때문이다. 암컷의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변화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험에서 암컷을 쓰면 분석 과정에서 호르몬 변화로 인한 결과치를 제거해야 하는데 그 계산이 매우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호르몬 때문에 암컷 쥐를 실험 대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Current Biology 저널에 게재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암컷의 호르몬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비하고, 수컷 쥐가 암컷 쥐보다 행동에 불규칙성을 보여 행동을 예측하는 데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는 모션 시퀀싱이라는 최첨단 도구가 사용되었다. 연구자들은 15일간 수컷 쥐 16마리와 암컷 쥐 16마리가 큰 실험실 공간에 풀어놓은 후에 카메라로 한 번에 20분씩 찍었다. 카메라는 초당 30프레임으로 찍으며 쥐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기록했다. 그런 후에 AI가 뛰거나 그루밍하는 등의 반복되는 행동들을 1000분의 1초 단위로 짧게 식별해냈다.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연구의 공동연구자, 하버드 의대의 신경생물학자 다타 박사는 “호르몬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데이터를 걸러내는 작업을 했고, 현실적으로 그 데이터는 무시해도 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남성 호르몬도 변화가 심하고 보통 하루 주기로 변한다. 알파 수컷은 순종적 성향의 수컷보다 10배 이상의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가지고 있어 수컷 쥐가 암컷 쥐보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에서 수컷을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동물실험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상시험에서도 여성은 제외되는 경우가 높다. 여성은 약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약 2배가량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성에게는 남성에게 투여하는 적정용량보다 낮은 기초 용량을 투여하기 때문에 같은 의약품이라도 여성은 동일 약효가 나타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미 연방정부는 1993년까지 가임기의 여성들의 경우, 의약품 임상시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간 여성뿐 아니라 소수자들도 연구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지속적 요구로 인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는 연구의 경우, 조건부로 여성 참가자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는 심혈관 질환과 정신 질환 등을 치료하는 특정 약물 관련 연구에 여성 참가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비어리와 저커 박사가 쓴 논문(2010년)에 따르면, 신경과학 분야에서 동물실험 연구에서 이용된 수컷의 수는 암컷보다 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타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100년간 우리가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며, “여성 호르몬보다 남성 호르몬의 변화가 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클레이큰 과장은 “성별에 따른 결과가 발표되는 것이 대중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일이라며 관련 연구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Current Biology' 2023년 3월 7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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