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대학 일반부

▲ 이동환 씨.
▲ 이동환 씨.

칼 폴라니는 ‘자기조절적 시장’의 등장으로 사회관계가 ‘악마의 맷돌’에 의해 파탄에 이르게 된 상황을 묘사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이와 같다. 고용절벽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OECD 최고 노동시간을 강요받는다. 로크에 따르면 ‘내면의 외면화와 외면의 내면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노동과정의 신성성이, 대기업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상실된다. 그나마 그런 일자리도 부족한 ‘초과수요’ 상태이기에, ‘낮은 고용의 질’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해법은 자못 그럴 듯 해 보인다. 일자리 공급이 안되니, 정부 영역을 확대해 노동시장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인기영합적 미봉책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 국가-시장관계 모색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은 근본적 경제구조에 대한 개혁이어야 하며,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하 논의를 전개한다.

먼저, 일자리 문제의 근본원인인 불평등한 대기업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부터 시정되어야 한다. 권위주의 발전국가 시절 형성된 재벌세력은 87년 민주화 과정에서 개혁되지 못했다.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 과정에서 이들은 개방된 시장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들의 존재는 시장 행위자들의 공정한 경쟁의 자유를 침해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린쯔와 스테판은 민주주의 공고화의 조건으로 ‘정치, 사회적으로 규제되는 경제사회’를 들었다. 시장의 구조적 병폐를 관조하고, 국가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노동시장이 청산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니다.

다음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국가-시장 관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의 주요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IOT등의 자생적 발전을 촉진시키는 국가-시장의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간섭국가’로서의 복지국가와 발전국가, ‘규제국가’로서의 신자유주의 규제국가 모두 미래 발전경로에서는 철지난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모두 ‘복지국가’의 비효율성과 관료 지대추구 현상을 지적하며 ‘큰 국가’를 지양하는 상황에서, 시장발원 문제를 ‘큰 정부’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피상적 방안일 뿐이다.

결국, 가장 시급한 정부 역할은 ‘경제 민주화’ 방안의 성실한 실현이다.
경제 민주화는, 2track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먼저 재벌들의 비정상적 지배구조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소유하고 대물림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기업의 주인이 주주가 되고, 경제 영역에서도 ‘1주1표’의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실질적 권익을 향상시켜야 한다. 독일에서는 노동자 대표가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권 및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가 보장되어 있다. 이처럼, 블루칼라든 화이트 칼라든, 기업이 고용한 피용자들이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낼 통로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민주적 개혁만이 일자리를 보전하고, 고용의 질을 제고시키는 근본적 방편이 된다.
경제 민주화 이후, 미래에 가장 적합한 국가-시장 관계를 토론 및 공론화 과정을 통해 설정해야 한다. 엘레노어 오스트롬은 공유지의 비극은 각 주체들의 자율규칙 형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산업은 분산화된 산업의 제 영역에서 자생적, 공유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시장 속에서 각 행위자들이 형성해나갈 ‘자율규칙’들이 준수되고 뿌리내릴 토양을 형성시키고, 유지·관리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조세를 국가영역 비대화를 위해 쓰는게 아니라, 자생 가능한 전략적 영역을 추려내고, 해당 산업이 싹을 틔우고 수평적, 분산적으로 발전해 나가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국가-시장 관계 속에서, 어느 한 극단 위치했던 정치경제체제는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라는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청년실업자로서, 국가가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보다 근본적 국가개혁과 민주주의 심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나가길 간절히 원한다. <이동환. 일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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