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시장 진출 야심이 한 풀 꺾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증권과 자산운용을 필두로 지난 수년 간  글로벌 각국에 있는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아시아 각국 혁신기업들의 부실한 펀더멘탈 등으로 박 회장의 포부도 빛이 바랬다. 특히 최근 떠오르는 투자처인 인도에서도 크게 고전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사옥 전경 ⓒ 미래에셋증권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사옥 전경 ⓒ 미래에셋증권

◆ 미래에셋그룹 글로벌 확장 흔들…친디아 투자 ‘휘청’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이 중국과 인도에서 투자한 일부 스타트업이 여러 악재에 부딪혀 흔들리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그룹의 ‘아픈 투자처’로 중국 승차공유업체 디디추싱이 꼽힌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18년 2,800억원 규모의 PEF(사모펀드) ‘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를 구성했다. 이 펀드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운용(GP)을 맡고 미래에셋증권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해당 펀드는 다양한 악재를 만나면서 손실이 커졌다. 주요 출자자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에만 약 517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냈다. 미래에셋증권이 이 펀드에 대해 최초 취득했던 장부가액(2,395억원)은 지난해 말 기준 57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펀드 규모가 감소한 것은 디디추싱과 관련한 여러가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 승차공유시장 점유율 1위로 각광받던 이 기업의 가치는 현재 크게 하락했다. 장외주식시장(OCT)에서 거래되는 디디글로벌(디디추싱의 자회사)의 주가는 이달 11일 종가기준 4.80달러로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소송 분쟁도 디디추싱으로선 악재다. 외신(아시아 파이낸셜)에 따르면 디디글로벌이 지난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44억 달러의 자금을 모금할 당시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취(허위 표시로 권리를 취득하는 행위)했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근 디디추싱의 사업 성과는 개선되는 상황”이라며 “홍콩 증시 상장도 추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인도 투자도 신통치 않다. 박 회장은 그동안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왔다. 그는 ▲2019년부터 인도의 혁신기업 투자 ▲4,800억원 규모의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는 등 인도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다만 지난 2021년 투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트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도 현지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Trell(트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업은 한때 ‘중국판 틱톡’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21년 네이버와 함께 이 기업에 자금을 출자했다. 미래에셋그룹 외에도 삼성벤처, 다올인베스트먼트(구 KTB네트웍스·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등이 앞다퉈 투자했다. 하지만 트렐은 최근 ▲재무 부정 의혹 ▲실적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다.  인도의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Inc42는 트렐에 대해 “오늘날의 트렐은 브랜드를 위한 광고 채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SNS 플랫폼인 셰어챗(ShareChat)도 실적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다. 셰어챗은 지난해 초 실적 부진으로 전체 직원 20%에 해당하는 인력을 감축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아직 재무건전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셰어챗의 모회사 모할라 테크의 순손실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인도 SNS 스타트업들은 전체적으로 매출 확대 및 비용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트렐과 셰어챗도 유사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 성공적 투자 사례도…'조마토' 앱, 부진 딛고 주가 급등 

성공적인 투자 사례도 있다. 인도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조마토’는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 2020년 12월 글로벌 IB와 함께 해당 기업에 투자했다. 이달 11일 종가기준 조마토의 주가는 197.30루피로 상장 이후 56.5% 올랐다. 

동남아시아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도 지난해 4분기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현재 그랩의 시가총액은 131억 달러(17조9,596억원)로 초기 투자 당시 기업가치(약 12조3,000억원) 보다 5,500억원 이상 늘어났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그랩 투자는 약 1,000억의 수익을 내고 현재 엑시트(차익 후 매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평가가 엇갈린다. 우주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21년 7월 ‘미래에셋 글로벌 스페이스 투자조합 1호’를 결성해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1억 달러(약 1,422억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230조원으로 전년(198조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스페이스X는 상업용 우주 발사체 사업과 위성 인터넷 사업으로 민간 우주 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엑스(옛 트위터)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논란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20년 10월 당시 트위터 공동인수를 위해 ‘미래에셋파트너스제11호사모투자합자회사’를 설립해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다. 엑스는 머스크가 인수 후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엑스의 보유 지분 평가액을 5.7% 낮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를 인수한 뒤 지분 가치가 무려 73% 하락한 것이다. 다만 엑스는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음성 및 영화 통화 기능을 접목한 서비스를 공개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엑스는 AI, 핀테크 등의 여러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것이 가장 큰 투자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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