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증시와 고위험자산인 비트코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경우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져 ‘주식>암호화폐>채권>금이나 현금’ 순으로 돈이 몰린다. 가계부채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등 고금리 후폭풍에 실물경기 회복세는 둔화하고 있는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자산 가격과의 괴리 현상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주식·금·비트코인 등 동반상승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자산 버블, ‘투자신중’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한국 증시를 비롯해 미국·일본 주식, 비트코인, 금값 등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오르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위험자산, 안전자산 할 것 없이 모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내수시장 회복세는 더디지만 ‘에브리싱 랠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례적인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증시 향한 ‘투심’ 자극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코스피는 2,795.46로 마감하며 올해 초에 비해 5.38%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의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증시도 기대감에 부응해 투자심리가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딩에 따른 일부 종목에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에 특정주의 주가 하락이 가시화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TSMC에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 삼으면서 지난 17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도 5.4%, 1.1%씩 빠지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매크로 이슈에 따른 업종별 희비를 나타내는 단기간의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미 연준에 의한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주가 지수 자체는 우상향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9일 40,287.53으로 마감, 연초대비 6.82%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연초대비 16.7% 급등했다. 나스닥도 같은 기간 20.5% 올랐다. 일본 닛케이지수 역시 연초 대비 20.35% 올라 가파른 상승세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금리인하 기대감까지 겹치자 지난 17일 글로벌 시장에서 6만6,000달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9,200만원을 장중 돌파하기도 했다.

주식이나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오르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내리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 8월 선물가격은 지난 16일 온스당 2,467.80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음날인 17일엔 장중 2,483.73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KBS뉴스화면 캡처
ⓒKBS뉴스화면 캡처

◆ 금값, 지정학적 요인…비트코인, ‘수급 불균형’

금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지정학적 요인이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안보 불안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금을 보유하려는 경쟁이 촉발된 탓이 크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에 대해 동결 조치를 취했다. 이 시기 중국·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올해 채굴량(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반감기가 예정된 데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뉴욕 증시 상장이라는 큰 호재가 가격을 밀어 올렸다. 특히 미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친화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 실물경기 회복세 둔화…투자 ‘신중론’ 부각

금리 인하 기대감에 섣부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물경기 회복세는 둔화하고 있어서다.

6개월 뒤 경기 흐름을 내다 보기 위해 재고, 건설 수주액, 수출입 물가, 구인·구직 비율, 소비자 심리 등을 따져 산출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년 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올해 5월 기준 100.5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만 보면) 2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함에 따라 빅테크와 실적주를 대상으로 로테이션(시장 관심 이동)이 예상된다”며 “국내 증시 반등 여부는 이달 말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종목의 실적에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지만 여전히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매크로 이슈에 따른 자산 가격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충분하기에 개별 자산 가격에 대한 상승요인을 점검하고 (편승하는 것보다) 신중한 투자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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