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7월, 19조3,107억원 증가
증시불안 등 불확실성 고조…'안전자산' 선호 심리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이 한 달 새 19조원 넘게 불어났다. 돈을 예치하면 받게 되는 이자율 자체는 기준금리(3.5%)보다 낮은 3.4% 이하로 떨어졌지만 현시점의 이자율이 가장 높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 예금이 29조원 가량 빠지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발현됐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로테이션(rotation)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09조6,922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29조1,395억원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2023년 1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정기 예·적금을 포함하는 저축성 예금 잔액은 945조715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9조3,107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채권시장 경색으로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렸던 2022년 10월 이후 최대다.
지난달 예·적금 증가액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이다. 올해 월별 정기 예·적금 증가액은 ▲1월 13조9,471억원 ▲2월 10조3,645억원 ▲3월 -14조7,197억원 ▲4월 5,842억원 ▲5월 17조8,544억원 ▲6월 2조5,714억원이었다.
◆ 대외불확실 증가, 결국 안전자산 ‘예·적금’
요구불예금에서 정기 예·적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가장 큰 이유다. 위험자산인 증시에서 안전자산에 장기간 돈을 묻어두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실제 이날 미국 경기침체 공포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이날 국내 증시를 강타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주식매매거래를 일정 시간 동안 정지시키는 제도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려면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돼야 한다.
◆ 정기예·적금 이자율 매력↓…“막차 탑승”
주목할 점은 정기예금의 이자율이 기준금리 3.5%와 차이가 없는 수준임에도 잔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초만 해도 5대 시중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50%를 전후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최저 3.35%까지 내려갔다. 금리 하락 전망에 장·단기 예금금리의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다른 4대 은행들은 모두 6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가 1년 만기보다 소폭 높았다. KB국민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40%, 1년 만기는 3.35%였다.
이러한 흐름에 ‘막차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현재 이자율이 고점이라고 판단한 고객이 몰렸다는 뜻이다. 기준금리가 떨어질 경우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이를 반영한 예·적금 이자율도 하락할 수 있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의 주요 준거금리인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전날 3.288%로 연중 최저치를 최근 연이어 갱신 중이다. 1달 전(3.476%)에 비하면 0.188%포인트, 2달 전(0.332%)에 견줘 0.332%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12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번 동결로 기존 역대 최장 동결 기록(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 약 1년 5개월)을 넘어섰다. 물가상승률의 추세 확인과 가계대출 규모를 두고 관망모드를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면서 한은 금통위 역시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단순하게 보면) 예·적금이 너무 늘 경우 은행들이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늘게 되고 결국 예금 이자율이 떨어지거나 대출 이자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시점이 올 경우 결국 빠르게 이 같은 현상이 짙어질 것이고, 고객 입장에선 예·적금에 돈을 맡기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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