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상반기 53조 조달
기준금리 인하, CD 조달 경쟁 시 대출금리 ↑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끌어 모은 자금이 1년 전보다 8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부터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해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진 데다, 기업금융 확대 경쟁에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도 커진 영향이다. CD 발행 물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관련 금리가 연동된 대출금리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은 기업대출과 만기 1년 미만 단기 신용대출 이자율을 산정할 때 발행 만기가 3개월인 CD의 발행 수익률을 금리 지표로 활용한다.
CD는 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해 발행하는 무기명예금증서다. 금융 시장에서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데, 단기간에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 필요 시 매매해 현금화할 수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CD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평균 잔액은 총 53조859억원으로 1년 전 보다 17.3%(7조8,397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CD 조달 자금이 19조7,67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7.6% 증가했다. 이어 국민은행이 12조473억원, 우리은행이 11조6,450억원으로 각각 44.2%와 26.7%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신한은행의 CD 조달 자금만 9조6,257억원으로 11.6% 감소했다.
은행들이 CD 조달을 크게 늘린 데는 기업대출 수요가 커진 영향이 크다. 가계대출 규제로 상대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했는데, 은행채은 분기별 발행 제한이 있다보니 은행들이 CD로 자금을 조달하는 측면이 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CD금리 연동 대출 잔액 비중은 하나은행이 58.9%로, 우리은행이 57.1%로 50%를 넘겼다. 이에 반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16.7%와 29%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기업대출에서 CD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경우 순이자마진(NIM)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 연내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경우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대출금리다. 단기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의 이자율을 산정할 때 CD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데, CD 금리가 높아질수록 대출 금리도 오르는 구조다. 금리 변동성이 큰 현 시점에서 차주가 받는 대출금리 자체가 오름세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차주 입장에선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D 금리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CD 자금 조달 평균 금리는 4.05%로 전년 동기 대비 0.10%포인트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CD 조달 금리가 4.20%로 같은 기간 대비 0.24%포인트 높아졌다. 하나은행 역시 4.16%로, 우리은행도 3.90%로 각각 0.07%포인트와 0.17%포인트씩 해당 수치가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CD 조달 금리만 3.95%로 0.09%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적금에서 받는 이자율이 떨어질 경우 자금이탈이 심화할 수 있고, (은행들이) CD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 데 이럴 경우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볼 때)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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